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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놀고 싶으니까 선생님이 영어 배우세요(https://omn.kr/2cks7)에서 이어집니다.
[꽃피움] 아는 듯 모르는 듯 네 살
60개월 미만의 네 살 꽃피움은 못 할 것 같은데 다 한다. 정교하지 못할 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계산도 점점 빨라진다. 읽고 쓰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서 이름 정도는 읽고 쓸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 선생님이 확인하지 않아도 자신의 물건을 챙길 수 있다. 숲에 가면 곤충과 풀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도감을 들고 가는 아이도 있다.
사회관계 기술도 많이 늘어서 이제 뒷담화와 중상모략도 한다. 집에 가서는 선생님 흉을 보고, 어린이집에 와서는 엄마아빠 흉을 본다. 당하는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는 억울하다. 하지만 어쩌랴. 자라는 중인데!
숲에 가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한다. 다섯 살 씨영금 형님들이 높은 바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거나 나무를 오를 때 동생반은 자기들은 아직 어렵다는 걸 알아서 동경의 눈길로 지켜 보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형님들이 없을 때 꽃피움의 용감한 아이 한둘이 슬쩍 올라가 본다. 바로 뛰어내리지는 않고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다시 내려오기를 몇 번 더 한다. 용기가 생기면 훌쩍 뛰어내려 본다. 겨울쯤 되면 본격적으로 형님반과 같이 뛰어내린다. 바야흐로 겸상이 시작된 것이다. 형님도 흔쾌히 동생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려 준다. 3월이 되어 다섯 살 씨영금이 되면 원래 자기 자리인 것처럼 형님 노릇을 하고 네 살 꽃피움이 된 동생들에게 동경의 눈길을 받는다.
[씨영금] 진짜 형님 다섯 살
학교에 가기 전, 다섯 살 씨영금은 움사랑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누려야 할 것을 충분히 누린 건강한 아이들이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이제 명실상부한 형님들이다. 높은 바위에서 뛰어내릴 수 있고 나무 위에도 올라갈 수 있다. 밭에 가면 풀 뽑기도 잘하고 연도 하늘 높이 잘 날린다.
줄넘기를 뛰다 자신이 생기면 내게 와서 흥정을 걸기 시작한다. 처음은 백 개 뛰면 뭐해 줄거냐고 물어 과자를 원하는 만큼 사 주겠다고 했더니 금방 달성했다. 이러다가 계속 과자를 사주어야 할 것 같아 매년 목표 숫자를 조금씩 올렸다. 어느 해는 상으로 어린이집을 달라 해서 숫자를 엄청 높게 올렸는데도 달성하는 바람에 씨영금반이 어린이집의 주인이라는 계약서를 써주었다. 착한 살림(원에서 거래하는 유기농 매장)에서 동생반까지 원하는 만큼 과자를 사주기로 하고 돌려받았다.
올해는 사백 개 이상을 뛰면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 주고, 천 개를 넘기면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더니 꾀가 나서 다 같이 잘 뛸 생각은 안 하고 제일 잘 뛰는 친구의 숫자만 세고 있다. 덕분에 숫자는 잘 헤아린다. 하지만, 담임교사가 아이들 모두 열 개 이상 뛰어야 한다는 조건을 하나 더 걸어서 다들 실망했다. 결국 현준이가 한 번에 1106개를 뛰어 극장에서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았다.
졸업을 앞두면 자장면을 먹으러 간다. 식당에 가서 호기롭게 한 아이당 자장면 한 그릇에 탕수육을 주문하지만 사장님과 미리 양을 조절하였다. 온 얼굴에 칠을 하며 잘 먹고 기념촬영도 하고 나면 아이들도 교사들도 졸업을 실감한다.
움사랑에서 온몸과 얼을 바쳐 놀았던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랑 많고 건강하고 용감하기를 기도한다. 여기까지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의 반 소개를 마친다.

▲연날리기겨울철 가장 좋아하는 놀이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서로를 통해 배우고, 자연 속에서 자라며, 삶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어린이집
학교를 가는 연령 분류와 같이 유아교육기관의 분류도 동일한 기준이다. 같은 연도생이 한 반이 된다. 12개월과 24개월의 발달은 엄연히 다르겠지만 12월 생과 다음 해 1월생은 별 차이가 없다.
코로나 전에 숲을 교실로 삼아 매일 나들이 하는 반에 통합연령반을 시도했었다. 세 살, 네 살, 다섯 살로 반을 구성하여 한 교실에서 교사 두 명과 생활하였다. 세 살은 형님들을 보고 배우고 네 살은 다섯 살 형님을 동경하며 보고 배운 대로 세 살 동생에게 형님 노릇을 한다. 다섯 살은 자기들이 형님이라는 걸 알아서 잘 놀다가도 필요할 때는 동생을 챙기고 잘 가르쳐 준다. 산책을 나가면 동생들 손을 꼬옥 잡고 다니고 차나 자전거가 지나가면 얼른 동생을 옆으로 잡아 당긴다.
부모들은 동생이 형님에게 기가 죽는 것을 불안해 했지만, 혼자 크는 아이가 나보다 큰 아이와 이기고 지며 함께 노는 즐거움과 배려 그리고 좌절감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 또, 형님들은 어린 동생과의 놀이가 재미없고 시시할 것 같지만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발달이 늦은 아이들과 일반 발달 아이들의 통합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같이 살아갈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며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016년 화왕산에서 숲반 아이들 연령통합 매일 나들이 반 아이들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한동안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모든 것이 경직되어 우리도 반을 나누어 구분 짓고 교실 안이나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는 곳에서 꽁꽁 숨어 있어야 했다.
올해 우리 어린이집은 숲과 들로 나들이 횟수를 늘리며 다양한 방법으로 연령통합을 하고 있다. 세 살 물오름, 네 살 꽃피움, 다섯 살 씨영금이 함께하고 있다. 차를 나눠 타고 나들이 가서 함께 놀며 농사도 짓고 냉이도 캐고 산책도 다니고 소그룹으로 나눠 미술 선생님과 세밀화를 그리기도 한다. 교사들은 여럿이 서로의 역할을 나눠 맡아 함께할 놀이와 수업을 준비한다
교실 안에서는 반마다 비슷한 주제로 놀이를 하다 온 교실의 문을 열고 통합놀이를 하기도 한다. 형님들이 물놀이장 놀이를 하고, 동생반은 가게 놀이를, 또 어느 반은 캠핑놀이, 어느 반은 주차장 놀이를 하다 마음이 맞아 자동차를 타고 가서 주차를 하고 입장료를 내고 물놀이장 놀이를 하다 매점에서 삼성페이로 간식을 사 먹는다. 아이들은 함께 가는 나들이날과 놀이하는 날을 기다린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령 통합, 자연 놀이, 공동체 교육— 이 모든 시도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것들을 다시 이어가며, 앞으로도 우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놀이와 배움이 공존하는 삶터가 될 것이다.
형님은 동생을 돌보고, 동생은 형님을 따르며 배우는 과정 속에서 책임감과 배려가 자란다. 자연 속에서 뛰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