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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소비자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소비자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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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과를 받았는데 기분이 더 언짢은 경우가 있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가 14일 내놓은 해명을 보는 유권자들의 심경이 그렇습니다.

공보실 알림에 그가 올린 글 중 '사과'부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제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당시) 비서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더욱 엄격해지겠습니다."

이건 사과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김미경씨의 사과가 왜 부적절한지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시인'없는 사과

가장 큰 문제는, 안철수씨의 보좌관들에게 사적인 업무를 맡긴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가 돌연 '사과'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아닌 척 잡아뗐다가 결국에 사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 하루이틀 보는 것은 아니니 일단 여기까지야 그렇다 칩시다.

문제는 그 중간에, 자신의 잘못에 대한 '시인'이 빠져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현재 대다수 언론들은 김씨가 보좌관을 사적인 용도로 부린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의 기본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스스로 자각하고 그것을 시인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 없는 사과는 '사실상 시인'은 될지 몰라도 '제대로 된 사과'는 될 수가 없습니다.

13일 JTBC는 안철수 후보의 보좌관이었던 어느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보도합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적어도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먼저 밝히는 것이 사람의 도리입니다.

국민은 '심려'하지 않는다, 분노한다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 부분 또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 의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두루뭉수리답변을 김 씨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활동'이라니요. 결정적으로, '심려'라는 단어 선택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김미경씨는, 심려를 끼쳐 미안한 마음은 안철수 후보에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유치원 발언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미온적 태도 등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데, 아내로서 정말 '우려스러운'상황 하나를 더 안겨준 셈이 됐으니까요.

유권자인 우리는 '심려'가 아닌 '분노'를 하고 있습니다. 우린 청와대 행정관을 자신의 비서처럼 부리는 CCTV화면에 크게 놀랐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이번 대선이 치러지게 된 이유도 어쩌면 그 분노가 출발점인지 모릅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모두 나가지 않았다,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고 자부하는 후보가, 자신의 권력을 최측근이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애초에 비서진 업무 아닌데... 비서진 업무과중?

결정적으로, 비서진들에게 비서진의 업무가 아닌 것을 시켜놓고는 '비서진에게 업무 부담을 줬다'고 표현한 지점에서, 저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일전에 안철수 후보가 탈모인을 희화화하는 농담을 했다가 정말 진지하게 마음이 상하신 분들이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직장인으로서, 김 씨의 발언을 듣고는 상사 이사에 동원됐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쑥 화가 나더군요. 공인의 실언이 지극히 사적인 분노로 전환되는 순간이 어떤 것인지 공감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미경씨, 당신이 보좌진들에게 시킨 일은 보좌진의 업무가 아니므로, '보좌진의 업무 과중'이라는 당신의 표현은 틀렸습니다.

아울러 '그러라고 준 권력이 아닌 걸 그렇게 쓰신' 바람에 탄핵되신 분이 오늘 방에 벽지 새로 바르셨다 한창 혼나고 계시는데, 아직 그 권력 손에 넣지도 않으신 분의 최측근께서 이러고 계시니 유권자로서 기가 찹니다.

안 후보와 김씨에게 필요한 것은 '시인'과 '약속'

안철수씨 보좌관들은 유난히 자주 그만두었다고들 하죠. 거기에 이런 뒷배경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사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본인의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못이 우리 모두를 분노케했던 국정의 농단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또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근로외의 것을 하도록 지시하는 관행을 솔선해 끊겠다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린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심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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