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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고개를 하는 것 같았다. 또는 정두언 전 의원이 말한 대로 취조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손석희 앵커는 집요하게 캐물었다. 7분 50초 후 '경천동지'의 실체가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직계 가족 누군가가 불법 자금을 받았다?

적어도 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드러난 결론은 그러했다.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세 번 벌어졌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정 전 의원이 손 앵커와 마주 앉았다. 그 실황을 복기해봤다.

"대선 당락 바꿀 정도의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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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 실 소유주 문제라든가 아니면 특활비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이만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씀이잖아요?
"그럴 수 있죠."

- 당락을 바꿀 정도였다면.
"본선 포함해서."

이어 본격적으로 선문답 같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일단 손 앵커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냐'는 질문을 던졌고, 정 전 의원은 "돈도 관련이 되고, 법에 위배되는 일이겠죠"라고 답했다. 곧바로 손 앵커가 '사람이 관련돼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이 관련이 돼 있다"는 답과 함께 "불법적인 일이었으니 부정선거가 되겠죠"란 말이 이어졌다. 잠시 후 손 앵커는 이런 질문을 툭 던졌다.

- 그러면 돈을 잘못 썼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뭐, 그런 얘기죠. 잘못 받았을 수도 있고."

- 잘못 받았다?
"뭐, 그럴 수도 있고."

하지만 손 앵커는 이미 '잘못 받았다'는 쪽으로 심증을 굳힌 듯 했다. 바로 "어디로부터요?"란 질문이 튀어나왔다. 정 전 의원은 "그렇게 되면 구체적으로 들어가잖아요"라며 "가급적 무덤까지 묻고 갈 생각"이라고 입을 닫으려 했다. 손 앵커는 멈추지 않았다. '누가 받았느냐'로 화제를 전환했다.

손석희 "직계가족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상황"

23일 오후 JTBC <뉴스룸>을 통해 방영된 정두언 전 의원 인터뷰
 23일 오후 JTBC <뉴스룸>을 통해 방영된 정두언 전 의원 인터뷰
ⓒ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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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에서 벌어진 일을 수습하다 들어간 돈입니까? 아니면 내부에서 벌어진 일입니까?
"아니, 이제, 그런 일이 벌어지다 보면, 또 수습을 해야 되니까, 또 돈이 들어가고 그러겠죠."

- 그러면 이명박 당시 후보의 개인적인 문제입니까.
"후보측의 문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후보측이라 하면, 다른 사람도 포함이 됩니까?
"뭐 가족도 포함되겠죠."

- 예, 형제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제까지는, 너무 구체적으로, 계속 물어보시는데, 뭐 그 정도로 하겠습니다."

- 음, 형제까지는 포함이 된다.
"형제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 아닙니까?
"네."

그러자 손 앵커는 "직계가족으로 얘기가 수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걸 막으려고 했다는 말씀이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정 전 의원은 "위험한 일을 제가 많이 했죠"라고 했다. 다시 손 앵커가 "직접 나서서 수습을 하셨겠네요"라고 묻자 정 전 의원은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했다.

"대선 본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측에서 실수"

정두언 전 의원(2016년 자료사진)
 정두언 전 의원(2016년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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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본선에서까지 얘기가 될 뻔했다, 그런 말씀이시잖아요?
"아니 본선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거죠."

- 예, 그 일이 뭔지는 모르겠는데요. 쭉 지속됐던 일이 본선에서 불거질 뻔한 겁니까, 아니면 본선 과정에서만 생긴 겁니까.
"갑자기 불거진 거죠."

- 그렇습니까? 누가 문제를 제기했습니까?
"제기를 한 게 아니라 실수를 한 거죠. 이명박 후보측에서."

- 이명박 후보 본인이?
"네, 본인 포함해서."

- 본인 포함해서 직계가?
"예. 마치 지금 검찰에서 취조 당하는 것처럼 느껴져 가지고(웃음)."

이제까지 정 전 의원의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당락을 바꿀 정도의 불법적인 일이 있었으며,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는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직계 가족(부인 김윤옥씨와 1남 3녀) 여섯 명 중 한 사람이다. 그 중 누군가 돈을 잘못 받았으며, 그 일을 무마한 이가 바로 정두언 전 의원이다.

여기에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전 의원이 했던 이야기 하나를 보태면 "그 일의 후유증은 대통령 당선 후까지 갔다".


태그:#정두언, #정두언 경천동지, #경천동지, #손석희,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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