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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 법원·검찰 관련 소식 등 누구나 알아야 할 법률 정보를 소개하는 <간추려서 단번에 한 주간 법조계 소식>. 줄여서 <간단한 법> 14번째 이야기다.

① '종북 콘서트' 대통령, "손배책임없다" 왜?
②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경제민주화"
③ 4분간 차로로 행진한 대가는 가혹했다
④ 무기수 김신혜, 재심 개시됐지만 갈 길 멀다

① '종북 콘서트' 대통령, "손배 책임 없다" 왜?

방북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
▲ 황선-신은미 '종북몰이' 기자회견 방북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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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열었던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표현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황선씨는 "'종북콘서트' 등 허위 발언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 대통령 개인을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원고 패소였다.

먼저 발언 내용부터 살펴보자. 편견 없이 살펴보기 위해 실제 대통령이 발언할 영상을 직접 확인하여 그대로 옮겨보았다.

① 최근 소위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②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③ 지금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난 달 유엔총회 인권사회분과위에서 압도적으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대한민국에서 그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극히 편향되고 왜곡된 것입니다.

④ 우리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 모든 행위들은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서울중앙지법(민사36단독 남성민 판사)은 지난 20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왜 그랬을까. 먼저, 발언 중에서 ①과 ④는 단순한 의견 또는 논평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①에 나오는 '소위 종북콘서트'라는 표현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원은 "'소위'라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규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생긴 갈등수준에 대한 의견 또는 논평"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나머지 ②와 ③도 "허위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결론내리면서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법원은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회적 현안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 또는 논평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종북콘서트 발언'은 거짓도 아니고,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했기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 박 대통령은 신년인사에서 "통일이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을 경험한 민간인들이 시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편향되고 왜곡된" 종북콘서트로 규정한다면 통일을 구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둘째, 법원이 강조한 표현의 자유를 일반시민들도 대통령만큼 맘껏 누리고 있을까.

②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경제민주화"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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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영업 금지, 월 2회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의무휴업조항이 생기면서 촉발된 대형마트 영업규제 적법성 논쟁은 일단락됐다.

지자체들은 법률에 근거해 매월 2, 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오전 0~8시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자 대형마트들은 영업의 자유 침해,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은 지자체 쪽이, 2심은 대형마트 쪽이 승소한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19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뜻밖에도 대법원은 헌법 조항(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를 판결문에 등장시켰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헌법이 지향하는 것처럼 여러 경제주체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법률로써 어느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게 되더라도 그 제한이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인 수단에 의하고 있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경제주체는 이를 수인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대형마트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등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등의 공익을 위해서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또한 "소비자 이용 빈도가 낮은 심야 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만으로는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한 자치단체의 처분은 사익(영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익(경제민주화)을 지키려는 것이므로 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처럼 법원에서도 상생의 정신이 발휘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

③ 4분간 차로로 행진한 대가는 가혹했다

지난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대한문으로 거리 행진 중인 시민들.
 지난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대한문으로 거리 행진 중인 시민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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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아무개(24)씨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쌍용차대책위가 주최한 걷기 대회에 참석했다. 임씨는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충정로역 부근 고가차도 옆 도로에서 차로로 행진을 했다. 이 구간은 철길과 차도가 교차하는 곳이었는데 경찰은 "인도로 올라가라"고 요구했고, 임씨 등은 4분 만에 모두 인도로 올라갔다.

검찰은 4분간의 행진을 '차로 점거'로 보고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임씨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무죄로 판결했다. 1심과 2심은 ▲ 행진 구간이 철길과 인도가 교차하여 별도 인도가 없는 곳 부근이고 ▲ 경찰의 요구로 모두 인도로 올라갔으며 점거시간도 4분에 불과하며 ▲ 당시 차량 소통이 원활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제2부 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지난 17일 사건을 파기하고, 2심(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교통방해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되면 바로 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씨 등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로 인해 비록 단시간이나마 일반 차량의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한 고가차도 옆 도로에 차도와 구분된 인도가 설치된 부분도 있는 점, 집회참가자들이 모든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임씨가 4분간 차로로 행진한 대가는 가혹했다. 임씨는 2012년 사건으로, 지난 2014년부터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적어도 오는 2016년까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정도면 이미 처벌을 받은 것이 아닐까.

④ 무기수 김신혜, 재심 개시됐지만 갈 길 멀다

무기수 김신혜씨가 1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출석했다.
 무기수 김신혜씨가 1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출석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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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 혐의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씨가 15년 만에 다시 재판 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검찰의 항고로 실제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상당히 기간이 또다시 소요될 전망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형사1부 재판장 최창훈)은 지난 18일 김신혜 판결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지원장인 최창훈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직접 법정에서 선고했다. 통상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은 서면으로 당사자에게 통지되는 점에 비춰보면, 사건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다시 재판을 여는 절차를 말한다. 형사사건의 재심은 통상 법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는지부터 가리는 절차와 사건을 다시 재판하는 절차 2단계로 구분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일단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1단계 관문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형사사건에서 재심이 개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재심사유로는 증거 위조됐다거나 증인이 위증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때, 무죄 등을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이 있다.

해남지원이 인정한 재심사유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로, 형사소송법 420조 7호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경찰들이 김씨를 수사하면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허위 압수조서를 작성한 점과 현장검증을 거부하는 김씨를 영장 없이 강제로 이동하게 하면서 범행재연을 한 점이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의 변호인이 주장한 나머지 재심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 경찰이 수면제와 관련, 허위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주장 ▲ 김씨의 고모부가 위증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 김씨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 또는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피고인과 검찰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지난 20일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장을 냈다. 검찰로서는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를 한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재판을 열어 재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완도 도로 위에서 김씨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 피의자로 체포된 김씨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여 살인했다"며 기소했고, 법원도 지난 2001년 유죄(무기징역)를 확정했다. 김씨는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김신혜, #대형마트, #종북콘서트,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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