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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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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2월 9일 파업 철회 후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정부가 두 차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파업 종료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그러나 파업 종료 사흘 만인 12월 12일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이 파기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했고, 화물연대 파업을 앞둔 11월 22일에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선 복귀 후 대화'를 약속한 정부는 파업 종료 후에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실행에 옮겼다는 이유로 '안전운임제 원점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러자 화물연대 위원장이 반발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물류대란 걱정하던 언론, 무기한 단식엔 무관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보고서 <안전운임제 외면한 언론, 화물연대 파업 비난할 자격 있나 http://omn.kr/21umb>(12월 2일)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 이유인 '안전운임제'에는 무관심하고, 물류대란만 걱정하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공포와 피해를 부각하던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한 바 있는데요. 화물연대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화물연대 위원장 무기한 단식’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12~12/13)·신문지면(12/13~12/14) 보도건수
 ‘화물연대 위원장 무기한 단식’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2/12~12/13)·신문지면(12/13~12/14) 보도건수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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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12월 12일부터 13일까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 이튿날인 12월 13일부터 14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을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언론의 '무관심'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언론은 '물류방해', '물류대란', '물류볼모'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국가경제 피해와 국민 불편에 초점을 맞춰 여러 차례 보도했는데요. 정작 정부의 약속 불이행과 입장 변화로 인한 화물연대 위원장의 단식은 외면했습니다. 방송은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3사가 1건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정부 입장 전하는 데 절반 넘게 할애
화물연대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 농성을 아예 보도하지 않은 언론도 문제지만, 보도한 언론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원희룡 "안전운임 단순 연장땐 3년뒤 또 파업… 물류 구조 바꿔야">(12월 13일 이윤태‧김예윤 기자)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과 국가 경제에 손실을 끼친 마당에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원위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장을 전하는 데 기사의 절반 넘는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입장 전하는 데 상당 분량 할애한 동아일보(12/1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입장 전하는 데 상당 분량 할애한 동아일보(12/1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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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남은 절반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놓고 벌이는 공방을 전하는 내용입니다. 화물연대 입장은 기사 전체의 1/3도 안 되게 실렸지만, 그마저도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지속' 기존 입장 고수"라는 소제목으로 전했습니다. 화물연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정부와 협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겁니다. 정부와 여당이 화물연대에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약속하고도 돌연 입장을 뒤집었다는 비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겨레, 화물연대 입장 전해…한국일보, 입장 뒤집은 정부 비판
12월 13일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의 화물연대 위원장 단식 농성장 방문을 보도하며, '화물연대 파업 중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노동탄압 수단'이라는 화물연대 입장을 전했습니다. MBC는 <"탈퇴해야 일감 준다">(12월 12일 홍신영 기자)에서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 후 현장 복귀를 결정하자, "일부 사업장에서 화물차 기사들을 상대로 화물연대를 탈퇴하라는 압박"을 가하며 노조탄압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SBS와 JTBC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대강 대치 분위기를 보도했고, 다음 날 KBS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카렌 커티스 부국장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연대 위원장이 파업 철회 후에도 단식농성에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와 돌연 입장을 뒤집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인터뷰 통해 화물 노동자 목소리 전한 한겨레(12/14)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인터뷰 통해 화물 노동자 목소리 전한 한겨레(12/14)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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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겨레는 화물연대 위원장 인터뷰로 화물 노동자 목소리를 전하는 데 집중했고, 한국일보는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뒤집은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정부가 약속 어기고 안전운임제 폐지하면 더 큰 혼란">(12월 14일 전종휘‧장현은 기자)에서 "(화물연대 파업 뒤) 6월 14일 정부와 맺은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지 않았다"는 화물연대 위원장 발언을 전하며 정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도로 위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사회안전망에 넣어달라는 화물 노동자들의 절규"라는 위원장 발언도 전하며 화물연대 파업과 위원장의 단식 농성 이유에 귀 기울였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설/정부, '안전운임제' 원점으로 되돌려서야>(12월 14일)에서 "'선 복귀 후 대화'를 약속했던 정부는 안전운임제 원점 재논의로 입장을 바꿨다", "화물연대 파업이란 사정 변경 이유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명백한 말 바꾸기"라며 정부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화물연대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노정 관계는 악화일로"라며 화물연대 위원장 단식농성의 원인이 정부의 입장 변화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외면, 화물연대 투쟁을 '집단이기주의 발로'로 치부할 위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입니다. 모든 화물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고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의 화물운송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며,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일몰제입니다. 일몰제란 특정 시점에 해가 지는 것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를 말하는데요.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적 시행과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해왔습니다.
 
데이터 분석 통해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보도한 시사인(11/24)
 데이터 분석 통해 화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보도한 시사인(11/24)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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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은 특별기획 <화물차를 쉬게 하라>(11월 24일)에서 화물차 3만 7892대의 2022년 4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DTG) 데이터와 화물 노동자 1433명 대상 노동 및 휴식시간 설문조사 분석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 아니며, 화물 노동자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더 이상 화물차가 '도로 위 흉기'로 내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이 알려주지 않으면 시민들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더더욱 그러한데요. 언론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잘못된 편견을 깨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어김없이 '물류대란'을 강조했고, 파업 종료 후에는 '주요 산업 속속 정상화', '활기 찾은 산업현장'을 보여주며 산업계와 같은 입장을 취했습니다. 화물연대 위원장 단식 투쟁도 그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거나 화물연대 목소리를 충분히 전하지 않은 언론이 더 많은데요. 언론이 이처럼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화물연대 투쟁을 반복되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 정도로 무심코 지나칠 시민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2월 12일~1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 2022년 12월 13일~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민언련, #화물연대, #단식농성, #원희룡, #이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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