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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그림의 크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제일 큰 작품은 11m가 넘는다. 화가들은 작업과정 중에 여러 번 작품에서 떨어져서 전체화면을 바라본다. 화면에 바짝 붙어서 그릴 때 보지 못하는 작품구성상의 원하는 바를 위해 전체적인 바라봄이 필요한 것이다.

대작도 그 큰 화면에 사물을 흐트러짐 없고 원하는 구도로 채워 넣으려면 전체적으로 작품을 펼쳐놓고 바라보는 작업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대작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님을 생각하며 약간의 경외감을 더해 작품을 관람하게 되었다.

최종국 <독도>, 1160x210cm, 한지에 수묵, 2014 웅장한 느낌으로 당당히 서 있는 우리 땅, 독도
▲ 최종국 <독도>, 1160x210cm, 한지에 수묵, 2014 웅장한 느낌으로 당당히 서 있는 우리 땅, 독도
ⓒ 최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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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전시는 최종국 작가가 11m가넘는 <독도>를 포함한 6점, 김대원 작가가 6점, 신태수 작가가 6점 출품하여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상설갤러리와 5갤러리의 넓은 두 전시장을 꽉 채우고 전시되고 있다.

최종국 작가는 강직과 강인함을 풍기는 단단한 화강암 같은 작품을 보여준다. 이런 작업을 하기위해 작가는 초묵과 적묵기법을 사용했다. 마른 붓에 짙게 간 먹을 찍어 붓의 속도와 무게감의 변화만으로 짙고 흐림을 표현하는 필법이 초묵법이다.

초묵은 가장 짙은 먹색으로 숯덩어리에 비유한 것으로 먹을 갈아 반나절 정도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여 진해지는데 이때의 먹색을 초묵이라 한다. 이 초묵으로 덧칠하고 겹겹이 쌓아 올려서 농담을 표현하는 것이 적묵법이다.

이 방법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은 단단함이 몇 겹의 시간이 지나도 으스러지거나 부서짐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단단함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것을 순간 잊어버릴 정도의 기운생동, 굳건한 살아있음도 느끼게 해준다.

<독도> 작품은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어느 누가 와서 봐도 아마 가슴이 턱 막혀 자기 땅이라는 허튼 소리가 목구멍으로 쑥 들어가 버릴 것이다. 딱 보면 우리의 땅이고, 우리 가슴에 와 닿는 친근함과 뚝심이 보인다. 거기에 경외감까지 들게 만드는 짙은 먹의 힘이 우리 민족의 초개같은 굳건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대원 <청량산>, 160x38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운무에 갇힌 청량산의 위용이 새삼스럽다
▲ 김대원 <청량산>, 160x38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운무에 갇힌 청량산의 위용이 새삼스럽다
ⓒ 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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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작가는 수묵담채의 실경산수를 보여준다. <청량산>, <해질녘>, <청량산 가송리>, <영덕 옥계>, <청량산 아침 햇살>, <화암 약수터 가는 길>을 통해 그 풍광의 운치를 느끼게 해준다. 총천연색의 회화에서 주는 맛과 달리 먹과 엷은 채색으로 그려진 그의 풍경, 그 산수는 우리의 정서와 맞닿는 담담한 맛과 멋을 느끼게 해준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임정혁은 "풍경속의 현장에 서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풍광의 운치는 물론이고 그 공기의 소리와 냄새, 기온마저 전해준다"고 극찬한다.

신태수 작가는 5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대가의 풍모를 보여주었다. 실경산수이다보니 기존의 자유롭고 담대한 필획들이 사라진 아쉬움이 있지만 그의 내공이 사라질 린 없다.

구도의 필요에 따라 좌우와 상하의 거리 조정, 허와 실의 보완, 성김과 빽빽함의 변화를 표현하고,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위해 절실하다고 느낀 부분은 적절하게 배치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서 표현하는 것이 산점투시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 사실 묘사가 아닌 작가의 시선에 의해 재생산된 풍경은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인다. 과감한 생략과 시원한 여백은 화면 안에 있는 모든 대상들을 서로 상생시킨다. 여백까지도.

신태수, <동동한 바다>, 360x13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가는 직선으로 길게 그려진 바다의 물결, 파도치는 거친 바다를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 곱게 넘긴 여인네 머리까락처럼 그리도 곱게 한올한올 표현하다니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 신태수, <동동한 바다>, 360x13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4 가는 직선으로 길게 그려진 바다의 물결, 파도치는 거친 바다를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 곱게 넘긴 여인네 머리까락처럼 그리도 곱게 한올한올 표현하다니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 신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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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 분바위산>의 바위를 그린 선 맛은 에곤 실레가 인체를 그린 선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다보니 꿈틀꿈틀 여러 인체들이 뒤엉켜 살아 움직이는듯하다. 또한 그 필선의 힘의 강약과 곡선미는 율동감을 주고 기분 좋은 미감을 준다.

붉은 먹으로 그린 <연평인상>도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여백으로 표현된 바다와 꿈틀거리는 필법으로 그린 붉은 바위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즉 사유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수고로운 발걸음을 해도 그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전시다. 4월 5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실경산수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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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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