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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 사건 질문에 '난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당시 현금 5천만원 수수, 차남 건보료 미납·탈세 의혹 등에 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궁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차떼기 사건 질문에 '난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당시 현금 5천만원 수수, 차남 건보료 미납·탈세 의혹 등에 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궁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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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자'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임명동의 표결에 참석한 국회의원 수는 281명, 이 중 찬성 148표(찬성률 52.7%)를 얻어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찬성 148, 반대 128에 대한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155명의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투표에 참여했으므로 '반란표'가 최소 7표 나온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4명 참여했는데, 반대표가 128표 나왔다는 대목에 주목하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친이계' 어느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는지, 진선미·장하나 등 새정치연합 의원이 시모상, 산후조리 중에 등원해 반대표를 던졌는지 후일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대목은, 결국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 등 앞선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 투표는커녕 인사청문회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물러났다. 그런데 역대 최악의 후보자라는 평가와 최악의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총리가 됐다.

2010년 김태호 당시, 야당이 이뤄낸 완벽한 승리

이완구가 김태호보다 나은 후보였나? 국회의원 출신, 차기 대권후보, '양파 총리', 각종 의혹 등 이완구 총리는 지난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유사점이 많았다. 김태호는 '후보자'를 떼지 못했다. 그는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까지 가지 못했다. <한겨레> 2010년 8월 30일자
▲ 이완구가 김태호보다 나은 후보였나? 국회의원 출신, 차기 대권후보, '양파 총리', 각종 의혹 등 이완구 총리는 지난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유사점이 많았다. 김태호는 '후보자'를 떼지 못했다. 그는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까지 가지 못했다. <한겨레> 2010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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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전략에는 문제가 없었나. 지난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 사례를 보자. 이완구 총리 사례와 유사하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국회의원 경험이 있다는 대목도 동일하다. 차기 대권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점에서도 유사했다.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두 사람 모두 의혹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대목도 같았다.

인사청문회 이후는 어떠했나. 국회 임명동의 표결이 한 차례 연기된 것도 비슷했다. 2010년 당시 야당의 사령탑은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대표였다. 그때는 김태호 총리 후보 이외에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도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문제 되는 장관 중 일부는 바꾸고 총리는 살린다'였다. 이른바 야당과 '딜(deal)'을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단호했다. '김태호는 불가'였다.

김태호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지 21일 만인 2010년 8월 29일 사퇴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함께 사퇴했다. 당시 <한겨레>는 "김 총리 후보자 등의 사퇴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은 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야당의 의석수는 지금보다 적었다. 18대 총선에서 제1 야당인 민주당 의석수는 81석에 불과했다.

야당의 전략의 실종, 두 가지 패인 존재

첫번째 실수, '호남총리' 발언 당 대표 경선이 한창일 때 문 대표는 '호남 총리' 발언을 했다. 그는 결국 '사과'했다. <동아일보> 1월 28일자
▲ 첫번째 실수, '호남총리' 발언 당 대표 경선이 한창일 때 문 대표는 '호남 총리' 발언을 했다. 그는 결국 '사과'했다. <동아일보> 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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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는다. 새정치연합 의원 124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반대가 128표가 나와서 '승리'한 것인가? 이 승리가 누구의 것인지 의문이다.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이완구 반대'를 분명히 표명했다. 이 국민들이 승리했나. 제1 야당은 당론을 정하진 않았지만 '반대' 분위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제1야당이 승리했나. 지난 2010년과 비교할 때 이완구가 김태호보다 그나마 낫기 때문에 그는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야당이 이완구 후보자를 막지 못한 데에는 문재인 대표의 실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표는 현재 제1 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의 보유자다. 그러나 그는 바로 이 두 가지 타이틀 때문에 '포지셔닝(Positioning)'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야당대표인가, 대권후보인가. 대선이 3년 가까이 남은 이 시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문 후보는 다 잡을 수 있을까.

'이완구 전투'에서 문 대표는 두 차례 실수했다. 그 두 실수는 야당대표라면 넘길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대권후보라면 만회를 해야 하는 성격의 실수였다. 하나는 '호남 총리' 발언이었다. 지난 1월 26일, 문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반대쪽 50%를 포용할 인사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문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발언이었다. '역풍'을 맞은 문 대표는 이완구에 대한 명확한 전선을 세우는 데 한계를 보였다. 2010년 '김태호 불가'를 일관되게 외쳤던 박지원 대표와는 달리 문 대표는 "이완구 총리 자격 있는지 의문"이라는 소극적 발언을 했을 뿐이다.

물론 당 대표 경선 중이었고, 호남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반대쪽 50%를 포용할 인사가 필요하다"는 말만 했더라면 문 대표는 자유로웠을 테다. 어쩌면 이완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제4의 낙마자로 기록됐을지 모른다. 발언논란이 격화되자 문 대표는 "탕평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인이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주장을 펴는 건 분명 실수였다.

두번째 실수, "여론조사로 인준 결정하자" 1월말 '호남 총리' 발언에 이어 2월 13일 '여론조사 결정' 발언을 하고 곧 철회했다. <한겨레> 2월 14일
▲ 두번째 실수, "여론조사로 인준 결정하자" 1월말 '호남 총리' 발언에 이어 2월 13일 '여론조사 결정' 발언을 하고 곧 철회했다. <한겨레>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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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의 두 번째 실수는 총리 임명동의안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13일에 나왔다. "여론조사로 인준 여부를 결정하자"고 전격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최고위에서 문 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부적격 총리 후보자와 맞바꿔서는 안 된다"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의회제도'를 부인하는 제안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과 함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문 대표와 참여정부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16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은) 패착이었다"며 "국민이 맡긴 정치의 역할, 정당의 역할, 야당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일보>로부터는 "문재인 대표, 국정 어디까지 여론조사로 할 것인가"라는 비아냥마저 들어야 했다.

'야당대표'인가 '대권후보'인가... 그의 리더십을 묻는 두 개의 칼럼

그는 '당대표'인가 '대권주자'인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다음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묻는 이철희 칼럼. <한겨레> 2월 17일자
▲ 그는 '당대표'인가 '대권주자'인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다음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묻는 이철희 칼럼. <한겨레> 2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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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다음날, <조선일보>와 <한겨레>에는 각기 문재인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칼럼이 게재됐다. 차기 대권후보 1위인 문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17일 <한겨레>에 '문재인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소장은 "문재인에게 당 대표직은 딜레마를 안긴다, 때로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과 대선 주자로서 취해야 할 자세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문 대표는 강한 리더십으로 당을 혁신하는 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어렵지만 다른 길은 없다, 당의 대표가 된 이상 피해서도, 피할 수도 없는 외길"이라고 주장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말고 당 대표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자충수를 두는 문재인 <조선일보> 2월 17일자 칼럼
▲ 자충수를 두는 문재인 <조선일보> 2월 17일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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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록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같은 날 "문재인은 왜 자충수를 둘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여론조사로 하자는 얘기는 귀를 의심케 했다"며 이를 "바둑으로 치면 제 수를 메우는 자충수(自充手)"라고 정의했다. 그는 "문 대표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며 문 대표가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를 향한 기대가 염증으로 바뀔 것임을 경고했다.

야당대표, 부동의 대권 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는 '이완구 토끼'를 놓쳤다. 지금보다 더 소수 인원을 가지고 완승했던 2010년과는 다른 결과였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국민들도 그에 대한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런 그가 총리가 됐다. 문재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완구#김태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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