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의 폭행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프리랜서 기자 A씨가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내가 청탁을 하면 그걸 들어주나? 내가 뭔데 청탁을 하나"라며 JTBC가 전날 밝힌 입장문에 대해 반박했다.
 
프리랜서 기자 A씨는 손석희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11일 경찰에 신고했다. A씨가 19일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10일 밤 11시 50분경 서울시 마포구 소재 일본식 주점에서 손씨에게 폭행당했다, 손씨는 제가 대화를 더 이상 지속할 이유와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폭력적인 분위기로 착석할 것을 강압했다"고 주장했다.
 
JTBC는 A씨의 주장에 대해 2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A씨는 오랫동안 손석희 사장에게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 왔다, 이번 사안 당일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절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했다, '정신 좀 차려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라고 A씨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손 사장이 A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석희 JTBC 사장은 같은날 오후 <뉴스룸>이 시작하자마자 홀로 나와 "사법 당국에서 모든 걸 밝혀주시리라 믿고 흔들림 없이 뉴스룸 진행해나가겠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폭행 논란' 일축한 손석희 "흔들림 없이 뉴스 진행하겠다" http://omn.kr/1gzlr).

프리랜서 기자 A씨는 <뉴스룸>이 끝난 이후인 24일 오후 11시께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손석희 사장 폭행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가 요구한 건 폭행 사실 인정과 사과였다"
 
 2019년 1월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2019년 1월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 JTBC


- 현재 어떤 상황인가.
"내가 (손석희 사장에게) 요구했던 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거였다. 내가 마치 없는 사실을 꾸며내서 맞지도 않았는데 맞았다고 하는 것으로 몰고가는데, 나는 경찰에 진술서 써서 냈다. 이건 경찰이 인지한 발생 사건이다.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무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진보 언론의 좌장을 음해하려다가 실패한 사람이 되는 거다."

- 손석희 사장이 24일 <뉴스룸>에서 한 이야기는 들었나?
"알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회적 아우라가 대단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상암동에 있는) 일본식 주점에서 만났고 내가 일어서려고 하니까 못 가게 하더라. 방에 둘이 앉아 있었는데, (손석희 사장이) 이런 저런 제안을 계속 했다."
 
- JTBC는 당신이 취업을 청탁했던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내가 청탁을 하면 그걸 들어주나? 내가 뭔데 청탁을 하나. 나는 그냥 야인(野人)인데, 내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성사될 리도 없고... 그 청탁을 받은 사람이 대한민국 진보 언론의 좌장격인 사람인데,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나쁜 인상을 갖게 되면 나는 언론계에서 발붙일 일이 더 이상 없게 되잖나. 그런 짓을 내가 왜 하냔 말이다.

2015년 9월부터 손 사장과 알고 지냈다. 자료도 끊임없이 보내주고, 뉴스에 관한 의견도 보내고, SNS 상에서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이였다. 손 사장의 2017년 접촉사고 관련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서 '선배님, 한 번 뵙죠' 했더니 처음에는 꺼려하다가 오라고 해서 만났다."
 
- 그 뒤 어떻게 됐나?
"나는 처음에 그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손석희 사장은 (내가) 다른 데 제보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을 막기 위해) 나를 자기 영향력 밑에 둬야한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운영하는 회사 경영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어렵다고 하니 '내가 한 번 도와보지'라고 했다. 얼마 안 있어서 이력서를 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다. 그게 내가 청탁한 건가? 탐사 기획 국장에게 이력서를 넘겼다고 말을 전해 들었고 그 후로 (손석희 사장을) 다섯 번을 만났다. 처음에는 기자직 제안했다가, 작가직 제안했다가, 미디어 관련 프로그램 책임 프로듀서 제안을 했다가... 그런데 실제로는 이행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날(A씨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당일)도 장황하게 말해서 '선배님, 제가 JTBC 편성 방향이나 운영 방향 들으러 온 게 아니고 제 역할에 대해 들으러 왔습니다'라며 '더 이상 이 일로 선배님과 이야기를 안 하고 싶다'고 하고 네 번째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와서 어깨를 치기에 '이 사람 크게 실수하는데, 용납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툭 쳤다고? 내가 그걸 모르겠나, 진짜 세게 때렸다"

- JTBC는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진짜 세게 맞았나?
"진짜 세게 때렸다. 그걸 내가 모르겠나? 한 대 맞고 '이 사람 선 넘었구나' 생각하니 한 대 더 (주먹이) 오더라. 그런데 지금 와서는 얼굴을 툭툭 쳤다고? 그러면 상해 진단이 3주나 나오나? 툭툭 쳤다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러면 강제 추행이다. 왜 내 옆으로 와서 얼굴을 건드리나. 안 그런가?"
 
- 손석희 측에선 검찰 고발까지 했다고 밝혔는데.
"그렇게 하면 무고다. 할 테면 해보라고 해라. 폭행 사건 인정하라는데 사과 안 하고 때린 적 없다고 하나? 진술서랑 녹음 파일, 텔레그램 메시지 등 자료를 카톡으로 넘기겠다."
 
프리랜서 기자 A씨는 <오마이뉴스>에 손석희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10일 폭행 당시 있었던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전달했다. 11분 길이의 녹음 파일 속에는 기자 A씨와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 간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A씨에게 "내가 묻잖냐. 아팠냐고. 그랬냐? 미안하다. 생각해보니까 물리적 강도와 상관없이 아플 수 있겠다. 그럼 폭력이다. 설사 내가 널 살짝 건드렸더라도, 네가 아팠으면"이라고 말했고 이에 A씨는 "이게 어떻게 살짝 건드린 거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A씨는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나눈 텔레그램 내용 캡처본 11장을 건네기도 했다. 텔레그램 캡처본에서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력서는 내가 좀 어레인지 해서 탐사기획 국장에게 넘겨놨는데, 본인이 아직 답은 못 구한듯", "방법은 공채를 통하는 것밖에 없는데... (중략) 암튼 막히면 뚫든가 돌아가야 하는 법,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JTBC "공갈 협박 자료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할 것".... 검찰, 수사 착수할 듯

한편, JTBC는 25일 오전 추가 입장을 통해 "문제의 당사자인 A씨가 손 사장에게 거액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구체적인 공갈 협박의 자료는 일일이 밝히는 대신 수사 기관에 모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는 덧붙여 "손 사장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며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은 본격적으로 수사 착수를 준비중으로 보인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어제(24일) 저녁 늦게 손 대표 측이 김씨를 공갈미수와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손씨를 폭행 혐의로 신고한 사건을 수사 중인 마포경찰서에서 고소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손석희 폭행 논란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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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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