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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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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밝았고, 박수 소리가 계속 나왔다. 꽃다발도 전달됐다. 준비한 객석이 모자라 사람들은 의자를 가져와서 앉았다. 마지막에는 "기다리자"고 했다.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 '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이야기마당' 현장 분위기가 그랬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이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메디치 간)을 쓴 저자 양지열 변호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이야기했다.

김 전 지사는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돼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됐다.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의 유력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먼저 김성회 소장은 "분위기가 우울하고 슬플까 걱정 했는데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김 전 지사와의 인연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재판과 관련해 전해 듣고서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김한규 의원은 "인연이 많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사건 관련한 논평을 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은 "단순히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유죄로 결론이 내려진 재판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고 조심스럽다"며 "그러나 현재 사법구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양 변호사는 "책을 읽어보면 적극적으로 '무죄'라 하지 않고 왜 물어보느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법적을 물음표가 있다는 말은 피고인 입장에서 무죄일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판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나라 사법구조를 존중하지 않거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본인은 억울하지만 주어진 사법 시스템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용한다"며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은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경수는 사면 이야기를 안 했다"

행해지지 않았던 '사면'을 거론한 양지열 변호사는 "언론에서 부정 뇌물로 수감된 사람(이명박)과 같이 묶어서 김 전 지사의 사면을 거론했던 게 문제라고 본다"며 "특검이 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불편함을 씻어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봤다.

김한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느낀다. 사면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재판 과정에서 유죄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면을 판단할 때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사면 기준이 불분명하고, 명확한 자기 철학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한 달가량 전 김경수 전 지사를 면회했다고 한 김 의원은 "유리창이 아닌 대면 면회를 했다. 가기 전에는 사면에 관심이 있을 거 같고 부탁할 거 같았는데, 사면 이야기를 안 했다"며 "당황했던 것은 메모지를 가지고 나왔는데, 민주당과 정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적혀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이 밖에 있는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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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김 전 지사한테 메모지를 받았다고 한 양 변호사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메모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억울함이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문제점이라든지 일본 등 외국과 비교한 사례가 있었다"며 "억울하게 갇혀 있어서 힘들다는 말은 없었고, 그래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김성회 소장이 김경수 전 지사의 '유죄' 핵심을 묻자, 양 변호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킹크랩'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한테 '킹크랩'이니 '드루킹'이니 하면서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선입견을 줬고 이는 끝까지 재판 과정에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제시했던 유죄가 아닌 다른 가능성도 있었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유죄가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무죄여야 하는데, 판결은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상 '댓글 조작'이라고 쓴 거 자체가 잘못"

김성회 소장과 양지열 변호사, 변호사 출신인 김한규 의원은 '검찰의 패거리 문화'와 '전관예우'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 의원은 "사법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판·검사들은 '범인은 나쁜 사람'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고서야 재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 판사는 검사가 오랜 시간을 들여 가져온 세련된, 아주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보게 된다"며 "반면 변호사는 사건에 집중하기 하루 이틀 전에 관련 자료를 보게 돼 대등한 무기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처럼 매일 재판을 해서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구조적으로 검사한테 매우 유리한 시스템"이라며 "법원은 범죄인을 10명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안 되는데, 판사들은 내가 잘못 판단해서 '나쁜 사람'을 놓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압박감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 양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것과 다르다. 그런데 아직도 댓글에 이상한 일만 벌어지면 '킹크랩' 이야기를 한다"며 "이번 사건은 댓글 내용을 조작한 게 아니라 '좋아요'를 눌러서 순위를 조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편의상 '댓글 조작'이라고 쓴 거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항소심 마지막에 검사는 킹크랩 프로그램 관련한 증거를 내놨다. '네이버 접속 기록'과 '개발 일지' 등이다"라며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통해 검증하자고 했는데 판사는 이미 유죄라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객관적 검증을 하지 않고 그냥 유죄로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의 진술에 허위가 있었다"며 "'접속 기록'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것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다른 증거가 많다고 봤던 것이다. 전문가한테 맡겼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회 소장이 "황당하다"고 하자, 양 변호사는 "판사한테 전적으로 재량권이 있다. 김 전 지사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리하게 단축시킨 것은 아니다. 다른 재판부보다 많이 봐주고 들어 줬다"며 "그래서 재판부는 '이 정도면 됐지'라고 봤던 것 같다. 어떤 사건이든 2년, 3년, 5년이 걸리더라도 해야 한다.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면 누구든, 어떤 사건이든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재판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킹크랩' 프로그램에 대해, 김 소장은 "맛집이나 성형외과, 피부과의원 등 블로그 글에 '좋아요'가 많으면 상위에 노출되는 것처럼 정치 관련 뉴스에 도입한 것"이라며 "그것이 네이버 업무방해로 징역 2년을 받을 사건이냐"라고 했다.

이에 김한규 의원은 "지금까지 네이버 업무방해로 구속된 사례는 없고 벌금 정도였다"며 "(앞으로) 국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얻는 정보가 많다. 그러면 업무방해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다"고 했다.

배우자 김정순씨 "돌아오는 날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

양지열 변호사는 "포털의 업무방해를 막아야 하는 건 맞는데, (킹크랩은) 민주주의를 왜곡하거나 침해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이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법조인 한 사람으로서 김 전 지사한테 빚을 진 심정으로 책을 썼다"며 "법은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그 법이 나에게도 잘못 움직일 수 있다. 누구나 법으로 인해 억울함이 없어야 하기에 대한민국을 위해 고쳐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의원은 "재판을 신속하게 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검사와 판사가 충원돼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말은 김 전 시자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억울함은 없어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지사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그냥 김 전 지사가 좋았고 여전히 그를 믿고 신뢰하며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김성회 소장은 "관객을 모아 놓고 책 이야기를 하기는 처음이다. 애초에는 김 전 지사가 8.15 사면 돼서 같이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배우자 김정순씨는 '책 이야기 마당' 앞에 인사말을 통해 "남편이 들어가면서 책 출간을 부탁했다"며 "그동안 힘든 길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남편은 건강하게 밝게 지내고 있다. 돌아오는 날 밝은 미소와 함께 인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김정순씨와 이야기를 한 3명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행사를 하기 전에 김 전 지사가 했던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말을 제목으로 붙인 영상이 상영됐다. 이날 행사는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저자인 양지열 변호사가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저자인 양지열 변호사가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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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왼쪽부터 서필상 위원장, 이재영 위원장, 김정호 국회의원, 김경수 전 지사 부인 김정순.
 8월 21일 오후 창원 문성대 컨벤션홀에서 열린“김경수는 과연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책 이야기마당” 행사. 왼쪽부터 서필상 위원장, 이재영 위원장, 김정호 국회의원, 김경수 전 지사 부인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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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경수 전 지사, #메디치미디어, #양지열 변호사, #김한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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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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