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안나경 앵커 관련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한 JTBC 입장을 밝힙니다.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안나경 앵커에 대한 각종 소문은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입니다.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JTBC는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의 기사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힙니다."

 
지난 29일 JTBC는 안나경 앵커 관련 루머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위와 같은 입장문을 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손석희 JTBC 사장은 물론 안나경 앵커가 포함된 내용의 영상들이 무차별적으로 게재되는 중이다.
 
제목이나 그 내용을 전하기에도 참담한 수준이 대다수다. 물량 또한 상당수다. 이들은 불륜·진실·관계 등 나열하는 것만으로 자극적인 제목들을 버젓이 걸어놓고 소위 '클릭 장사'를 지속 중이다. "손석희 안나경 불륜 진실 밝혀, 2015년부터 관계 시작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2019년 1월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2019년 1월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 이종호


이들은 직접적으로 손석희 JTBC 사장과 안나경 앵커와의 관계를 언급하는 '가짜뉴스'성 게시물이거나 손석희 사장 의혹과 관련된 내용과 제목으로 클릭 수를 올리려는 소위 '낚시'성 영상이 대부분이다. JTBC가 29일 입장문을 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구속 수감 중인 강용석 변호사가 김세의 전 MBC 기자와 진행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다.
 
"같은 날 휴가 안 가거든요. 왜냐하면 휴가라는 것이 각자의 일정이 있고, 각자의 가족들과의 계획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데, 혹시 궁금한 게, 손석희가 좀 제왕적이라서 야 너 나랑 휴가는 같은 날 가야 돼 라고 하는 건지. 둘 사이는 아니더라도 야 이 사람 뭐 이렇게 제왕적인 선배가 다 있나."
 
이 영상에서 김 전 기자는 본인이 포털에서 검색한 결과 수차례 손 사장과 안 앵커의 휴가일이 같았음을 강조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지난 25일 게시된 '미투 논란으로 손석희 최대 위기'란 영상에서다. 이 영상은 30일 오후까지 무려 조회수 113만 회를 기록 중이다.
 
'미투'와 '손석희'라는 키워드로 제목 장사에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대부분이 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인 프리랜서 김아무개 기자의 주장에 더해 출연자들이 코멘트와 주장을 곁들인 수준이다. 다수가 이런 식이다. 지난 24일 첫 폭로 이후 하나 둘 문자와 영상을 공개 중인 김아무개 기자의 주장은 이렇게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 메신저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다. 대부분이 '찌라시' 수준의 내용이다. 어디 이들 뿐일까.
 
손석희 사장을 향한 <조선>과 <동아>의 과도한 관심
 
 지난 25일 TV조선은 <[단독] "손석희 사장, 견인차 들이받은 뒤 그냥 가…3㎞ 추격">을 보도했다.

지난 25일 TV조선은 <[단독] "손석희 사장, 견인차 들이받은 뒤 그냥 가…3㎞ 추격">을 보도했다. ⓒ TV조선


[단독] "손석희 사장, 견인차 들이받은 뒤 그냥 가…3㎞ 추격"
[단독] "손석희, 방송 직후 전화…'동승자 봤냐' 물어"
[단독] 손석희 "뺑소니라고 협박" vs 사고 피해자 "어이없다"
[단독] "손석희, 경적 마구 울리자 멈춰"…이동경로 따라가보니
 

지난 25일과 26일 양일간 TV조선이 <뉴스9>과 <뉴스7>을 통해 보도한 '단독' 뉴스들이다. TV조선은 손석희 사장 폭행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 24일 오후 재가공 뉴스를 포함해 무려 14건의 기사를 생산해냈다. 특히 위의 단독이란 이름의 기사들은 프리랜서 김아무개씨의 주장을 통해 알려진 지난 2017년 4월 손 사장이 낸 접촉사고의 정황들로 채워져 있다.
 
이 사안이 과연 연이어 단독으로 보도할 사안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바다. 신난 곳은 또 있다. 채널A 역시 <김진의 돌직구쇼> 등과 같은 토크쇼 등을 통해 연일 손석희 사장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종편의 집중 보도는 앞서 소개한 유튜버들의 '가짜뉴스'와 같은 영상의 원천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과 한 몸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지난 24일부터 29일 오후 4시까지를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10대 일간지의 보도량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21건과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도량이 가장 적었던 <중앙일보>(2건)과 <한겨레>(2건)에 비하면 10배가량 많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자 1면에 경찰이 손석희 사장 폭행 혐의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를 전한 이후로 30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일보>도 지난 29일까지 매일 손석희 사장 관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소유한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도 메인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연일 '손석희 의혹'을 조명했다."

 
30일자 < PD저널 >의 <손석희 동승자 루머 물고 늘어지는 관음적 보도> 중 일부다. < PD저널 >에 따르면, 25일부터 29일까지 손석희 사장 의혹을 제일 많이 보도한 10대 일간지는 <동아일보>(24건), <조선일보>(21건), <국민일보>(14건), <서울신문>(13건), <세계일보>(13건) 순이었다.
 
< PD저널 >은 "이들 언론은 사건의 본질인 폭행·취업 청탁 여부뿐만 아니라 손석희 사장이 접촉사고를 낸 날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TV조선·채널A가 서로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선 29일 <미디어오늘> 역시 <손석희 사건, 공익적 보도라고 할 수 있나>라는 기사에서 "결국 이게 뉴스가치가 있는 이유는 손석희 사장이 유명해서다. 다만 공익적 차원에서 이 사안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사안이지 의문"이라며 "동승자 논란은 여성연예인이 사고가 나면 누가 옆에 타고 있었다라고 루머 도구로 사용하는 프레임과 비슷하다. 선정적 관점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언론보도"라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비판을 전했다.
 
기사에서 김언경 사무처장은 "반대로 김 기자를 둘러싼 말들, 그에 대한 캐내기식 보도들도 문제가 많다. 무엇이 됐건, 보도가 과열되면 당사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차분히 수사결과를 지켜봐도 되는 사안이다. 언론이 따라다니며 집중할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주요 이슈가 가려져 손해 보는 것이 국민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석희의 긴 싸움과 횡행하는 뉴스들, 피해자는 자명하다 
 
 지난 26일 TV조선은 <[단독] 손석희 "뺑소니라고 협박" vs 사고 피해자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26일 TV조선은 <[단독] 손석희 "뺑소니라고 협박" vs 사고 피해자 "어이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TV조선


<"맞았다" vs "협박당했다"…경찰 수사 착수> (25일 MBC <뉴스데스크>)
<프리랜서 기자 "손석희가 폭행"…'공갈 혐의' 맞고소> (25일 KBS <뉴스9>)

 
반면 지상파의 보도 행태는 사뭇 달랐다. SBS를 제외하고 MBC와 KBS는 손석희 사장 폭행 의혹이 하루 종일 논란이 됐던 25일 단신으로 다뤘을 뿐 이후 후속보도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을 언급해 조명을 받은 지상파 프로그램은 출연자인 전원책 변호사가 간단하게 언급한 KBS1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정도였다.
 
28일 전 변호사는 손 사장 의혹과 관련해 "타 방송 사장(손 대표이사) 얘기를 하면 아마 깜짝 놀랄 건데 이게 참 우리 사회 관음증 문제로, 한 번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명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음증, 관음증을 자극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 우리가 관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전 변호사는 "사실 누구나 명성만큼 추악하다. 털면 다 털리는 것"이라면서도 "손 사장에게 털 먼지가 많다는 게 아니라 김아무개 기자가 접근 했을 때 왜 이렇게 끌려다녔나"라고도 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람에게 먼지가 있는 법이다. 손 대표이사가 솔직히 털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를 해 준다. 왜냐면 자기도 그 비슷한 동일한 먼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이 같은 조언 아닌 조언에는 곱씹을 만한 부분이 있다. 관음증과 선정성, 그리고 이를 포함한 보수언론과 일부 종편의 알맹이 없는 '따라잡기'식 보도는 그 해악을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보수종편을 넘어 가짜뉴스에 가까운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들이 "누구나 명성만큼 추악하다"거나 "모든 사람에게는 먼지가 있는 법"이란 일반론을 전제로 할 때다. 손 사장과 관련된 의혹이 아직 쌍방의 주장이고,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가로세로 연구소'의 한심한 주장과 의혹 제기가 일파만파 퍼지는 데는 위와 같은 일반론과 함께 '손석희'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언론인이 의혹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리라. 그 화제성이 결국 선정성과 관음증을 부추기고, 이를 기반으로 보수언론이 한심한 보도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일부 유튜버들이나 가짜뉴스 유포자들에게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긴 싸움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실은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지난 25일 본인의 팬클럽에 손 사장이 올린 게시 글이다. 이번 의혹과 논란은 분명 손 사장의 말마따나 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상에서는 벌써 "손석희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란 발언들이 둥둥 떠다닌다. 피해자는 자명하다. 김언경 사무처장의 말처럼, 그 싸움에, 쏟아지는 가짜뉴스와 캐내기식 보도에 피해를 입는 이들은 결국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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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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