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소심한 영화감독 히구라시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기어린 모습을 보인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소심한 영화감독 히구라시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기어린 모습을 보인다. ⓒ 디오시네마


이 영화는 좀비 호러물이면서 코미디 영화다. 평소에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이들이나 호러 장르를 딱히 즐기지 않는 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다. 전반부엔 피 튀기는 호러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엔 웃음과 감동을 주는 코미디물로 전환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일본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 단관 개봉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11개 극장으로 확대, 10만 관객을 돌파한 저력 있는 작품이다. 큰돈을 들이지도 않았고, 스타 배우가 나온 영화도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지닌 날것의 생생한 힘과 독보적인 아이디어,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한 서사가 강점이다.

원 테이크로 찍은 좀비 영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등장인물들이 영화 촬영 도중 휴식을 갖고 있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등장인물들이 영화 촬영 도중 휴식을 갖고 있다. ⓒ 디오시네마


영화의 주인공인 히구라시(하마츠 타카유키)는 '빠르고 싸고 퀄리티는 그럭저럭'이라는 모토로 활동하는 노래방 영상 감독이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상을 연출한다. 그러다가 사기꾼처럼 수상해 보이는 한쌍의 남녀 제작자로부터 좀비 전문 채널 개국 기념 영화를 연출해 줄 것을 제안받는다. 이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한 개의 컷으로 중단없이 찍으면서 '생중계'되는 좀비 영화라고 설명한다. '원 테이크'(one take) 촬영이다.

히구라시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며 한 마디로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영화감독의 피를 이어받은 외동딸이 좋아하는 배우가 캐스팅된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마음을 바꿔 수락하게 된다. 막상 리딩 현장에 가보니 저마다 기세고 개성 강한 배우들이 각자의 요구조건을 걸고 마음 약한 히구라시를 괴롭힌다.

이 영화는 편집 없이 약 37분간 지속된다. 이것을 두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는 제목부터 'One cut of the dead'라는 영어 제목과 '원 테이크 좀비 액숀'이라는 영화 홍보 문구는 중단없이 한 번에 찍는다는 영화의 아이디어를 강조한다. 하지만 일종의 롱 테이크, 엔지(NG) 없이 합을 맞춰 한 번에 촬영한다는 것은 사실 그리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가깝게는 연극 무대도 이것을 날마다 실현하는 예술형식이다. 막이 올라가면 연극배우들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평균 90~120분의 무대를 소화해 낸다.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연출을 비롯한 여타의 스태프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컷 사인 없이 연기하기 때문에 방송·영화 연기와 비교해 중단 없이 몰입하며 연기할 수 있어서 연극 무대가 더 좋다는 배우들도 많다.

원테이크 설정 보다 중요한 것은 생중계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마츠모토 아이카(아키야마 유즈키 분)는 처세에 능한 아이돌이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마츠모토 아이카(아키야마 유즈키 분)는 처세에 능한 아이돌이다. ⓒ 디오시네마


또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직접 밝힌 것처럼 이 영화의 원 테이크 컷 부분은 "8일간 6번 촬영했고, 관객이 본 것은 마지막 6번째 촬영본"이다. 실제론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재촬영을 한 것이다. 따라서 중단 없이 한 번의 테이크로 찍었다는 것보다는 그것이 방송상에서 '생중계' 된다는 사실이 더 핵심 아닐까 싶다. 영화 현장에선 NG가 나오면 아무리 긴 컷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생방송 중이라면 NG는 곧 돌이킬 수 없는 방송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화 연출 첫 수업에서 현직 영화감독이었던 교수로부터 "영화는 연결(continuity)이다"라고 배웠다. 그것이 교수의 첫마디였다. 영화는 실제로 장면의 연결, 사운드의 연결, 배우 연기의 연결, 소품·의상 및 장소의 연결 등을 통해 통합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처음 영화를 만들면 연결을 보고, 맞추는 것만도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영화 현장에선 이 '연결'만 담당하는 보직을 따로 둔다. 요즘 영화는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상업영화라도 장면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영화가 가끔 있을 정도로 연결 문제는 매우 어렵다.

연결이 중요한 것은 영화가 컷 별로 조각조각 나눠 찍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편집'을 통해 연결한다. 사실 영화는 극도로 인위적인 예술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제공하는 '중단 없이 한 번에 찍는다'는 설정은 어찌 보면 연결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편집작업도 필요 없고, NG가 나오면 다시 찍을 수 있기에 관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수월한 방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생중계라는 설정이 더 핵심일 수 있고, 이것이 방송 사고를 내지 않으려는 영화 속 스태프와 배우들의 처절하고 눈물겨운 고군분투로 이어진다. 그들의 분투는 웃음을 유발하고 짠한 감동과 날카로운 풍자를 이끌어 낸다. 더 나아가 영화 제작의 이면과 막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영화 연극 방송의 요소까지 두루 갖춘 영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마오는 아빠가 연출한 지루한 프로그램을 마다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채널을 찾고 있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한 장면. 마오는 아빠가 연출한 지루한 프로그램을 마다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채널을 찾고 있다. ⓒ 디오시네마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감독 역의 하마츠 타카유키와 그의 아내 나오 역을 맡은 슈하마 하루미는 영화보다 연극 무대 경험이 더 많다. 원 컷으로 연기하기에 가장 적격인 이들이기에 캐스팅한 것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원 테이크로 찍는다는 설정에서 영화적 요소, 중단 없는 배우의 연기와 앙상블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연극적 요소, 생중계로 펼쳐진다는 면에서 방송의 요소를 두루 갖춘 매력적인 작품이다. 

평소 영화를 보면서 렌즈의 뒷쪽이 궁금했던 사람들, 180도 가상선 앞쪽에서 펼쳐지는 일 등 영화제작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감독 호러 좀비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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