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서울시의 시내버스회사인 신흥운수는 420만 원의 폐차량 매각대금 입금 누락을 '수입금 횡령'으로 판단해 시내버스회사평가(총 1000점 만점)에서 3년 동안 500점씩을 감점하는 행정처분을 내린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24일 신흥운수는 '2021년 서울시 시내버스평가 중 수입금 횡령 항목의 500점 감점 처분은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한 권리나 이익 침해를 구제하는 심판절차다. 행정소송의 전심절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취소심판, 무효 등 확인심판, 의무이행심판 등 세 가지가 있다. 

신흥운수는 지난 2020년 11월 2년 전(2018년)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의 입금누락을 발견하고 서울시와 수공협(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누락한 폐차량 매각대금 420만 원도 수공협에 입금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폐차량 매각대금 입금 누락을 '수입금 횡령'으로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내버스회사평가에서 3년 동안(2020년~2022년) 500점씩 감점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관련기사 : 서울 버스회사 여직원은 왜 '나를 고발하라'고 했나? http://omn.kr/21pqi). 

서울시는 해마다 시내버스회사 평가를 통해 경영성과에 따라 최종성과이윤을 각 시내버스회사에 차등지급해왔다. 하지만 신흥운수는 500점씩 감점되면서 해마다 받아온 수억 원의 최종성과이윤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에 따라 평가한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신흥운수는 "과도한 갑질 행정처분"이라고 반발해왔다. 결국 신흥운수는 행정소송의 전심절차인 행정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폐차량 매각대금은 서울시나 수공협의 소유 아냐"
  
▲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 중 '가-감점' 항목표.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행정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신흥운수는 "횡령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보관자의 지위가 있어야 하고, 타인의 재산을 영구히 영득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시내버스회사의 버스차량은 각 버스회사의 소유이고, 그 버스 폐차로 인한 폐차 매각대금 역시 각 버스회사의 소유임으로 (신흥운수의) 폐차 매각대금 420만 원은 신흥운수 소유의 재산으로 서울시나 수공협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신흥운수가 폐차 매각대금을 서울시의 지침에 의해서 수공협에 입금해야 하는 '채무'가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흥운수는 "신흥운수는 폐차매각대금 420만 원을 신흥운수가 소비하거나 다른 자금 명목으로 변경하지 않은 상태였다"라며 "420만 원을 소비하거나 다른 자금으로 변경하지 않은 점, 누락사실을 발견하고 바로 입금조치한 점, 신흥운수가 다소 소액의 돈을 횡령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흥운수가 420만 원을 영구히 영득하거나 반환거부를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횡령의 성립조건인 '보관자의 지위'와 '타인의 재산을 영구히 영득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의사'가 모두 없기 때문에 횡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신흥운수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신흥운수는 "횡령은 '고의범'으로 고의를 가지고 타인의 재산을 영득하거나 반환을 거부해야 성립하는 것이다"라며 "경리직원의 단순실수로 수공협에 입금을 누락하는 경우를 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처분을 사전통지하지도 않았고, 의견제출 기회도 안줘"
 
서울시내버스회사 중 하나인 신흥운수. 서울시는 신흥운수가 지난 2018년 발생한 폐차대금 420만 원의 입금을 누락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3년간 500점씩 감정'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내버스회사 중 하나인 신흥운수. 서울시는 신흥운수가 지난 2018년 발생한 폐차대금 420만 원의 입금을 누락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해 '3년간 500점씩 감정' 처분을 내렸다.
ⓒ 신흥운수 제공

관련사진보기

 
특히 신흥운수는 수입금 횡령으로 판단한 근거인 서울시의 시내버스평가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평가 매뉴얼의 경우 현재는 '그 외 수공협에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수입금을 횡령한 사례(예 : 폐차량 매각액, 부대사업 수익금)'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단순실수로 인한 입금 누락에 대해서도 감점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총점 1000점에서 500점을 감점처분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규정을 '그 외 수공협에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수입금을 횡령, 폐차 후 ㅇㅇ개월 내 수입금 입금을 누락한 사례'로 명확하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흥운수는 "몇 년 전부터 실시되었던 서울시 시내버스평가 매뉴얼의 미비한 규정을 보완도 하지 않고, 올해에도 자의적으로 유추해석 및 확장해석해 불공정하고 위법한 처분을 한 것이다"라며 "정당한 법령해석을 벗어난 자의적인 유추해석과 확장해석을 바탕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운수는 행정심판 청구서를 통해 노아무개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이 "수입금 횡령이라는 평가 매뉴얼의 규정 자체에 불명확한 면이 있고, 신흥운수에 대한 500점 감점처분이 부당한 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2022년 시내버스평가에서는 평가매뉴얼을 수정해 신흥운수에 대한 수입금 횡령으로 500점 감점처분을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 약속을 믿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흥운수의 주장이다.  

신훙운수는 "하지만 5월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이 바뀐 후 새로 임명된 이아무개 버스정책과장은 노아무개 전 과장의 확약을 무시하고, 2022년 시내버스평가에서도 신흥운수에 500점 감점처분을 해서 (2021년도까지 합치면) 9억 91만5000원의 성과이윤을 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이는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의 처분과 청문의 절차에서도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행정절차법 제21조(처분의 사전통지) 제1항과 제22조(의견청취) 제3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  

신흥운수는 "수입금 횡령 명목으로 500점 감점을 처분하는 것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서 의미하는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으로서 처분을 하기 전 사전처분 통지를 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라며 "그러나 시내버스회사 평가결과를 '서울시 e-Bus Net'에 공개하기 전 전혀 처분을 사전통지하지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신흥운수, #서울시 버스정책과, #행정심판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