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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낮은 정확성으로 ‘오보청’이라고 불리는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낮은 정확성으로 ‘오보청’이라고 불리는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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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다는데, 푹푹 찌네요"
"그래서 기상예보가 없던 시절엔 태풍 피해가 컸습니다."


지난 25일, 기상 '잘알못'(잘 알지 못하다) 기자의 푸념에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태풍 바비(BAVI)가 한국에 상륙한다는 기상예보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날, 그를 만났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상 예보에 기상청을 향한 분노가 한창 고조됐을 때, 우연히 그가 펴낸 <미래는 절반만 열려 있다>를 발견했다. 책 소개에 '기상청 예보국장을 역임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저자'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기상청을 향해 돌직구를 던져줄 사람을 찾아 헤맸다. 기상청은 올여름 최장기 폭염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잘못된 예보를 탓하는 비판의 글들이 온라인을 장식했다. '왜,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는지' 답을 듣고 싶었다. 34년간 기상청에서 근무한 그라면, 답을 해줄 것 같았다.

지금은 기상청을 떠났기에 '오보청', '지상중계청'이란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듯했다. 기상청 예보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면, 진실은 무엇인지 들려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기상예보는 '과학적인 예측기법'이라 여겼는데, 그의 책 표지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메시지, 예보의 절반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라고 써있었다.

이제는 기상청을 떠나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 센터포인트 회의실에서 만났다. 남색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그가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옷차림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겹쳐 보였다. 그에게 대뜸 우리나라 기상청의 기상 예보를 못 믿어 노르웨이 기상청으로 기상 망명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목을 축인 그가 말했다.

기상 예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 기상 예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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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독특했다. 기상업무를 오래 했지만, 올해같이 긴 장마가 이어지는 건 드물었다. 기상예보를 하는 입장에선 어려운 계절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름은 사계절 중 소나기와 같은 돌발 강수가 잦아 기상 예보하기가 가장 어렵다. 집중호우는 더 그렇다. 구름이 모이면 소나기가 내린다. 집중호우는 이런 소나기구름이 여러 다발로 묶여서 한 지역에 내리는 현상이다. 소나기는 보통 30분 정도면 발생해 소멸하는데, 구름이 변화무쌍한 만큼 강수량을 예보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기상예보가 빗나간다는 평가는 특정 사례만 언급한 것이다. 과학적인 평가를 하려면 일회적인 게 아니라 상당 기간 안정된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실패한 사례만 들어 평가하면 안 된다. 예전보다 올여름은 장마가 길어 기상예보를 하는 사람들도 힘든 여름을 보냈다. 예보는 몇 마디 말이 전부지만, 이걸 결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상당한 서비스 공정을 거친다.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이 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 기상 예보를 하는 건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괜히 떠나는 게 아니고 '차이'가 있으니 망명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기술의 차이를 들어 설명했다.

"기상 정보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는 전 세계가 공유한다. 하지만 다양한 관측 자료를 활용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상예보)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더해 최종적으로 예보관이 분석하고 판단해 기상예보를 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기술의 차이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컴퓨터를 활용해 기상예보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70년 전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전에야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해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압축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수요자를 위해 '얼마나 시각화했느냐'가 이슈가 되는 것 같다. 국민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민간회사가 이런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 수요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시각화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조금 더 그를 몰아붙였다. 슈퍼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해 기상 예보가 빗나가는 건 아닌지 마음속에 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는 영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빗대어 답했다.

"슈퍼컴퓨터는 기상 예보에서 한 부분이다. 실제로 슈퍼컴퓨터를 값지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인 수치 모델이다. 비유하자면, 슈퍼컴퓨터가 스마트폰이라면 수치 모델은 앱에 해당한다. 수치 모델은 그때그때 개발하는 게 아니고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수백 명이 몇십 년 동안 '버전 업'을 한다. 이런데도 아직 미완성이다. 왜? 자연을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상 예보를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 영국은 1870년대부터 기상을 예보해왔다. 그리고 300명이 수치 모델을 '버전 업' 한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기상 예보의 역사도 짧고 인력도 적다. 달리기 하는데 몇 발짝 먼저 출발한 사람과 뒤늦게 출발한 사람 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요자 입장에선 이런 걸 받아들일 여유가 없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처지에선 상당한 애로사항이다."


기상 예보관이 겪는 고충과 고민, 그리고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기상 예보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아주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가령 학생이라면 숙제를 해야 하는 기간이 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숙제를 잘해 제때 제출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하는 것보다 기간 안에 제출하는 게 목표가 될 것이다. 기상 예보도 다르지 않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거기에 어려운 상황까지 겹쳐진다면 (기상 예보관의) 판단력과 결정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내일 안개비가 내릴지 안 내릴지 결정을 한다고 치자. 산책하는 사람들에겐 이슬비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날이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중요한 날이라면 어떨까? 게다가 (기상예보관이) 기상 관측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상 예보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면? 이땐 굉장히 기민한 상황 판단력과 결정력이 필요하다.

불안전한 기상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충만하면 안 된다. 기상 예보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가장 확신에 찼을 때가 가장 경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확신에 차다 보면 귀가 안 들린다. 그러면 주변에서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한국, 푹푹 찌는 날 늘고 집중호우도 거칠어졌다"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상 예보관이 겪는 고충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상 예보관이 겪는 고충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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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상 예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의 입에서 처음 '기후 위기'란 단어가 나왔다.

"기상 관측자료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공유된다. 우리나라의 5일 후 날씨를 알고 싶다면 현재 영국의 기상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건 국제적인 표준화와 위성, 드론 등 관측 장비가 다양해지면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상 관측 정보가 발달했는데도 80~90% 정도만 예측 가능하다. 나머지는 예보관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100% 맞추는 건 어렵다. 게다가 기후 위기로 갈수록 대기가 불완전해지고 있어 그동안 축적해온 기후 노멀(normal)에 균열이 갔다. 기본 정보가 흔들리고 있으니 예보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8월 초에 쏟아지면서 온라인에서 '이번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문구가 널리 퍼졌다. 그는 이번에도 '~수 있다'라고 특유의 화법으로 '기후 노멀'에 금이 간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화 이후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기후 변동에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이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바다가 따뜻해진다는 것은 수증기 발생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올여름 장마와 같이 많은 비가 올 수 있다.

대기에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물길이 있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이런 물길을 따라 움직인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수증기 발생량이 늘어나면 강물이 불어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러면 물길이나 인접한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보듯이 대기 흐름의 길목에 있는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된다. 반대로 물길에서 벗어난 지역이 비 피해가 없듯이 길목에서 벗어난 지역은 가물게 된다. 이렇게 극단적인 기후는 온난화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대답하기 쉽지 않다."

한국을 덮친 '태풍 바비(BAVI)'도 기후 위기의 징조인지 물었다.
   
"지구 온난화로 열대 해양의 수온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수증기 증발량도 늘어났다. 더 많은 비구름이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만들어지고 뭉쳐진다는 것이다. 소나기성 비구름이 선형으로 모이면 집중호우가 되고, 도넛 형태로 뭉치면 태풍이 된다. 지금까지 나온 관측 자료를 토대로 말하면, 앞으로 태풍이 더 강력해진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다만 발생 빈도와 이동 경로에 대한 개연성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라 아직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어렵게 기상 예보를 해온 버릇일까. 그는 단어 하나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입을 열다가도 뜸을 들이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의 손동작이 커졌다. 기후 위기로 지구와 한반도의 대기가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고 했다.
  
"(한국은) 과거와 달리 여름철이 길어지고 온도도 높아졌다. 폭염 기간도 긴데, 습도가 높아 푹푹 찌는 날이 많아졌다. 강수량도 예전보다 단시간에 거칠게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늦가을에 기온이 오르고, 초겨울에 한파가 오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도 보인다. 과거에 나타났던 기상과는 다른 패턴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대기 변화의 경향성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한국에 국한해 (대기 변화를) 예측하기란 (기상 변화의) 불확실성이 높아 더 어렵다. 다만 기후변화로 올여름과 같이 어느 지역은 집중호우에 홍수피해가 발생하는데, 다른 지역은 폭염이나 가뭄에 시달리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극단적인 기후가 반복될 수도 있다.

북극의 찬 공기는 열대의 따뜻한 공기와 잘 섞이지 않는다. 하지만 북극이 따뜻해지면 한시적으로는 분리 막이 느슨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자주 중위도로 내습하여 한파를 가져오거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상 난동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금 세계 곳곳의 기상을 보면, 이런 기상 변화의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기상 예보,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알면 알수록 답 보이지 않았다" 
 
?<미래는 절반만 열려 있다> 책을 집필한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은 “기상 예보가 과학적 예측기법이지만 '예보의 절반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는 절반만 열려 있다> 책을 집필한 이우진 전 기상청 예보국장은 “기상 예보가 과학적 예측기법이지만 "예보의 절반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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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바꿔 그가 책을 쓴 이유를 물었다. 기상 예보 경험을 통해 '과학적 예측기법이 의사결정 과정에 주는 시사점'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목적은 뭘까. 자신의 책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머쓱해 했다. 그리고 고백부터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기상 예보를 했는데, 빗나간 적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예보를 잘하는 것인가' 동시에 '왜 예보는 어려울까'란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내 안의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기상예보 말고도 예보를 서비스하는 분야가 많았다. 전염병 확산, 경제 전망, 증권 시세, 인구 동향 등 비슷하게 미래 환경 변화를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고민했던 것을 풀어놓으면, 거기서 뭔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래를 전망하는 건 어렵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경험하지 못하면 모를 일이다."

기상 예보가 과학적 예측기법이지만 '예보의 절반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다'라고 정의한 이유도 밝혔다.

"우선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실제로 과학적인 자료를 50%, 예보관의 판단을 50% 합해 기상 예보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과학적인 자료를 토대로 99% 예보를 결정하지만,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때 누군가는 최종 결정을 해야 하므로 이를 빗대어 한 표현이다. 1%는 예보관의 결정력과 판단력이 필요하기에 지혜롭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를 비유한 것이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뒷면이 나올 확률은 반반이다. 평상시라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쉽게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운명이 동전의 앞뒤면에 따라 달라진다면, 쉽게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상황의 무게감에 제대로 답을 못할 것이다. 예보관은 이런데도 어쨌든 답을 내놔야 한다. 힘든 상황일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기상 예보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알면 알수록 더 답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자연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들은 얼마 되지 않는 듯하다."


자신의 뒤를 이어 기상 예보를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꺼내놓았다.

"기상 예보는 과학적 예측기법을 토대로 만들지만, 이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의사결정 최종 단계에 이르면 다른 차원의 생각이 필요하다. 이걸 뭐라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도 그렇다. 근데, 이렇게 불확실한 자연 현상에 대해 수요자는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

과학적인 수단으로 '자연'이란 타자를 안다는 게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자연을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될지 모르겠다. 가장 확실하게 자신감을 갖고 (기상) 예보한 게 빗나가는 경험이 쌓이면서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연의 조그마한 변화도 느껴야 하는데, 어설픈 확신과 고정관념으로 예보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자연을 이해하고, 자세를 고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끝으로 그는 34년간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기상 예보'의 한계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과학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미완성된 존재이기도 하다. 무한한 가설의 바다에서 일부를 확인한 정도다. 기상 예보도 그렇다. 자연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게 더 많다. 굳이 비교한다면, 광활한 우주에서 티끌만큼 알고 있는 걸 가지고 기상 예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안개 속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희미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책을 다시 펼쳤다. 프롤로그 첫머리에 적힌 글이 머릿속을 맴돌아서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하면, 온다는 것인지 안 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 놓는다. 그래서 강수확률예보에서 50%를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이 예보의 핵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다짐했다. 앞으론 기상청 사람을 만나면 '내일 날씨 어때요?', '기상청 예보는 왜 만날 빗나가요?'란 질문은 하지 않겠다고. 그게 단 1초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기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오늘도 다가올 2주일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격려였다.

태그:#기상예보, #오보청, #기후위기, #이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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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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