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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일기
ⓒ Unsplash의Marcos Paulo P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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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특히 에세이와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북으로 낸 <혼자 하는 글쓰기> 1권 리뷰에 누군가 '절대 비추. 글쓰기 얘기는 0.01% 되려나? 자기가 주제별로 쓴 사소한 글들만 모아 놓은 낙서장'이라고 달았다.

마침 저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서 나는 '이 책은 글쓰기 방법론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방법론에 관한 책으로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방법론을 원하는 분들은 다른 책을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작성해 두었다.

처음 리뷰를 읽었을 때는 좀 '띠용~' 했지만 라마즈 호흡을 한 100번 한 뒤에 생각해보니 그때(2018년)까지만 해도 글쓰기 관련된 책은 '방법론'에 대한 책만 있었을 뿐, <혼자 하는 글쓰기>처럼 글을 쓰고 스스로 혼자 워크숍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책은 없었다. 

애초에 글쓰기 방법론을 주고자 쓴 책이 아니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할 때 거창한 이야기를 써야 할 것처럼 생각하고 아주 사소하거나 시시하거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쓰는 것은 일기가 아니냐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 써 놓은 차이를 보면 에세이와 일기를 구분(명쾌한 느낌은 아닌)할 수 있어 보이지만 글쎄, 에세이의 출발은 일기가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글빨' 날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든 뭐든 기록을 해왔던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성인이 되어서도 필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일기 한 번 써보지 않은 사람이 시중에 나와 있는 에세이 책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건 타고난 거라 볼 수도 있다. 물론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 소설에 가까운 글을 쓸 수 있듯이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면 그게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고. 글쓰기의 3요소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 하지 않던가.

솔직히 일기와 에세이는 몇 가지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배 속에서 태어난 것과 같다고 보는 입장이다. 약간 이란성 쌍둥이같달까. 그래서 온라인에서 좀 찾아봤는데 이렇다할 납득이 갈 만한 차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두 가지 차이만 있을 뿐, 그 외에는 다 같다고 본다. 읽을 대상과 글을 쓰는 목적의 유무. 일기의 대상은 나다. 내가 쓰고 내가 읽는다. 에세이의 대상은 타인이다. 내가 썼지만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일기는 글을 쓰는 목적이 없어도 된다. 하지만 에세이는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읽힐 글이기 때문에 타인이 읽었을 때 무엇을 줄 것인가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글 이면에 정보, 재미, 감동, 의미(공감/위로), 통찰 등 하나 정도는 담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일기처럼 편한 글이지만 저자가 주고자 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권남희 저자의 <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읽고 있는데(그녀의 글빨을 좋아한다) '번역가'라는 타이틀을 뺀다면 이 글 역시 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부제 역시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이다. 그러니 어떠한 글이 '일기' 같다고 해서 비방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가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 대해 과한 기준을 들이대거나 명확한 차이를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

최민석 소설가의 <베를린 일기>는 제목에 그냥 '일기'가 들어간다.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소설가 특유의 위트와 시각이 일기 위에 덧씌워지면서 에세이로 전환되는 것이다. 에세이로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그저 대상이 바뀌고 목적이 생기는 것일 뿐이다. 요즘처럼 에세이가 각광받는 출판의 시대는 없을 것 같다. 이유는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하던 글빨 좋은 사람들이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그들은 자기계발서를 쓰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잘 쓰는 사람들은 에세이를 쓰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잘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드물 것이다. 감성적인 체계가 강한 사람들은 에세이를, 논리적인 체계가 강한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쓰는 게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실제로 권남희 번역가도 일본 자기계발서를 쓰다가 이 영역은 자기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해 소설과 에세이에 집중했다고 하니 이건 내 개똥의견이 아니라 인간 성향을 기반으로 한 신뢰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고자 한다면 일기에서부터의 출발은 당연한 거다.

그러니 만약 글을 쓰고 싶다면 그게 논리적인 글이 아니고 에세이(요즘은 얼마나 참신한 생활 에세이들이 많이 나오는가. 취미와 관련된, 운동과 관련된, 일과 관련된 등)라면 일단 일기처럼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초심자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은 '나는 작가가 아니'라는 팩트다. 자전거를 처음 타면서 두 발 자전거를 타기를 원한다? 당연히 말도 안 된다.
 
 일기와 에세이 차이
 일기와 에세이 차이
ⓒ 이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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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일기와 에세이는 이란성 쌍둥이와 같으며 그 차이는 두 가지로 구별된다. 그러니 내가 글을 써놓고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고, 보여주고 싶고, 목적이 있다면 그건 에세이이다.

그러니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어마무시한 공격을 받았다면 이 글이 왜 에세이인지 답변해주면 된다. '에세이란, 자고로 일기와 이란성 쌍둥이로 ~~~한 요건을 가진다면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쨔샤. 너가 에세이 맛을 알아?'라고 말이다.

나는 배지영 작가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에 쓴 내용에 많이 공감한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 대해 정리하고 보니 글을 써놓고 '너무 내용이 가벼운 거 아냐? 일기 같다고 비웃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에세이란, 남에게 보여주는 목적 있는 일기랍니다.'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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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같이 업로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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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경영 코치. 실패와 낭비를 줄이는 주체적 옷입기 <선순환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노트] 쇼핑 오답 노트 / 영화 4줄 리뷰 노트 / 작심삼글 글쓰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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