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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나무 숲에서 캠핑하며 즐기는 록음악 페스티벌
 편백나무 숲에서 캠핑하며 즐기는 록음악 페스티벌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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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선배의 페이스북에서 상관 편백나무 숲에서 6월 3일부터 5일까지 록페스티벌이 열린다는 포스팅을 봤다. 숲속에서의 콘서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상관에 달려갔다. 상관 편백나무 숲은 완주-순천 고속도로 상관IC로 나가면 바로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하는 순간 길이 너무 좁아서 차들이 교행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인내하고 양보해야만 했다. 편백나무 숲의 명성에 비하면 도로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관 편백나무 숲에 도착하니 나무 향이 가득했고, 음악이 숲에 넘치고 있었다. 음악과 향이 어우러진 멋진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리를 따라 숲길을 걸어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 외국인들을 만났다. 대만에서 왔다고 했다. 전날 공연을 하고 오늘은 숲과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단다. 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서 인지 바로 숲 입구에 도착했다.

휴게소 옆에는 퍼플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내가 도착한 오후 6시 경에 공연이 막 끝이 났다. 민가와 가까워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해가 지면 공연을 안 하는 모양이다. 배려하는 마음, 상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쉽지만 아직 남아있는 5개의 스테이지를 기대하며 숲길로 접어들었다. '치유의 숲' 입구에 편백나무 숲이 사유지임을 명시한 푯말을 보았다. 편백나무 숲이 완주군 군유림이거나 국유림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상관 편백나무 숲은 사유지였다.

초입에 설치된 핑크 스테이지에는 공연 중이었다. 스테이지 아래엔 밥 차가 있어서 스태프와 공연하는 밴드는 무료로 식사를 하고 일반인은 3000원에 식권을 구입해 식사를 할 수 있다. 스테이지 주변에는 다양한 수공예품, 카페 그리고 간식을 판매하는 부스가 설치돼 있다. 규모 있게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첫인상이 좋으니 왠지 다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다음 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둥. 둥. 둥. 드럼소리에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흥에 겨워 저절로 어깨춤이 춰졌다.

"이래서 남는 게 있겠어요?"

 길수네 책방 김길수씨와 이재규씨
책방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끝내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길수네 책방 김길수씨와 이재규씨 책방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끝내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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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나무 숲에서 캠핑하며 록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린블루 뮤직페스티벌
 편백나무 숲에서 캠핑하며 록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린블루 뮤직페스티벌
ⓒ 이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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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테이지는 그린 스테이지이다. 가장 인상적인 무대였다. 공연한 밴드의 음악도 좋았지만 무대와 객석이 신선했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를 배경으로 한 무대와 객석. 이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자연과 어우러진 무대가 너무나 큰 감동을 선물하였다. 참 좋다. 축제 기획자가 궁금하였다. 자연과 음악과 나무향기가 어우러진 축제를 만들어낸 창의성이 존경스러워 만나보고 싶었다.

그린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메인스테이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다. 지나는 사람 모두를 무조건 오라고 붙잡는다. 무주에서 직접 재배한 도라지와 더덕이라며 삼겹살에 싸서 입에 넣어줬다. 이미 일본 밴드 일행은 삼겹살에 빠져 있었다. 3일(토요일) 공연 최고의 히트 맴버들이라며 같이 사진을 찍으신다. 어릴 적 동네잔치 때 느끼던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밴드 리더에게 어떻게 알고 이곳에 왔는지 물었다. 페이스북으로 초대를 받았고 회사에서 경비를 대줘서 오게 됐단다. 삼겹살이 너무 맛있고 숲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관객만 힐링하는 게 아니고 참가한 밴드도 힐링을 하는 축제다.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은 '길수네 책방'. 특이하게도 길수네 책방은 음료도 책도 무료이다. 대신 후원금을 받는다. 받은 후원금은 그린 스테이지의 무대와 객석을 만드는 데 사용한단다. "그래서 남는 게 있겠어요?"라고 묻자 "지속 가능하게 재미있게 놀면 되지요"라며 길수씨가 웃는다.

3개의 스테이지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해줬다. 상관 편백나무 힐링의 숲에서 열리고 있는 그린블루 뮤직페스티벌은 참여하는 밴드나 관객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같이 삼겹살을 먹는 한국말을 나보다 더 잘하는 외국인은 40대처럼 보이는데 71세라고 하였다. 35년째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있단다. 아직도 여행 중이란다. 모두가 축제를 마음으로부터 즐기고 있었다.

지속 가능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

 한창 저녁공연을 준비 중인 그린블루뮤직페스티벌 기획자 박인열씨와 자원봉사자
 한창 저녁공연을 준비 중인 그린블루뮤직페스티벌 기획자 박인열씨와 자원봉사자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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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파티 토요일 공연한 일보의 메탈그룹 "Disqualia"맴버들과 35년째 한국여행 중인 할아버지 그리고 길수네 책방
▲ 삼겹살 파티 토요일 공연한 일보의 메탈그룹 "Disqualia"맴버들과 35년째 한국여행 중인 할아버지 그리고 길수네 책방
ⓒ 이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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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천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한 곳에서 4명의 외국인들이 밥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참여한 밴드일거라 생각 하여 밴드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함평에서 영어 교사를 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에서 페스티벌 소식을 보고 참여했단다. 너무너무 멋진 공연이고 아름다운 숲이라 만족한다고 했다. 월요일 출근해야 해서 저녁을 해먹고 떠날 거라며 텐트를 정리했다.

본부석 근처엔 수제 햄버거를 파는 푸드 트럭이 있었다. 청년 둘이서 열심히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완주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푸드 트럭이라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물었더니 토요일(3일)은 별로였는데 일요일(4일)은 장사가 좀 됐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허가 절차가 복잡하여 허가 받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축제가 있는 곳들만 찾아다니면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피력했다. 어렵지만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열심히 현수막을 설치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분에게 축제 주최자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더니 본인이 주최자라고 했다. 혼자 기획하고 밴드 섭외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페스티벌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재정이 없어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온라인에 인디밴드 카페를 운영 중인데 인디밴드들의 소풍을 꿈꾸며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침낭과 세면도구만 갖고 오면 끝

 캠핑하며 즐기는 록음악의 매력
 캠핑하며 즐기는 록음악의 매력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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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나무 숲에서 즐기는 록음악
 편백나무 숲에서 즐기는 록음악
ⓒ 이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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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블루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3회째다. 첫회는 이서 물고기 마을에서 했고 2회는 완주에서 장소를 찾지 못해 김제에서 치렀다. 다행히 올해는 상관 편백나무 숲지기들과 연결이 돼 다시 완주에서 하게 됐다. 참여한 밴드는 우리나라 밴드가 56개, 대만·일본·프랑스에서 온 밴드가 11개까지 총 67개 밴드이다. 주최 측에 예산이 없어 교통비도 주지 못했는데 참여한 밴드는 모두 자신들이 경비를 부담해서 왔다.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의 진행 스태프도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편백나무 숲지기들과 주변 펜션 사장님들이다. 숲지기들은 페스티벌 장소를 무료로 임대를 해줬을 뿐만 아니라 숙박하는 관객을 위해서 2, 3인용 텐트 100여 개를 설치해줬고, 주변 펜션 사장님들은 무료로 방을 2개씩 내 주셔서 외국에서 참가한 밴드들의 숙박을 해결할 수 있었다. 편백나무 숲 숲지기들도, 펜션 사장님들도 무엇보다 주최하고 있는 박인열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축제를 만들어간다면 조만간 한국에서 제일 핫(HOT)한 축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박 3일간 낮 공연은 무료이고 밤에 레드와 블루 스테이지에서 하는 공연만 유료다. 낮에는 6개의 스테이지에서 하는 모든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사실 밤 공연도 마음만 먹으면 그냥 무료로 볼 수 있다. 입장을 확인하고 체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허술해서 도무지 이윤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텐트는 1박 2일에 6만 원, 2박 3일엔 8만 원으로 개인은 침낭과 세면도구만 가지고 오면 숲 속에서 캠핑과 음악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린블루 뮤직페스티벌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장사를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많은 축제들에서 질리도록 보는 천박한 상술이 이곳엔 없다. 그래서 더 편안하고 더 즐겁다.

인디밴드들의 소풍을 꿈꾸는 사람과 숲에서 지속가능한 재미있는 놀거리를 찾는 숲지기들 그리고 상생을 꿈꾸는 마을 사람들이 있어서 그린블루 뮤직페스티벌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하나 되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다양성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더 큰 기쁨과 즐거움으로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상생을 위한 배려가 숲의 에너지와 어우러져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줬다.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행복한 밤이다.

월요일(5일) 페스티벌이 끝나도 상관 편백나무 숲에 가면 지속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다. 6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 그린 스테이지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을엔 이번 뮤직 페스티벌을 주최한 박인열씨가 연출하는 언플러그드 뮤직 페스티벌이 준비 중이란다. 올해는 상관 편백나무 숲에서 편백 향기와 음악 그리고 사람들에 취해서 힐링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왠지 상관 편백나무 숲에 자주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덧붙이는 글 | http://wanjublog.com/221023287224
완주군 공식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그린블루뮤직페스티벌#상관편백나무숲#록음악페스티벌#캠핑과 뮤직페스티벌#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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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 인문학이란 저평가 되어 있는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발굴, 개발하여 스토리텔링 하는일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방법을 찾아서 더 행복한 지역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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