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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대란은 예견되었다

아파트에 붙은 비닐류 수거 중단 공고문
▲ 공고문 아파트에 붙은 비닐류 수거 중단 공고문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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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부터 3월 말 사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논란의 시작인 공고문이 붙기 시작했다. 공고문의 내용은 4월 1일부터 폐기물 관리 규정 변경으로 선별장에서 비닐류 반입이 금지되니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분리수거하던 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그냥 쓰레기가 되는 것이고 분리수거 정책의 후퇴를 가져 올 것이 분명했다. 비닐과 스티로폼의 분리수거 중단 문제로 시작된 비닐 대란은 페트병과 폐지로 번지며 폐기물 대란으로 불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계약구조의 차이 때문이다. 단독주택은 지자체가 직접 계약한 분리수거 업체에서 폐기물을 처리하여 재활용 판매비용을 지자체의 예산으로 잡는다.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 경제 부분으로 판단하여 관여하지 않는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나 부녀회가 개별적으로 분리수거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재활용 판매 비용을 아파트 운영 수익금으로 활용한다. 분리수거 업체들은 폐비닐과 스티로폼이 가치가 없어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의류나 폐지, 폐플라스틱을 가져가면서 한꺼번에 수거해주는 형식으로 그동안 운영하였다.

폐기물 대란은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라 예견된 것이었다. 사실 2016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저유가 영향으로 빈페트병 가격이 급락했다. 가격의 문제로 마진이 남지 않자 분리수거 업체들이 수집을 꺼려했다. 그리고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는 빈페트병을 종량제 봉투에 폐기하라는 공고문을 붙였었다. 또 작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단가 폭락으로 재활용 민간업체의 적자운영 구조가 심화되어 쓰레기 대란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중국이 올 1월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을 실시하면서 중국으로 폐기물을 수출했던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폐기물 국내 수입이 증가하였다. 국내 폐기물 수입량의 증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단가 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분리수거 재활용 시장의 고충을 가중시켰다. 분리수거 업체들은 유가성이 담보되던 폐플라스틱의 가격 하락과 폐기물 수입량 증가로 처리비용부담 및 선별문제를 들어 그냥 처리해주던 폐비닐과 스티로폼을 더 이상 수거해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은 도화선에 불씨를 붙인 역할을 했다.

재활용 선진국의 두 얼굴

홍대입구역 버스정류장에 버려진 일회용컵과 빨대들
▲ 버려진 일회용컵, 빨대 홍대입구역 버스정류장에 버려진 일회용컵과 빨대들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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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수수료를 내는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제도를 도입해 시행하였다. 2003년부터는 생활폐기물로 배출되는 포장재 및 제품을 대상으로 생산자에게 출고량 대비 일정 비율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하 EPR 제도)를 시행해왔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의 10년 성과로 포장재 재활용률이 80%에 육박하고 약 3조6천억 원의 경제적 편익을 창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활용 선진국으로 해외에 비치면서 스리랑카, 필리핀, 베트남 등 아태지역에서도 재활용품 분리수거 제도를 배우고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국내를 많이 찾고 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인 것은 분명 자랑스럽다. 하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재활용품들,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량 증가로 여전히 폐기물 관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재활용을 잘 하는 나라이자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리수거 제도 같이 좋은 정책이 마련되었으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편의를 목적으로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해왔고 시민들도 선택의 제한과 편의를 위해 소비해왔다.

시민들한테 제대로 된 분리수거 방법을 교육하고 홍보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페트병의 라벨과 뚜껑 분리, 음식물이 묻은 것은 깨끗이 세척하거나 오염이 심하면 종량제 봉투에 폐기, 박스는 테이프와 운송장을 제거하는 방법 등을 잘 모르게 현실이다.

비닐류는 분리배출해도 그 속에 다른 쓰레기가 있어 70%나 재활용이 되지 못했다. 오염된 비닐류는 매립 혹은 소각되거나 선별장에서 다시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선별하는 작업이 추가되어 처리 비용이 늘어난다.

비닐류와 스티로폼 수거 중단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일자, 환경부는 지난 2일 전국 48개 선별업체를 만나 빠른 움직임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도권 재활용업체의 잔재물 처리를 공공소각장에서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비용도 민간처리업체 대비 처리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제시한 공공소각장 처리 대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이미 수도권 공공소각장이 포화상태이거나 포화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부가 2018년부터 생활폐기물 제로화를 목표로 도입하는 폐기물처분부담금제도(폐기물 소각 및 매립시 부담금을 부과)와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또한 수거업체와 논의해 정상수거 하기로 했다며 재활용 가능한 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버릴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안내도 했다. 그러나 선별업체가 아닌 수거업체와는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현장에서의 반응은 너무 달랐다. 지역마다 지자체가 직접 수거한다는 곳, 재활용 마크표시가 된 비닐만 수거하는 곳, 재활용 마크표시가 없어도 깨끗한 비닐만 배출하고 오염된 것은 따로 처리하는 곳 등 서로 다른 수거방식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폐기물대란 후 아파트에 붙은 올바른 분리배출 안내문
▲ 분리배출 안내문 폐기물대란 후 아파트에 붙은 올바른 분리배출 안내문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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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사용 저감으로 사회 구조 개선해야

분리수거를 잘해 재활용이 확대되는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폐기물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비닐사용량 420개 (핀란드 4개), 연간 우산비닐커버 사용량 2억개, 일일 일회용컵 사용량 7000만. 이 수치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일회용품에 무감각하게 지내왔는지 알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해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각 국에서 여러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근절을 위한 25개년 계획 발표 및 영국 왕실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미국 캘리포니아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법안, 호주 퀸즐랜드의 일회용 비닐 사용 금지, 대만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부분 사용 금지 및 2030년부터 완전 금지, 케냐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원순환활동은 '일회용 빨대 안쓰기' 운동이다. '일회용 빨대 안쓰기' 운동의 시작은, 코스타리카 해안가에서 콧구멍에 빨대가 박힌 채 피 흘리는 바다거북이를 구조하는 유튜브 영상이 계기가 됐다. 일회용 빨대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중 부피가 작고 재활용이 어려워 그냥 버려지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일회용품에 대한 인식 전환은 시민 개개인들에게만 요구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일회용품을 안쓰기 위해서는 일회용품을 덜 생산하려는 기업들, 일회용품을 저감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 노력들이 각 단위에서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폐기물이 줄어들고 일회용품을 안쓰는 사회 구조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담당 김현경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태그:#폐기물 대란, #비닐 대란, #일회용품, #분리수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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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시민운동 플랫폼 "저절로 바뀌는 건 없으니까"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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