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너무 덥고 지쳐서 입맛이 영 없었는데, 멋진 와인에 음식들이 들어가니 오히려 배가 더 고파지네요. 뭔가 좀 배불리 먹을 만한 건 없을까요?"
"그러세요? 그럼 파스타에 지금 드시는 피노 그리지오와 비슷한 듯 다른 화이트 와인이 있는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예, 좋아요."
나는 식료품 창고에서 통조림 하나를 들고 와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뭔가 고급진 재료를 기대했던 듯 내가 내미는 통조림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골뱅이요?"
"예, 혹시 골뱅이 드시나요?"
"먹긴 하지만... 골뱅이로도 파스타를 만드나요? 보통 파무침 같은 거로 먹지 않나요?"
"저희 집 특제 파스타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나는 다른 와인 잔에 새로 연 와인을 조금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아까와 같이 찬찬히 와인의 빛깔을 불빛에 비춰보고 향을 맡은 다음 입에 머금고 맛을 보았다.
"아까 마신 피노 그리지오처럼 밝은 레몬 빛이군요. 그런데 맛은 아주 다르네요. 아카시아 꽃향기는 비슷한데 조금 더 새콤한 맛이랄까, 진짜 레몬의 신맛 같은 느낌이 있고, 파인애플이나 열대과일 먹을 때 같은 느낌도 있네요. 그리고, 뭐랄까, 혀에 닿는 느낌이 좀 더 매끄럽고 기름진 것 같아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음 평이었다. 나는 와인 얘기는 잠시 미뤄둔 채 골뱅이 통조림을 열어 통통한 골뱅이 하나를 작은 포크에 꽂아 그에게 건넸다. 그는 골뱅이를 먹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와인 마신 뒤에 먹으니 더 비린 것 같은데요. 정말 이 골뱅이로 파스타 하면 이 와인과 어울릴까요?"
"그럼요, 맛 없다 하시면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송로버섯이 소량 첨가돼 있는 '링귀니 타르투포 면'
잠시 와인을 드시고 계시라는 말과 함께 미심쩍어하는 그의 눈길을 뒤로 하고,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면 삶을 냄비와 팬을 오븐에 올리고 면 삶을 물에는 소금을 1 티스푼 넣었다. 골뱅이 통조림은 골뱅이 건더기와 국물을 따로 분리해놓고 골뱅이를 먹기 적당한 크기로 반씩 갈라 놓았다.
냉장고에서 통마늘을 한 줌 꺼내서 식칼의 등으로 으깼다. 요리하는 내 모습을 그가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늘은 이렇게 쓸 때 통마늘을 으깨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통마늘 속의 즙과 향이 발산되거든요."
면 삶을 물은 금방 끓었고, 나는 아껴두었던 토스카나산 링귀니 타르투포 면을 물에 집어 넣었다.
"이건 링귀니 타르투포 면입니다. 일반 면이 아니라 면에 소량이지만 송로버섯이 첨가되어 있죠. 여기 면에 작은 깨나 후추같이 검은색 입자들이 박혀 있는 거 보이시죠?"
면을 넣고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춰 놓았다. 궁금해하는 그의 모습에 마치 요리 실습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설명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파스타 면의 포장지에는 몇 분 정도 삶으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집에서 파스타를 해드실 땐 그 시간보다 1~2분 정도 덜 삶는 게 좋습니다. 뒤에 한 번 더 볶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그래야 식감이 적당하거든요. 혹시 '알덴테(al dente)'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파스타면을 이로 씹으면 툭툭 끊기는 듯한 약간 덜 삶아진 것 같은 느낌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탈리아어의 덴테(dente)는 영어의 덴트(dent), 즉, 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알덴테는 이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란 뜻이죠."
팬에 역시 토스카나산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열이 오른다 싶을 때 으깨놓은 마늘을 모두 넣었다. 면 삶는 쪽 타이머가 5분 정도 남았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윽고 마늘이 살짝 갈색을 띠며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반 갈라놓았던 골뱅이들을 팬에 넣고 마늘과 함께 볶았다.
타이머가 울리고 면이 다 삶아졌을 때, 채로 면을 건져 팬에 넣고 함께 살짝 볶아서 면에 올리브 오일을 코팅 시켜준 후, 따로 담아놓은 골뱅이 통조림 국물을 두 숟갈 넣어 한 번 더 볶아서 풍미를 더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잘 씻어놓은 레몬의 껍질을 제스터(주 : 끌 모양으로 생겨 레몬, 치즈 등을 얇게 가는 데 쓰이는 조리 도구)로 살짝 갈아서 넣어준 후, 8등분한 레몬 한 조각의 즙을 짜 넣었다.
우묵한 파스타 접시에 면을 담고 볶아진 마늘과 골뱅이를 올린 후, 조리대 옆 화분에서 바질 잎을 따서 얹고, 캄보디아산 적후추와 훈제 파프리카 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했다. 와인 마실 생각도 잊은 채 요리하는 모습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던 그에게 파스타가 담긴 접시를 내밀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올리브 오일 베이스에 골뱅이를 이용한 링귀니 파스타. 올리브 오일, 마늘과 함께 볶은 골뱅이는 통조림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해줄 정도로 고급스런 식감과 맛으로 탈바꿈한다. 저자의 특별 레시피다. ⓒ 이건수
"냄새가 장난 아닌데요?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요."
"우선 골뱅이를 한 번 드셔보세요. 그리고 나서 와인을 드셔보시고, 아까 느낌과 한 번 비교해보세요."
그는 골뱅이 하나를 포크로 찍어 향을 맡더니 입안에 넣고 씹었다.
"아! 아까는 비리고 물컹한데다 통조림 특유의 조미료 향이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마늘 향이 섞여서 그런지 무척 향긋하고 비린내도 안 나요. 식감도 더 쫄깃해졌고요. 맛은 해산물이라기보다 꼭 바비큐한 고기같은 느낌이 살짝 나기도 하네요?"
"와인하고는 잘 어울리나요?"
"네! 아까는 와인을 마시니 골뱅이가 더 비리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은은한 레몬향이 와인에서 나는 건지 골뱅이에서 나는 건지, 아무튼 비린 느낌 전혀 없이 잘 어울리고, 와인은 더 진하고 오일 같은 느낌이 나요."
"파스타 면과 함께 골고루 비벼서 드셔보세요. 올리브 오일과 레몬, 바질, 그리고 위에 양념으로 살짝 뿌린 훈제 파프리카의 달달하면서 스모키한 향이 모두 이 와인의 특징적인 향이기도 해서 훨씬 더 잘 어울릴 거에요."
이탈리아어로 별이라는 뜻의 '스텔라토(stellato)'
이제 말하는 것도 잊은 듯 열심히 포크로 파스타 면을 말아 와인과 함께 먹고 마시는 사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드시는 동안 와인을 소개해 드릴께요. 이 와인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베르멘티노(vermentino)라는 포도 품종을 이용해 만든 스텔라토(stellato)라는 와인입니다. 전에 시칠리아 얘기 잠깐 해드린 적 있었죠?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의 발가락 부분에 큼지막하게 위치해 있는 곳이 시칠리아 섬이고, 그 위로 두 개의 섬이 더 있는데요, 바로 위에 있는 큰 섬이 사르데냐, 그리고 그 위로 좀 더 작은 섬이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유명한 코르시카입니다.
사르데냐(Sardegna)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어서 눈 내리는 산이 있는가 하면, 계곡과 사막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이야 관광 명지로 점차 명성을 드높여가고 있지만, 사실 과거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 보니 꽤나 척박한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와도 비슷하달까요?
원래 고대에는 그리스인과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해 살다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로마 멸망 후에는 회교도인 사라센들이 다스리기도 했던, 지중해 특유의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구요. 그러면서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요 근래에 들어서 사르데냐의 다양한 기후에서 재배한 와인들과 천혜의 자연 경관 덕분에 점차 유명해지고 있는 곳이죠.
이 와인을 만든 포도 품종인 베르멘티노는 사르데냐 섬, 그리고 바로 마주보고 있는 이탈리아 본토의 리구리아 지방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인데, 리구리아 지방에서 이 품종으로 빚은 와인은 사르데냐산과는 맛이나 향기가 같은 품종인가 싶을 정도로 다르답니다.
해풍을 맞고 자란 탓인지, 혹은 섬 특유의 토양 탓인지, 사르데냐산 베르멘티노 와인들은 원래 품종의 특징인 신맛과 쌉싸름한 뒷맛 외에도 달콤하고 풍성한 꽃향기와 과실향이 매력적이죠. 꼭 지중해의 바다를 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와인을 마시다 보면 꼭 사르데냐 섬의 절벽 위에서 지중해 풍경을 보고 있을 때 맡을 수 있는 바닷바람, 그리고 등 뒤의 산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훈풍 속에 섞여 있는 꽃 향기, 항구에서 잡힌 온갖 해물들을 바비큐할 때 나는 기분 좋은 훈제향이 다 함께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곤 해요. 하하하."
"표현이 너무 시적인데요! 그런데, 지금 사장님 설명 들으면서 파스타에 곁들여 마시다 보니 아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은은하게 짠맛도 좀 도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죠. 먼저 드신 피노 그리지오가 흰살 생선회랑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보인다면, 이 베르멘티노는 익히거나 구운 해산물 요리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데요, 지금 드린 이 골뱅이 파스타도 마늘과 함께 올리브 오일에 튀기듯 볶아내면 은은한 훈제 향이 나기 때문에 더 맛나게 느끼셨을 거에요. 사실 골뱅이 통조림은 굳이 파스타 면과 함께 볶지 않아도, 이렇게 올리브 오일과 마늘에 익혀서 위에 치즈만 뿌려내도 굉장히 고급스런 와인 안주가 된답니다."
"그렇군요. 와인 이름도 뭔가 멋있어요. 스텔라토(stellato)라고 읽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별이란 뜻이고, 영어의 스타(star)와 함께 별을 가리키는 라틴어 스텔라(stella)에서 유래된 단어죠. 와인병 중간에 별 표시 보이시죠? 사실 이 와인을 빚은 팔라(Pala) 와이너리의 설명에 따르면 스텔라토는 하늘에 떠있는 별들뿐 아니라 전통을 지켜가면서 동시에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마치 별처럼 느껴져 그들을 존경하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는 군요."
▲ 지중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사르데냐에서 '베르멘티노(vermentino)'라는 토종 품종으로 빚은 와인 '스텔라토(Stellato)'. 별을 뜻하는 이 와인의 이름은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요리사들에 대한 헌정의 의미이기도 하다. ⓒ 이건수
"그런 깊은 의미가 있었군요. 의미를 알고 나니 왠지 더 멋있는데요!"
"저도 이런 와인 이름들이 참 좋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서 그냥 와이너리나 만든 사람의 이름만 붙여도 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와인들도 있지만, 이렇게 의미와 스토리를 반영해서 만든 와인은 그 나름의 풍취가 있거든요. 저도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가끔 별이 되라는 기원을 담아 이 와인을 선물하곤 한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파스타 접시는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나는 그의 잔에 와인을 한 잔 더 따르고 우스개 소리로 물었다.
"맛있게 드셨어요? 이 정도면 손님 계산서에 올려도 괜찮을까요? 하하하."
"그럼요!! 너무 맛있었어요! 두 배 받으셔도 돼요!"
그의 칭찬 덕분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워진 접시들을 치우고 디저트로 사과 콩포트를 작은 접시에 담아 서빙했다.
"디저트입니다. 와인에 조린 사과 콩포트에요. 원래는 커피랑 같이 드셔야겠지만 지금 드시는 와인과도 잘 어울리니 그냥 와인 안주 삼아 드셔보세요."
"사과를 와인에 조리기도 하나요?"
"예, 콩포트라고 해서 원래는 신선한 과일이나 말린 과일을 설탕 시럽에 조려서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먹는 프랑스식 디저트인데요. 저는 단 음식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설탕 시럽보다는 주로 와인에 조리는 걸 더 좋아하죠.
지금 드시는 베르멘티노 와인처럼 과일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설탕 대신 디저트 와인인 포트를 좀 섞고, 거기에 시나몬과 다른 몇 가지 향을 섞어서 천천히 조리면 부드럽고 말캉한 조림이 되는데, 아직은 사과가 풋사과 외에는 완전히 제철은 아니지만 오히려 와인향이 스며서 은은한 풍미가 있더군요."
"아주 부드럽고 꼭 진한 잼 같네요. 음, 맛도 아주 풍부하고 정말 와인 안주로도 잘 어울려요."
"토스트한 식빵 위에 사과 콩포트를 얹어서..."
맛있다는 손님의 칭찬은 고래, 아니, 요리사를 춤추게 만드는 법이다. 나는 식빵을 얇게 썰어 살짝 토스트해서 다시 작은 크기로 잘라 함께 내밀었다.
"이 토스트한 식빵 위에 사과 콩포트를 얹어서 함께 드셔 보세요. 베르멘티노 와인의 달콤한 열대과일 향이 더 짙게 느껴질 겁니다."
그는 내 말대로 연신 토스트 위에 사과 콩포트를 올려서 남은 와인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엄지를 척 내밀었다.
"아, 이제는 정말 배가 꽉 찼어요.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행복감이 백 퍼센트 충전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커피 드릴까요, 아니면 차를 드릴까요? 저녁이라 카페인 드시는 거 안 좋아하시면 카페인이 없는 루이보스티도 있습니다."
"커피 주세요. 배가 부르니 좀 진하게 에스프레소로 주시겠어요?"
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진하게 내려 그에게 건냈다.
"사장님은 이렇게 맛있는 요리들을 매일 드실 수 있어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천만에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처럼 작은 식당에서는 사실 제 때 끼니 챙겨 먹기도 버거운 적이 많아요. 예전에 회사원 시절에는 제 아무리 출장을 많이 다녀도 밥은 꼭 제 때 먹었는데, 이 식당 시작한 후로는 오히려 제 때, 제대로 밥 차려 먹은 적이 손 꼽은 것 같아요.
어쩌다 밥 한 끼 먹으려 들면 손님들 오셔서 결국 때 놓치거나, 차려 먹기도 피곤해 배달 음식 시키면 또 중간중간 손님 맞다가 음식들 맛 떨어져서 반도 못 먹고 버린 적도 많죠. 그나마 일 끝나고 늦은 한 밤중에서야 좀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이번엔 배 고프니 폭식하고 그냥 식곤증에 곯아 떨어져 버리니, 사실 참 힘든 직업이에요."
"그런가요... 죄송해요.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하하, 아닙니다. 힘이 들긴 해도 손님들이 제가 차린 음식과 술 드시고 맛있다 해주시고, 특히 손님처럼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저도 덩달아 행복해져서 그 맛에 또 힘내서 요리한답니다."
"예, 오늘은 진심 행복해졌어요. 사실 아까 올 때는 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했고 일도 너무 힘들어서 기분도 최악이었거든요. 사장님의 재미 있는 얘기까지 들어서 정말 금상첨화였달까요?"
"그럴 땐 언제든 찾아주세요. 작고 보잘 것 없는 가게지만 그래도 음식과 술에 곁들여 이런저런 말벗 해드릴 자신은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또 찾아 뵐께요.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계산을 치른 뒤 그를 보내고, 가게 앞을 정리하다 보니 델 듯 뜨거웠던 낮 공기와는 달리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멀리 걸린 달도 오늘은 조금 더 생기가 있어 보였다. 갑자기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와인 병에 남은 와인을 마저 따라 천천히 마셨다. 냇 킹 콜이 달콤한 목소리로 'Te Quiero Dijiste'를 부르고 있었다.
(※ 7화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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