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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재보선 광주 서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당선 확정 직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
ⓒ 강성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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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일까, 이변이 아닐까.
4·29재보선 광주 서을 국회의원 선거는 천정배 무소속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아성이 무너진 건 이변이라 할 수 있겠으나, 천 당선인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그리고 당선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섰던 천 당선인은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득표율 22.6%p 차이로 꺾었다. 개표가 시작된 뒤, 오후 9시 8분께 처음 조 후보를 앞서기 시작한 천 당선인은 줄곧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를 굳혔다. 개표 초반부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방송을 지켜본 그는 오후 10시 15분께 축하 화환을 목에 걸고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 천정배'의 대결 구도로 평가됐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여섯 차례 광주를 찾아 조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천 당선인을 꺾지 못했다. 더해 광주 서을을 포함해 이번 선거에서 전패하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천 당선인은 문 대표를 꺾은 걸까.
천 당선인의 승리는 새정치연합 텃밭인 광주가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윤장현 후보(현 광주시장) 전략공천' 논란 속에서도 당의 깃발을 든 윤 시장이 당선됐듯, 광주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는 넘기 쉬운 산이 아니었다.
천 당선인은 이러한 분위기를 뒤엎고 무려 22%p 차이로 조 후보를 꺾었다.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에 압승했다'는 명분은 천 당선인을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세우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무소속 후보의 낙선도 야권 재편의 초점을 천 당선인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천정배, '호남 물갈이'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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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4·29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휴일을 맞아 굳히기에 나선 천정배 무소속 후보. 풍암호수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한 천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호 4번을 외치고 있다. 그는 유세에서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수도권이 밀리고 있는데 왜 여기 오느냐, 자기 줄세우려고, 천정배를 죽이려고 왔다"라고 비난하며 "대세는 결정됐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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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확정 직후 천 당선인은 '신당 창당 등 야권 재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선거운동 당시 스스로 밝혔듯 야권 재편을 위한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열리는 총선이 첫 시험대다. 총선 성적표를 받고난 후에야 천 당선인의 입지를 평가할 수 있고, 이번 선거에서 문 대표로 대변되는 새정치연합을 꺾었는지도 평가할 수 있다.
천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당장 일할 수 있는 인재를 100명도 넘게 안다"고 말해왔다. 자의든, 타의든 내년 총선을 앞둔 천 당선인 주위엔 많은 인사들이 모일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한 '호남 물갈이론'이 내년 총선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압승했다'는 천 당선인의 이력은 호남 지역 유력 인사와 유권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천 당선인 입장에선 야권 재편은 물론, '호남의 맹주'란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있을 총선 성적표가 중요하다.
천 당선인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호남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게 호남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며 "지역패권주의의 피해 지역인 호남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인물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