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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시민분향소.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24살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시민분향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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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외주업체에서 일하던 24세 청년 노동자가 홀로 작업하다 숨졌다. 19세 꽃 다운 청년이 구의역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지 불과 2년여 만의 일이다. 당시 20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고 노동자를 추모하며 온갖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바뀐 것 없이 제2의 구의역 참사를 맞았다.

사고가 터지고 나면 늘 이른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반복적으로 논의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및 탄력근로제 등에는 그렇게 발 빠르게 대응하던 국회가 '죽지 않고 일할 당연한 권리' 앞에는 안이하게 대처했다. 그 사이 이번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수많은 노동자들이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생명을 잃었다. 이번 국회에서 '기업살인처벌법'이 처리돼 노동자들에게도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죽지 않고 일할 권리의 법제화 방향이 옳은지,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은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산재사고가 계속되자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면서 '산업안전 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내놨다. 정부안은 일정한 진전은 있지만 고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한 법안이다.

특히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 중인 법안들에 대해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이고, 둘째는 기업살인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최근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근무했던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지난 18일 오후 모습.
 최근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근무했던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지난 18일 오후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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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험의 외주화로 대변되는 도급 금지 조항이다. 현행법은 도급 금지 작업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대신 제28조에 '안전, 보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다.

정부가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도금 작업과 수은, 납 또는 카드뮴 등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현행법과 다를 바 없다.  

그 범위가 한정적이고 발전소 등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작업에 대해서도 어떠한 조치를 담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정부안이 통과되더라도 제2의 김용균을 막을 순 없게 된다.

부족한 부분을 대안할 방법은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이다. 한정애법은 "유해·위험한 작업으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상시적으로 행하여지는 사내하도급을 전면금지"하고 "일시적·간헐적으로 행하거나 사업장 밖에서 행하는 작업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적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솜방망이를 거두고 원청에 책임 물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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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다. 현행법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부는 애초에 산재사고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을 명시해 산재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안을 내놨지만, 기업들의 항의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소 상향하는 수준의 안을 만들었다. 산재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 사라진 '1년 이상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2016년 11월 발의된 본 법안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2회 이상 또는 두 가지 이상 동시 발생했을 경우 산재사망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을 상해의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최근 10년 간 12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해당 법안이 제정됐었다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이어 산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스스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다' '안전을 제일로 삼겠다'라고 공언하지만, 현실에선 대상인 노동자와 진보정당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오늘 환노위 소위를 거쳐 오는 24일 전체회의와 27일 본회의 의결을 남겨놓게 된다.

이번에도 경총을 비롯한 일부 사용자들을 대변해 다수 노동자들의 요구를 왜곡 축소한다면, 그 후과는 고스란히 정부·여당이 져야할 것이다.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울산 동구).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울산 동구).
ⓒ 김종훈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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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울산 동구)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죽음의외주화#위험의외주화#비정규직#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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