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겨울입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보낸 때문인지 몸을 웅크리게 하는 추위가 더더욱 낯설게 느껴집니다. 충북 영동 천태산에 있는 영국사 앞에는 천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한 아름, 두 아름, 세 아름…. 잔뜩 아름을 벌려 그 크기를 재보지만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노랗던 단풍잎 다 떨치고, 탱글탱글 영근 은행 알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는 은행 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밀을 알고 있겠지만 은행나무는 말이 없고 마음만 서성입니다. 꽁꽁 언 얼음에 비춘 연잎, 파란하늘에 매달린 감, 빨갛게 물든 단풍, 구도자의 마음처럼 가지런한 기왓장…
가을은 그렇게 가고, 겨울은 이렇고 오고 있었습니다. 가는 가을을 스케치하고, 오는 겨울을 마중하는 마음에 겨우살이 한 포기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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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름, 두 아름, 세 아름.... 굵기를 재기가 힘듭니다. |
ⓒ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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