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BO리그 정규 시즌 잔여 경기 중 취소된 2경기가 다시 편성되면서 정규 시즌은 어느덧 6일 밖에 남지 않았다. 9위(두산 베어스)와 10위(한화 이글스)는 이미 결정되었고,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도 포스트 시즌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7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상위권의 포스트 시즌 대진표도 일단 다섯 자리 중 두 자리는 채워졌다. 선두 SSG 랜더스가 KBO리그 41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고, LG 트윈스가 2위를 확정하면서 그 자리를 채웠다.

사실 SSG는 정규 시즌 홈 경기가 모두 끝났고, 10월 4일에도 경기가 없었다. 그러나 4일 LG가 5위 KIA 타이거즈에게 패하면서 SSG의 우승 매직 넘버가 소멸되어 정규 시즌 1위와 2위의 순위가 확정된 것이다.

끝내 우승의 한 풀지 못하고 은퇴하는 이대호
 
팬들의 응원받는 이대호 9월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가 4회에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격하고 있다.

▲ 팬들의 응원받는 이대호 9월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가 4회에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는 3일 경기에서 패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 경우의 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롯데(63승 4무 75패)는 삼성(63승 2무 75패)과 함께 남은 경기에서 7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남았는데, 승률은 0.457로 같지만 2경기를 더 치른 롯데가 무승부도 2경기 더 많아서 7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진 않다.

롯데는 시범경기 성적 공동 1위를 기록하면서 이대호 은퇴 시즌에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4월까지만 해도 14승 1무 9패로 단독 2위를 달리면서 그 기대감은 점점 커져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5월부터 롯데는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내려 앉았다. 5월에만 3연전 시리즈에서 3번이나 스윕패를 당하면서 9승 17패를 기록, 순위도 2위에서 7위까지 급추락했다.

그래도 전반기 막판에 4연승을 기록하면서 롯데는 6위까지 다시 올라갔고, 한때는 KIA를 상대로 4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KIA를 상대로 한 7월 24일 경기에서 무려 0-23의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는 등 3연전 스윕패를 당했다.

역대 단일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배의 굴욕을 당한 롯데는 사실상 추격의 원동력을 잃었다. 8월에 13승 11패, 9월에 10승 12패로 두 달 성적을 합하면 23승 23패 5할 성적을 기록했지만, 승패 마진 0의 성적으로 상위 팀들을 따라갈 순 없었다.

이대호가 KBO리그에 복귀한 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시즌은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롯데는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는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승리했던 NC 다이노스에게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승 3패로 탈락했다.

이대호는 4일 경기까지 타율 0.335에 23홈런 10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4위, 홈런 5위, 타점 4위의 기록으로 은퇴 시즌이라 믿겨지지 않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불꽃을 태웠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대호는 2017년 이승엽(현 KBO리그 홍보대사)과 더불어 KBO리그에서 공식적으로 은퇴 투어를 진행했던 2번째 선수다. 공교롭게 이승엽도 2017년 분전했으나 정규 시즌 마지막 날 은퇴식을 끝으로 커리어를 마쳤다. 이대호도 10월 8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 팬들과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박진만 대행 체제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삼성도 탈락

SSG의 정규 시즌 우승을 결정지었던 KIA와 LG의 경기는 다른 한 팀의 운명도 결정했던 경기였다. 한때 9위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시즌을 포기하는 줄 알았던 삼성이 아쉬운 추격을 멈추게 된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 시즌 144경기에서 공동 1위를 기록했으나 kt 위즈와의 정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2경기나 치렀던 두산 베어스에게 스윕패를 당하며 최종 3위를 기록했는데, 그 충격의 여파는 올해 성적으로 드러났다.

올해 삼성은 많은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13연패의 굴욕까지 당했던 삼성은 7월까지 38승 2무 54패로 9위에 그쳤다. 이 시점까지 5위 KIA와의 승차는 9경기 반이나 벌어진 상태라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삼성은 지난해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허삼영 전 감독이 물러나는 충격적인 요법을 단행했다. 퓨처스 감독이었던 박진만이 감독대행을 맡아 남은 시즌을 지휘하게 되었다.

후반기에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팀들은 대부분 다음 시즌을 위해 팀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남은 시즌을 운영한다. 박 감독대행도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던 선수들을 1군에 호출하여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팀 선수들에게 새로운 경쟁을 유도했다.

8월부터 10월 4일까지 박 감독대행 체제에서 삼성은 25승 21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9위 탈출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한때 5위 KIA를 추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13연패로 인해 너무 많이 깎였던 승률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정규 시즌 4경기를 남긴 상태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의 꿈을 접게 됐다.

KIA vs. NC, 어쩌면 4위보다 유리할 수도 있는 5위?
 
KIA, 8-3으로 LG에 승리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김종국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KIA, 8-3으로 LG에 승리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김종국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5위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팀은 KIA와 NC만 남게 됐다. KIA는 지난해 역사상 최초로 9위를 기록하며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코치였던 김종국을 감독으로 승격하며 팀 재건에 나섰다. NC 역시 올해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던 이동욱 전 감독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두 팀 모두 지난해 또는 올해 전반기 위기를 겪었다가 반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KIA는 올 시즌 대체로 5위 이내의 순위권을 지켰으나 긴 연패 기록을 3번이나 기록하는 등 여러 차례 위기를 이겨냈다. NC도 전반기에 잠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가 6위까지 반등했다.

4일까지 KIA가 68승 1무 71패(0.489), NC가 64승 3무 72패(0.471)를 기록하며 2경기 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KIA가 남은 4경기에서 2승 2패만 거둬도 70승 1무 73패 승률 0.490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NC는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도 69승 3무 72패 승률 0.489까지만 올릴 수 있다. 만일 NC가 남은 5경기 중 최소 2패 이상을 당하게 된다면 KIA가 남은 4경기를 모두 지더라도 포스트 시즌 진출 경우의 수가 사라지게 된다.

일단 5일부터 8일까지 KIA와 NC는 홈에서 4경기를 치른다. KIA는 2위를 확정한 LG와 2경기를 치른 뒤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와 마지막 2연전을 치르고 체력을 비축했다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열릴 장소가 결정되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NC는 8일까지 롯데, SSG, LG, 한화를 상대로 각각 1경기 씩을 치른 뒤 9일에 수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10일 3위 경쟁을 하는 kt 위즈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최종 결과에 따라 다음 일정이 결정된다. 다만 KIA의 매직 넘버가 2인 만큼, 빠르면 5일 경기 결과에 따라 NC는 캐스팅 보트로 역할을 바꿀 수도 있다.

보통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는 1승 어드밴티지를 갖고 홈 경기 개최권을 갖는 4위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그런데 잔여 경기 일정을 치르는 동안 가을비로 kt의 2경기가 9일과 10일로 미뤄졌다. 4위 팀이 체력적으로 더 불리해질 수도 있는 경우의 수가 생기면서 5위 팀도 더 높은 곳을 향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자력 3위 불가능한 키움, 체력적으로 가장 불리한 kt

4일까지 kt는 78승 2무 59패(0.569), 키움은 79승 2무 61패(0.564)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남은 2경기를 키움이 모두 승리하면 81승이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kt에게는 남은 5경기 중 최소 4승 1패를 거둬야 한다는 점에서 중압감이 크다. 게다가 키움의 마지막 2경기 상대는 이미 최하위권이 확정된 한화와 두산이다.

정규 시즌 키움과 kt의 상대 전적은 8승 1무 7패로 키움이 유리하다. 만일 10일까지 최종 승률이 동률이 된다면 상대 전적에서 앞선 키움이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하고, kt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키움과 kt 두 팀 중 어느 한 팀이 더 여유가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비로 인해 경기가 미뤄질 일이 없기 때문에 키움은 잔여 경기 때마다 편성되는 경기가 적어 체력을 아낀 상태에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팀들과의 승차가 적을 때는 자력으로 순위를 확정할 수 없어서 심리적으로 편하진 않다.

kt는 9월에 LG와의 원정 경기가 취소된 데 이어서 10월에 NC와의 홈 경기도 비로 인해 미뤄졌다. 정규 시즌 최종 순위를 확정지었다면 경기가 많이 남았더라도 주전 선수들을 일찍 쉬게 하고 포스트 시즌을 준비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kt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7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4연전에서 키움의 승률을 넘지 못하고 4위로 시즌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체력은 체력대로 빠진 상태에서 바로 12일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데, 만일 KIA가 5위를 빨리 확정짓게 될 경우 오히려 체력적으로 KIA가 유리한 상황이 된다.

kt도 순위를 빨리 확정짓지 못하고 KIA와 NC도 마지막 날까지 최종 순위를 결정짓지 못하는 희미한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 이럴 경우 10일 경기에서 kt와 NC 두 팀이 각자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된다. 다만 kt와 NC가 두 팀 모두 마지막 날까지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날 가능성은 낮다.

LG에게 달린 캐스팅 보트, 3~6위의 운명은?
 
LG 패배에 SSG 정규리그 1위 확정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3-8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LG 패배에 SSG 정규리그 1위 확정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3-8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3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를 결정짓는 데 가장 많이 관여할 팀은 이미 2위를 확정지은 LG다. LG는 5일과 6일 광주에서 KIA와 2연전을 치른 뒤, 7일 창원에서 NC와 경기를 치른다. 이어서 8일 부산에서 이대호의 은퇴식을 치르는 롯데를 상대한 뒤, 바로 잠실로 돌아와 9일 kt와 순연된 경기를 치러야 한다.

LG의 남은 5경기 중 이대호의 은퇴식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가 포스트 시즌 대진표를 작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다. 5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KIA와 NC 그리고 3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kt까지 골고루 상대한다. 다른 팀보다 정규 시즌 일정이 하루 늦게 끝나지만 LG는 플레이오프까지 최소 13일을 쉴 수 있다.

일단 LG는 무리하게 1위를 따라잡지 않고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NC와의 잠실 3연전에서 1승 2패에 그쳤고, 4일 KIA와의 경기에서도 시즌 10승을 달성한 이의리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물론 LG가 남은 경기에서 승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13일의 휴식이 기다리고 있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데 집중하는 만큼 남은 경기의 승리가 중요할 수 있다. KIA와 NC 그리고 kt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순위를 일찍 확정지은 LG와의 만남이라 부담이 덜한 편이다.

공교롭게 3위부터 6위까지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LG도 나름대로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준플레이오프 직행권이 걸린 키움과 kt도 그럴 것이며, 와일드 카드 결정전 출전권이 걸린 KIA와 NC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포스트 시즌이 시작하는 일정은 3위에서 6위까지의 순위가 언제 확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미디어데이가 없으며, kt가 3위를 확정하고 KIA가 5위를 확정하는 2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바로 11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kt가 4위로 내려가는 경우 최소 하루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12일부터 시작된다. 또한 적은 확률로 KIA가 탈락하고 NC가 최종 5위가 되는 경우에도 NC에게 하루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12일부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시작한다.

LG가 가장 많은 4경기에 관여하지만 하위권 팀들도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삼성은 kt를 상대로, 롯데는 NC를 상대로, 두산은 키움을 상대로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있으며, 한화는 키움과 NC 두 팀을 상대로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다.

5위와 6위는 빠르면 5일에 결정될 수도 있으며, 3위와 4위는 빠르면 8일에서 늦으면 10일에 결정된다. 가을의 잔치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유리한 대진표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팀들의 경쟁이 마지막까지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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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대진표 키움히어로즈 KT위즈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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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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