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식 심사위원장은 7월 2일 개최된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폐막식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보편적 담론들이 작품의 소재로 올라왔지만 이야기 속의 주제를 관객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게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뜽한 것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심사총평을 했다.

노경식 심사위원장은 7월 2일 개최된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폐막식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보편적 담론들이 작품의 소재로 올라왔지만 이야기 속의 주제를 관객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게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뜽한 것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심사총평을 했다. ⓒ 조우성


2일 폐막식을 끝으로 전국 16개 연극팀이 참여해 경합을 벌인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대전'의 18일간의 행사 일정이 모두 끝났다. 행사가 끝나면 좋았던 부분과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있는 법. 연극 <소풍가다 잠들다>를 연출해 2008년 대전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방송공연예술학과 김상열 교수와 이번 연극제의 행사를 총괄한 류기형 예술 총감독(마당극패 우금치 대표), 심사위원장인 노경식씨를 통해 올해 행사를 진단해 보았다.

연극제 폐막식이 진행된 2일 오후 김상열 교수와 류기형 예술 총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경식 심사위원장은 폐막식 때 만나 심사의견서(심사 총평)를 건네 받았다.   

야외공연, 원로선배 초청, 릴레이 토크 콘서트 등은 좋은 반응 얻어

 이번 연극제의 개.폐막식과 야외행사를 총괄한 류기형 예술총감독(마당극패 우금치 대표)은 “일정이 18일로 너무 기니까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식고, 행사 실무자들도 너무 힘들었다"며 "행사기간을 10일 이내로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제의 개.폐막식과 야외행사를 총괄한 류기형 예술총감독(마당극패 우금치 대표)은 “일정이 18일로 너무 기니까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식고, 행사 실무자들도 너무 힘들었다"며 "행사기간을 10일 이내로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조우성


류기형 예술 총감독은 "다양한 야외 공연 행사와 개막식 때 연극계 원로들을 초청한 일, 연극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릴레이 토크 콘서트 등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야외 행사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저도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작년 가을부터 타 지역 야외 축제를 많이 탐방하면서 연구했다. 좋은 공연들을 많이 선보여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막식 때 원로 선배 50여 명을 초대해 소개한 프로그램이 연극계와 시민들로부터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원로 선배들로부터 '너무 행복했다'고 뽀뽀 세례를 받기도 했다. 또 야외행사 중에 빅히트를 쳤던 것이 '릴레이 토크 콘서트'였다."

그러나 류 총감독은 "연극제 일정이 너무 길다"며 "10일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정이 18일로 너무 기니까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기도 식고, 행사 실무자들도 너무 힘들었다. 10일 이내로 줄였으면 좋겠다. 경연팀이 16개라 하루에 한 팀씩 일정을 짜다 보니 개·폐막일까지 합쳐 18일로 늘어났는데, 앞으로는 오후와 저녁에 각각 1팀씩 넣어 경합을 진행하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부대 행사들이 체계적으로 다채롭게 잘 펼쳐졌지만, 홍보 방법의 다양화와 집중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했다.

"부대 행사가 계획적이고 다채롭게 펼쳐졌고, 행사의 콘셉트에 맞게 정리가 잘 되어서 연극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월드컵 특수, 대학가 기말 시험 등 악재가 겹쳐 관객 동원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관객 유치를 위해 많은 홍보 전략을 짠 조직위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지만, 참신한 홍보 방법의 강구나 조직 동원의 방안 등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을 남겼다."

그는 처음에 "토크 콘서트가 30분 정도 시간이 짧게 배정되어 있어 그 효과를 반신반의했었다"며 이것이 "시민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릴레이 토크 콘서트'가 각 날짜별로 30분 정도 배정되어 매일 진행되었는데, 사실은 이게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었다. 워낙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연극인생을 다룬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그 분들이 와서 진솔하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면서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연극을 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 현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격려가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일반인들도 연극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제로 변해야, 시상부문 만들어 육성 필요"

토크 콘서트 중 박정자 배우와 이야기 나누는 김상열 교수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연극제가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무대가 되면 좋겠다”며 "연극제 시상에 종전의 시상내역 말고, 이런 흐름에 부합하는 극단이나 작품들에게 주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시상'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 토크 콘서트 중 박정자 배우와 이야기 나누는 김상열 교수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연극제가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무대가 되면 좋겠다”며 "연극제 시상에 종전의 시상내역 말고, 이런 흐름에 부합하는 극단이나 작품들에게 주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시상'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 조우성


김상열 교수는 이어서 "심사위원들이 진지하고 묵직한 내용의 연극을 선호한다"며 "하지만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아무래도 연극제 성격상 진지하고 무게감이 있고, 테마가 좀 묵직한 내용들을 심사위원들이 선호했던 것은 사실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기본에 충실한 연극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년 기본에 충실한 연극이 부족하다는 심사평이 나오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다함께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지만 초연작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을 재해석하고 각색해서, 새롭게 선보이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제가 되면 좋겠다. 향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연극제가 될려면 다양한 도전들이 연극제 안에서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흐름에 부합하는 극단이나 작품들에게 주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시상'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 같다."

그는 "기술적 운영의 문제를 개선하여 연극제에 출품한 지역 연극인들도 타 지역 작품을 볼 시간과 여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의 연극인들이 정작 다른 연극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공연 극장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셋업을 하는 등의 이유로 타 지역 작품을 볼 여력이 없다. 경연에 참여하고 있는 연극인들이 전국의 연극 흐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일종의 기술적 문제로 우리가 향후 운영면에서 고민해야 될 문제다."

"연극은 질문하는 작업, 연극만의 매력 찾아야"


노경식 심사위원장은 심사의견서(심사 총평)를 통해 "연극의 내용이 본질을 향하지 못했다"며 "희곡과 연출, 배우의 기량이 아쉽다"고 전했다.

"작품에서 열정, 고민, 노력 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본질을 향하지 못했다. 멋진 무대와 영상 등 기술적 발전이 잠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새롭지 않았다. 희곡도, 연출적 기법도, 배우의 기량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 연극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보편적 담론들이 작품의 소재로 올라왔지만 이야기의 주제를 관객들의 가슴에 스며들게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뚱한 것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연극제에 근.현대사의 문제들, 이기적 욕망으로 가벼워진 인간존재의 가치,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돌아보아야 할 보편적 담론들이 작품의 소재로 올라왔다. 소재가 극화되고, 그 소재를 인간의 이야기로, 이야기 속의 주제를 관객들의 가슴 속에 스며들게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지나치게 감상에 젖거나 말장난으로 웃음을 사는 작품들, 주제가 설교가 된 작품, 피상적인 현실묘사에 그친 작품들이 많았다.

검증된 재현 희곡의 공연은 아쉬움과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했고, 창작 신작들은 무대 위에서 의미를 만들지 못했다. 대극장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의 소리는 전달과 소통에 실패하였으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뚱한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노경식 위원장은 "연극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숨어 있는 인간의 실체를 찾아 드라마나 영화 등이 가질 수 없는 연극만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은 가르치고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질문을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의 전달이 아니라 사건 속의 인물, 그 인물을 통해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의 표피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세밀하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실체를 찾는 작업이다. 수많은 드라마, 영화, 매일 쏟아지는 개그프로그램 등이 가질 수 없는 연극만의 매력을 찾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극단 소울씨어터 "개인통화로 수상배제, 수치심과 무력감 느껴"

'극단 소울씨어터'의 '만주전선' 수상 배제 사태 항의-폐막식장에서 강원도 대표로 출전한 '극단 소울씨어터'는 "작품 '만주전선'이 수상작품에서 배제되었다"며 '한국연극협회' 측에 "미숙한 운영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 '극단 소울씨어터'의 '만주전선' 수상 배제 사태 항의-폐막식장에서 강원도 대표로 출전한 '극단 소울씨어터'는 "작품 '만주전선'이 수상작품에서 배제되었다"며 '한국연극협회' 측에 "미숙한 운영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 조우성


한편 이번 연극제 운영 과정에서는 잡음도 있었다. 강원도 대표로 참가한 '극단 소울씨어터'가 자신들이 출품한 '만주전선'이 수상작 심사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한국연극협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성명서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극단 소울씨어터' 측은 자신들이 배포한 성명서에서 "지난 6월 22일 밤 11시 경에 한국연극협회 정대경 이사장이 극단 대표 남호섭에게 전화 통화로 '만주전선'의 연출 및 출연배우의 협회 구성비율이 70%를 넘지 못한다"며 "대한민국연극제 참여 불가 사유와 함께 단체상 수상 배제를 개인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극단 소울씨어터' 측은 "이미 강원연극제에 참가하여 대상을 받아,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연극제 참여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며 "지난 5월 '만주전선' 팀은 주최 측에 출연 배우 명단을 제출했고, 그 이후 대한민국연극제 경연 준비를 진행했다. 하지만 7월 한국연극협회는 어떠한 정식 공문이나 구두 안내도 공연 팀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어떠한 공적인 입장도 공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참여 불가를 통보하고 수혜적인 태도로 '공연참가는 허락한다'는 식의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만주전선' 연극팀은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극단 소울씨어터' 단원들은 항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연극제 폐막식 행사장에서 피켓을 들고 묵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연극협회 측은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만주전선>팀은 5월 27일 이메일 접수를 했고, 당시 담당자의 과실로 메일이 유실됐다. 이후 재요청 해 6월 4일 접수 메일을 받았고 순서대로 확인하다 보니 <만주전선> 팀 서류 검증이 축제 진행 중인 6월 22일에야 가능했다"며 "규정위반이 발견돼 심야 시간이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을 뿐, 수상자격 박탈 통보는 아니었다. 서류작성 오류가 아닌 규정위반인 것으로 밝혀져 전년도 비슷한 사례를 참고해 공연은 하되 심사배제를 제안한 것이다. 행정절차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고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연극제 노경식 김상열 류기형 극단 소울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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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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