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36년 전 전 세계에 소개된 <탑건>의 묘미는 단연 비행 전투신이었다. CG 기술이 발달한 뒤 나온 현재의 여러 블록버스터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액션 장면의 핵심은 단연 리얼리티였고, 그 중심엔 전투기를 직접 모는 걸 자처했던 톰 크루즈가 있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이후 국내에서도 곧 개봉하는 <탑건: 메버릭>은 어쩌면 그 자체로 상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다는 건 둘째 치고, 영화가 표방하는 메시지와 산업적인 면에서 나름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올해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행사장 주변에 세워진 <탐건: 매버릭> 프로모션 조형물.

올해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행사장 주변에 세워진 <탐건: 매버릭> 프로모션 조형물. ⓒ 이선필

 
미 해군 최정예 전투 파일럿을 지칭하는 탑건, 이들을 교육하는 교관과의 이야기라는 기본 틀은 비슷해 보인다. 다만 1편에서 최정예 조종사 '매버릭' 미첼 대위(톰 크루즈), 그의 교육을 담당했던 항공물리학 전문가 찰리와의 사랑 이야기가 세대 간의 화합과 우정으로 변모했다. 훈련 도중 소중한 동료를 잃은 매버릭은 그 충격을 안고 30년의 세월을 보내고, 그 동료의 아들과 다시 탑건 훈련학교에서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2편에서 이어진다.
 
물론 중심 사건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다. 적국의 핵시설을 비밀리에 파괴하고 생환해야 하는 임무인데 30여 년 만에 훈련학교로 복귀한 매버릭과 차세대 정예 조종사 간의 갈등과 화합이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영화 또한 명불허전의 공중전을 담고 있다. F-14에서 F-18로 전투 기종이 바뀐 만큼 더욱 박진감 넘치는 묘사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톰 크루즈를 비롯해 파일럿 역할의 배우들이 대부분 실제 전투기를 몰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받았고, 실제 전투기에 작용하는 중력을 그대로 표현해냈다. 순간 가속과 방향 전환으로 일그러지는 배우들의 얼굴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그 전투기에 동승한 듯한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를 온전히 체감하기 위해선 아이맥스나 4DX 혹은 사운드 특화관에서의 관람이 필수다. 개인 디스플레이에 의존하는 OTT 플랫폼과 비견할 수 없는 영화적 체험이 중요한 만큼 적어도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일반관에서라도 봐야 하는 작품이다.

일종의 프로모션이었겠지만 세계 최고 영화제 중 하나인 칸영화제에서 <탑건: 매버릭>의 최초 상영을 결정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극장 산업의 위기라는 요즘, 영화라는 매체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 새삼 복기하게 한다. 대형 블록버스터 요소뿐만 아니라 한 공간에서 큰 스크린을 향해 집단 체험을 나누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 극대화 된다.
 
9일 한국 언론에 최초 공개된 언론 시사에서 박수가 나온 것도 하나의 방증이 될 것이다. 36년 전의 향수가 있는 관객은 물론이고, 전투기 액션 및 밀리터리 장르물에 열광하는 팬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메시지 측면에서도 <탑건: 매버릭>이 주는 교훈이 분명하다. 기성 세대와 차세대 간 필연적인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곳곳에 깔려 있다.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거나 가르침을 강요하는 스승이 아닌 함께 부딪히며 몸소 모범이 되는 미첼 대위는 "파일럿이 이젠 필요가 없으며 무인 전투의 시대가 왔다"는 상관에 말에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닙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자긍심을 드러낸다.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디딤돌을 자처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영화 말미 주연 배우 소개를 뒤로 미루고 신진 배우들을 먼저 언급하는 데서도 차세대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동시에 1편 감독이었던 토니 스콧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예우와 존경의 자세도 취했다. 
 
물론 영화 근간에는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평화 주도, 미국 최선 주의)의 기운이 물씬 담겨 있다. 이런 점만 제외하면 영화적으로 충분히 만족도가 높은 선택이 될 것이다. 

<탑건: 매버릭>은 지난 5월 18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이후 영국과 남미, 북미 순으로 개봉하고 있다. 국내 개봉일은 오는 22일이다.
 
한줄평: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챙긴 수작
평점: ★★★★☆(4.5/5)

 
 
영화 <탑건: 매버릭> 관련 정보

영제: Top Gun: Maverick
감독: 조셉 코신스키
제작: 톰 크루즈, 제리 브룩하이머, 크리스토퍼 맥쿼리
각본: 엘렌 크루거, 에릭 워렌 싱어,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수입 및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국내개봉: 6월 22일(수)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 미국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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