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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국민을 위해 반드시 이기겠다. 국민이 승리한다"고 대선승리를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국민을 위해 반드시 이기겠다. 국민이 승리한다"고 대선승리를 다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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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작년 총선 때는 제가 수도권에 출마하면서 제 지역구 돌보지 못하고 전국유세를 다녔습니다. 지역구는 지역 주민들에게 운명을 맡겼는데, 그때 제 지역구는 제 아내가 강의도 하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주민들 손을 잡고 호소했고, 저도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안철수 후보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4일 저녁 <TV조선>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가 마련한 '2017 대선후보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앞서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보좌관의 사적 동원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에 대한 질문에 안 후보는 위와 같이 답했다. 그의 미안한 마음은 '보좌진'도, '국민들'도 아닌 아내 김미경 교수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어 보좌진이 20명 넘게 안 후보를 떠났다는 질문에 안 후보는 "그 보좌관들 중에서 당을 만들면서 당 정무직 보좌관으로 많이 갔다"며 "일괄적으로다 떠났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미경 교수가 사과까지 한 보좌관 관련 질문에 대한 안 후보의 답은 이게 전부였다. 김미경 교수와의 서울대 동반 채용 의혹 역시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한 안 후보의 심중은 이 답변에서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용비리나 취업비리는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정치권력으로 외압을 사용해서 취업되게 하거나 돈으로 매수하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때 제가 카이스트 교수였습니다. 제가 압력을 서울대에 행사했겠습니까, 심사위원들을 돈으로 매수했겠습니까. 이미 임용 과정은 2012년 국감에서 낱낱이 새누리당에서 다 파헤쳤다. 정말 큰 문제는 정치적인 실권을 가진 사람이 아드님에 대한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풀어야 한다."

"어느 날 일어나 보면 안철수 조폭, 그 다음날 일어나 보면 안철수 신천지, 그 다음날은 안철수 딸, 안철수 부인. 이게 뭡니까. 어이가 없습니다." 

비서진 사적 동원 논란, 진짜 대수롭지 않은 건가

비리도, 외압도 없었다고 했다. '문재인 아들' 채용 논란이 더 큰 의혹이라고 맞받았다. '안철수 부인' 논란은 여타 네거티브와 다를 바 없다는 투였다. 이렇게 안 후보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특히 김미경 교수가 보좌관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과까지 한 마당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는 동문서답에 가까운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날 JTBC <뉴스룸>이 후속 보도를 하면서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번지며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래는 <뉴스룸>의 "안철수, 부인 의혹에 관여 정황…메시지 확인" 리포트의 내용 중 일부다.

"안철수 후보가 2015년 한 비서진에게 보낸 메신저입니다. '김미경 교수의 글 교정을 부탁한다'며 '26페이지 분량을 오늘 내로 해달라'고 말합니다.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오전 8시 45분. 2분 뒤 안 후보는 비서진에게 '원고 교정 부탁'이란 제목의 메일을 보냅니다. 원고는 의원실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학교 연구 자료였습니다. 비서진은 처음 보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교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기억했습니다.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의원실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는 걸 안 후보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김 교수 지원을 직접 지시하기도 한 겁니다. 전직 의원실 관계자는 '직원들이 김미경 교수가 사적인 일을 시키는 문제에 대해 안 후보에게 여러 번 지적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요구에도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안 후보 역시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학교 연구 자료의 교정을 의원실 직원에게 지시했고, 의원실 직원들이 여러 번 김미경 교수가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해 지적을 했지만 개선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의원실 관계자는 안 후보가 "부인이 나를 위해서 보좌의 차원으로 한 건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투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안 후보의 전직 의원실 관계자들은 김 교수가 장보는 일, 김 교수의 인감증명서 발급, 명절 선물(음식물) 포장 등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앞선 13일 <뉴스룸>은 <안철수 의원실 보좌진에… "김미경, 여러 사적인 일 지시">란 리포트를 통해 김미경 교수가 의원실 보좌진에게 기차표 예매, 본인 강의 일정과 자료 검토, 강의 아이디어 제공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자들 질문 피한 안철수 후보, 논란 왜 키우나

이와 관련, 박광온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후보 공보단장은 14일 "한 번도 서민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한 안 후보 부부의 '갑질'과 공적마인드 부재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며 공세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캠프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편 14일 기자들과 만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민주당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특별 채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JTBC의 후속 보도 이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대 '1+1' 채용 의혹도 같은 맥락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 팽팽하다. 의원의 배우자가 유세나 의정 활동을 돕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핵심은 오랜 교수 생활에 익숙한 안 후보와 김 교수가 의원실 비서진을 마치 (대학 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처우와 관련해)대학원생 다루듯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일 터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단적으로, JTBC가 13일 공개한 김 교수의 이메일이 그러하다. 남편의 의정 활동을 돕는 아내가 그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보좌진에게 정당한 요구를 했다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반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인 2014년 12월 24일 오후 7시 30분경에 구구절절 업무에 관련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장보기와 같은 사적인 일을 시킨 것에 대해서도 "비서진은 응당 그럴 수 있다"와 "사적인 일에 비서진을 동원하는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으로 나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제 19대 대통령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이다. 김 교수의 비서진 사적 동원 논란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지점이다.

안 후보는 유감일지 모르지만, 이번 논란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특혜'는 물론 측근 정치에 대해서도 민감할 대로 민감해져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불통'인데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그러한 국정운영이 불러 놓은 참사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 바 있다. 또한 이번 비서진 사적 동원 논란은 결국 안 후보와 김 교수가 일반 국민과 유권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해명할 게 있으면 해명해야 한다. 단순히 앙심을 품은 과거 직원들이 반대 캠프에 놀아난 분풀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이 정도를 네거티브로 치부한다면 더 한 검증은 어떻게 버티실 건가. 부디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안철수 후보가 직접 나서시길 권유하는 바다. 더욱이, 완전히 '사적'인 일이라기보다 의원실에서 불거진 '공적'인 문제 아닌가. 이번 논란이 정말 부인에게만 "미안한" 일인가 돌아볼 일이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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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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