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국민은행 본점.
 KB국민은행 본점.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KB국민은행이 9천여억 원을 들여 매입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을 매각한다. 사실상 투자액 전부를 손해 봤다. 300조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이지만 9년 간 유지하던 해외 지분을 털어내는 것은 꽤 뼈아프다.

'장기적으로 은행에 도움을 주는 투자'라고 호언장담했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해당 투자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고 BCC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안건을 올릴 방침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해 1분기 내 주식양수도계약을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해외은행 1~2곳을 상대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BCC 지분 41.9%(우선주 포함)를 9541억 원에 사들였었다. 당시 BCC는 카자흐스탄의 5위권 은행이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BCC의 장부가를 지난해 말 1000원으로 기재해 대부분의 투자액을 사실상 손실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9월 서울 중앙지검에 강정원 전 행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 전 행장이 삼정회계법인, 법무법인 세종과 공모해 BCC은행에 출자하면서 실사조차 하지 않고 입찰 해 손실을 야기했다는 게 골자다.

BCC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데 당시 부동산 값 폭락으로 반드시 실사를 해야 하고, 실사할 경우 평가가치 하락이 명백해 고가 매입을 위해 고의로 실사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량채권 인수하며 시가보다 높게...예견된 부실

이사회의 태도도 꼬집었다.

이사회는 은행업 및 감독규정 등에 따라 BCC은행의 2007년 해외 신용평가 등급을 파악해 투자대상인지 확인하고, 정밀 실사를 통해 손실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BCC은행의 경우 2007년도 무디스의 평가 등급이 Ba1이고, 피치 IBCA의 평가 등급이 BB-이므로 투자등급 미만에 해당해 투자할 수 없었다고 투기자본감시센터 쪽은 설명했다.

불량채권을 인수할 경우에는 장부가의 수십 퍼센트를 할인한 가격으로 매수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가보다 무려 700% 이상 높은 가격으로 인수했다고 센터 쪽은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에 1조 원 손해를 초래하고 BCC 주주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주장이다.

센터 쪽에선 이에 대한 배경으로 최동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강정원 전 행장을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 소개해 서울은행장과 국민은행장에 선임되게 하고 최 전 부행장도 부행장을 역임한 점을 언급했다.

2007년 3월 최 전 부행장이 갑자기 사임한 이후 1년 뒤 BCC의 상임이사가 됐는데 그동안 BCC 인수를 추진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센터 쪽은 주장했다. 강정원 전 행장은 BCC은행 인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지난 2010년에 물러났다.

있을 수 없는 일... 고의성 있는 것

강 전 행장은 2009년 기자간담회 당시 "경기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 카자흐스탄의 성장률은 우리나라보다 빠를 것"이라며 "그 때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은 국민은행에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은행에 도움을 주는 투자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이 카자흐스탄의 컨트리리스크를 25위로, 21위인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석했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해외진출 실패 사례로 꼽힐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당시 BCC은행의 신용등급 등 기초 정보만 살펴봐도 이 같은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최동수, 강정원 모두 김앤장 인사인데 이와 가까운 세종에 컨설팅을 맡기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정크펀드를 7배나 프리미엄 주고 금융위기 당시에 산 것은 고의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CC 당시에는 중동 지역에 투자 여력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 관련 성공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캄보디아 모바일뱅크, 캐피탈의 경우 자동차 등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국민은행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