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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0일 오후 6시 35분]

 광화문 현판 앞 유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목을 경찰이 겹겹이 차단하자, 참가자들은 크게 저항했다. 18일 오후 청와대 부근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진출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며 물대포를 쏘고 있다.
 광화문 현판 앞 유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목을 경찰이 겹겹이 차단하자, 참가자들은 크게 저항했다. 18일 오후 청와대 부근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진출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며 물대포를 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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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에서 세월호 유족 20명을 포함해 100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넘어진 한 남성은 무릎 뼈가 부서져 응급수술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경찰은 이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주최 측은 "원인 제공자는 경찰"이라고 반발하면서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관련기사: [범국민대회 현장] 무너진 '근혜장벽'... 시민들 "우리가 이겼어요").

유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은 20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당시 헌화조차 못 하게 추모를 막고 희생자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경찰"이라며 '경찰당국의 4·16 1주기 추모탄압 규탄 및 시민 피해상황 발표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유족 20명 등 50여 명이 함께 한 가운데, 경찰 대응의 문제점과 시민·유가족 부상 사례가 발표됐다.

앞서 경찰은 이번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의경 7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으나, 주최 측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아래 4·16연대)에 따르면 범국민대회 참석자 100여명도 경찰의 최루액(캡사이신) 발사에 따른 결막염, 손톱 결손과 손발 열상 등 피해를 입었다. 경찰들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대퇴부(넓적다리)가 염좌된 사람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왼쪽 무릎이 분쇄 골절돼 응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그 분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다가 경찰이 뿌린 물대포에 맞아 미끄러졌고, 인도에서 차도로 넘어지면서 무릎이 골절돼 19일 응급수술을 받았다"며 "당분간 입원해야 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친 유가족들도 많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고 김도언양의 엄마 이지성씨, 고 박영란양의 아빠 박덕순씨 등 유족들이 찰과상 및 열상(찢어짐)과 타박상, 캡사이신으로 인한 화학적 화상 등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고 정예진양의 엄마 박유신씨는 "이 나라에서 가족을 잃으면 범죄자가 되더라"며 "저는 경찰에게 항의하다가 팔이 꺾였고, 한 (유족)아빠는 안경이 벗겨진 채 얼굴에 캡사이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 이 자리에 못 나오신 가족 분들은 모두 병원에 가 계신다, 그러나 저희는 몸보다도 마음이 아프다, 억울하고도 수치스럽다"고 울먹였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의사는 앞선 경찰 발표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패와 최루액, 물대포를 갖고 있던 게 누구였나, 애초에 이건 위법적인 차벽을 세워 시민들의 평화추모행진을 막은 박근혜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이런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무고한 시민 피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에는 노숙농성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 시민 등 3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명)이 참석했다. 서울광장에서 추모행사 중이던 참가자들은 유족들이 있는 광화문 현판 앞으로 향했고, 미리 차벽으로 이를 막아 놓은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물대포·최루액을 난사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경찰 차벽 설치는 위헌... 최소한 법 집행 근거는 있어야"

유족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과거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났다, 차벽 설치가 합법이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건을 충족해 차벽을 설치해도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면 위헌이다, 그러나 경찰의 차벽은 16일, 18일 모두 위헌·위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저도 현장에서 계속 있었지만 변호사란 제 직업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경찰들에게 법 집행의 근거나 소속에 대해 물어봐도 답은 없고 '공무집행 방해'로 검거하겠다는 엄포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도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최소한 법 집행의 근거와 헌법추구가치는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깡패와 다르지 않다"라고 꼬집었다(관련기사 : '경찰 차벽'이 적법했다고? 외신기자 "외국이었다면 박살났다").

이날 주최 측은 세월호 집회 인권침해감시보고서를 통해 경찰 대응의 문제점도 짚었다. 여기서는 ▲유족을 포함해 시민 100여 명 연행과 부상 ▲시민 통행권을 침해한 차벽 설치 ▲최루액이 섞인 물포 발사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폭력조장 행위 ▲경찰들의 명찰 미착용 등이 지적됐다.

경찰은 18일 차벽 전용트럭 18대를 비롯해 차량 470여 대, 펜스 등을 동원해 광화문 누각(현판)앞·광화문 북측 광장·세종대왕 동상 앞 등에 '6겹 차벽'을 세웠으며, 경찰병력 172개 중대 1만 3700여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연행된 100여 명 중 10명을 구속하고, 주최 측에 차량 파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구은수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같은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띠만이 아니라 인벽, 물리적 방책, 기동대버스(차벽)도 질서유지선이 될 수 있다"며 차벽 설치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대포 발사 상황 가운데 '경찰 잘하고 있다'는 등 일부 경찰 지휘부의 방송에 대해서는 "경솔했다"며 "앞으로는 정비된 용어를 사용하도록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세월호 집회#세월호 1주기#세월호 범국민대회#세월호 부상#근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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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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