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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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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판교역 광장에서 경제단체들이 진행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천만인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경제·노동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직접 나서서 국회를 압박한 셈이다.

아마 이런 형태의 정치는 전무후무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박 대통령은 선거를 할 때도 늘 그러했다. 박근혜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며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죽했으면'이라는 정서를 아주 잘 이용한다. 안타까움과 동정의 정서는 모든 인간이 가진 보편적 정서다. 정책이나 합리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간결하고 명료하다. 부록처럼 정책이나 공약을 내세우긴 했다. 허나 그런 정책이나 공약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실효성을 갖는지, 그리고 무슨 철학으로 그런 정책을 만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김영삼에게는 '문민정부'라는 철학이 있었고, 김대중에게도 '국민의 정부'라는 철학이 있었다. 노무현에게는 '참여정부'라는 철학이 있었고 이명박에게는 '중도실용'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정책에 대한 평가를 떠나 대통령이 되어 어떤 가치를 실현코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브랜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철학·브랜드는 한 사람의 삶과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다. "나는 이러한 삶을 살았고, 이러한 가치를 실현해 보고자 합니다"하는 설득력이 있다. 선출직 정치인, 더구나 대통령쯤이나 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름 외에 이름 석자가 상징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그런 거 없어도 된다. 왜?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에게는 박근혜 자체가 철학이고 브랜드다. 안타까움과 '오죽했으면'같은 개인에 대한 정서가 정치인을 대표하게 되어 버렸다. 그녀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왜냐하면, 그가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추진하려는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나 장기적으로 어떠한 효과나 영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레 사장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했던 정책들이 그나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도실용'이라는, 꾸준히 내세우던 가치와 일관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그런 '일관성'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개인에 의존한 정치는 저런 서명운동을 낳았다.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던 것이다.

지지층'만' 결집시키는 박근혜식 통치

사실 지금의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계층에겐 '오죽했으면' 거리에 나오셨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뉴스를 보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이리도 추운날씨에 얼마나 위급하면 경제인들이 거리에 나섰겠느냐"며 기자들 앞에서 말씀하시는 걸 봤다.

이리도 추운 날씨에 진즉에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은 경제인들 말고도 차고 넘친다. 당장 소녀상 옆의 학생들, 수요집회의 할머니들, 세월호 유족은 진작에 거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통령에게 담장 밖의 사람일 뿐 '국민'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반대세력으로만 보일 뿐이다.

경제위기를 말하며 경제인들을 배경으로 삼아 캠페인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만들어 내는 것.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선거 때의 모습이다. 그렇다. 박 대통령에겐 모든 것이 선거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정책추진을 선거처럼 하는 게 좋은 모습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은 정책답게 추진해야 한다. 많은 국민을 설득하고 국회와의 소통을 통해 당위성을 얻어야 한다. 오바마가 보건정책을 추진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을 불러 직접 대화를 나누고 설득한 일화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한다.

물론 저런 정책의 선거화는 자신에겐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정치인가? 조선일보조차도 대통령과 야당과의 소통을 말하는 정국이다.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면 그 자리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 경제인이란 사람들이 언제부터 '민생'에 그리 관심이 있었나. 흡사 군주옹립식과도 같은 이런 전근대적 모습이 2016년을 활짝 여는 첫 행보다. 그리고 아직 2년 남았다.


#박근혜#박근혜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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