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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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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버스 기사들은 매일 존다."

버스 노동자가 한 말이다. 최근 대형버스 졸음 사고가 잦은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지부장 김병기, 아래 공공운수노조)가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휴게시간 보장'과 '안전무시·법규위반 엄벌'을 촉구했다.

대형버스 졸음 사고가 잦다. 지난 5월 11일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에서 대형버스 졸음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부근에서 광역시외버스의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년 전 이날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버스 참사로 4명이 사망하고, 3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버스 노동자들은 봉평터널 사고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한 시내버스 6월 근무현황, 30%가 28일 이상 근무

시내·시외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김해지역 한 시내버스 회사의 '6월 승무직 근무현황'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기사 185명이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30일 근무는 6명, 28일 이상 근무자는 56명으로 전체 30%다. 상당수 운전기사는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는 대개 오전 4시 2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2시까지 운행하기도 한다. 버스 2대당 운전기사 2명 이상이 배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기사가 부족해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해 한 시내버스 업체의 6월 근무현황.
 김해 한 시내버스 업체의 6월 근무현황.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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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곱배기 근무'도 한다. 버스 노동자들은 "새벽 1~2시경에 마칠 경우 그날 아침 일찍부터 운행하는 버스를 몰기도 한다. 이런 사례를 '곱배기 근무'라 한다"고 했다.

또 버스노동자들은 "버스 기사들은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없는 구조다"거나 "여름 휴가는 생각도 못한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특히 일요일과 월요일 아침 버스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시내버스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는 "운전기사 1명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약정 근로시간으로 정하여 하루 종일 운전하고, 다음 날 쉬고 다시 그 다음 날 하루 종일 운전하는 형태인 한 달 15일 만근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1년 365일 쉼없이 운전하여 장시간, 과로운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 했다.

이들은 "운전자를 버스 한 대당 최소 2명 이상 고용하여야 하나, 절대 부족하게 운전자를 고용하여 하루 종일 운전한 버스 노동자가 쉬지도 못하고 연속 3일 이상 하루 15시간 강제 근로해야 하는 경우로 법규 위반, 졸음 운전 유발 등 사고 위험을 높이고 실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시외버스와 관련해, 이들은 "노사 약정으로 하루 10시간 운전하고 있으나, 실제로 출근에서 퇴근까지 회사에서 대기 시간을 포함하여 15시간 이상 회사에 근무하면서 월 21일 만근제를 채택하나, 인원 부족을 핑계로 26일 이상 운전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은 "일부 운전자는 전날 종료와 다음 날 첫 운행시 8시간 휴게 시간을 갖지 못하여 장거리 운행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우려가 높고, 휴게실을 갖추지 못한 회사도 일부 있어 운전자들이 운행종료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공공운수노조는 "고속도로 운행시 입석금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선운행 강행", "자동차전용도로 운행시 전 탑승객 안전벨트 의무 착용인데 위반", "운행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불이익" 등이 있다고 했다.

단체협약 위반 사례도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으나 대부분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있으며, 주무관청인 고용노동부는 개선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버스 안전 책임지는 운전노동자 휴게시간 보장하라"

 김병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장이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김병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장이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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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경남에만 시내·시외·전세버스 7000여 대의 영업용 대형버스가 등록되어 운행하고 있다"며 "버스는 오로지 운전노동자에 의해 전적으로 그 안전이 책임지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결국 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해야 버스 운행은 자연스럽게 안전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안전은커녕 위험하기 짝이 없으며, 운전자 자신 또한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과로로 졸음운전은 물론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하다"며 "업체들은 안전한 버스 운행을 위해 적정 운전 인원을 확보해야 함에도 온갖 핑계로 운전 인원을 적게 고용하여, 운전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주휴일도 쉬지 못하고 연차휴가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여객운수사업법이 개정되어 버스 운전자의 휴게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는 "법 개정이 되었지만, 대다수 서브 사업장은 개정된 법령을 무시하면서 안전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영업 이윤을 위해 법을 위반해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버스 안전운행을 위한 버스노동자 휴게시간 보장", "버스 노동자 임금을 현실화하고 노동 환경 개선", "업체에 대한 안전 특별점검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법령 위반 업체에 대해 엄벌하고 보조금 지급 중단", "버스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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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시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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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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