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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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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형님이라고 했는데, 요샌 시장님이라고 불러요."
"그럼 오늘부터 트기로 하죠, 그런데 내가 형이죠?"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늘부터 '호형호제' 하기로 했다.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남경필 토크 콘서트에서 생긴 일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이웃 지자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두 단체장은 평소 친한 관계로 알려졌던 대로 이날 콘서트에서도 친분을 과시했다.

콘서트는 당적과 지역을 넘어 다양한 이슈로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는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펼쳐졌다. 이들은 이철희 정치 평론가의 사회로 비가 내리는 중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은 수백 명의 청중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서두부터 박 시장은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연정'을 예로 들며 "싸우고 갈등하는 시대에 상대 당을 끌어안고 나아가려는 것은 온 국민이 좋게 평가할 것"이라고 추켜 세웠으며, 남 지사도 "너무 소탈해보여 시민이 친근감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시장의 '소통' 이미지를 부러워했다.

여야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기도 한 두 사람은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동질성을 확인했다.

"서울역 고가, 굉장한 명소 될 것" "광교신청사, 도민에게 선물"

최근 서울시가 주민 및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 남 지사는 "(이 사업의 모델인)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에 가보고 무릎을 치고는 우리나라도 이런 콘셉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박 시장이 발표하더라"며 "청계천 사업 때처럼 이해 관계만 조정되고 잘 만들어 놓으면 굉장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박 시장도 이를 받아 남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건립을 지원했다. "10년 전 경기도청에 가봤는데 그때 이미 낡아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단순히 도청만 옮기는 게 아니고 다양한 시설을 지어 도민에게 선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는 정부 여당의 노동 개혁에 박 시장은 "그런 효과가 있겠지만,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동 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가 패키지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 지사도 "어떤 정책 하나로만 되지 않더라"며 맞장구쳤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도 남 지사는 "역사는 획일화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박 시장은 "과거에 국정교과서 시대가 있었다가 오늘날 이렇게 자유롭게 됐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이해가 걸린 교통 문제에서만큼은 오늘 유일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남 지사는 "서울에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지금처럼 서서 가지 않으려면 버스가 좀 더 들어가야 하는데 서울시가 싫어 한다"며 "경기도민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서울시가 배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시장은 "경기도가 원하는 것을 다 허용하면 교통 혼잡과 대기질 악화 등 문제가 생겨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당역 사거리 등에 환승 센터를 만들어 (경기도민이) 웬만한 일은 거기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또 "교통에 관한 한 서로가 양보해서 수도권 교통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박 시장의 의견에 "나도 공약했던 내용"이라고 응수하며 "2층버스 도입, 환승 터미널 등에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이 많이 반대하는데 박 시장이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토크콘서트.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토크콘서트.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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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기 마칠 것"  "유도심문 안 넘어간다"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남 지사는 "나는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잘라 말했지만, 박 시장은 이전 토론회에서 반응했던 것처럼 "절대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남 지사는 "(박 시장이 대선에) 나갈 것 같다"면서도 "내가 혹시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 자리를 없앴으면 좋겠다, 생각이 있으시면 저보다 먼저 나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지금까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발전시켰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이제 대통령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당들이 연정해서 국정을 끌어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도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5년 단임제는 일할만 하면 레임덕이 온다"며 내각제 또는 4년 중임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에 가면 대통령과 질의응답을 하냐'는 질문에는 "국무회의에 가면 일방적으로 무엇을 통과시키기만 하고, 발언권이 있어도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 없더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또 대통령이 '뭐 도와드릴 거 없냐'는 얘기 안 하냐는 질문에는 남 지사의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 좀 해줘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남 지사는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거나 건 적 있냐'는 질문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토크콘서트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1시간 반 가량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토크콘서트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1시간 반 가량 열렸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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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남경필#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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