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2월 29일 쌍특검법 재의결을 앞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찬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지난 3월 31일, 부산 사상 국회의원이었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과거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까지 수사를 받고 있었다. 부산지역언론은 장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치권의 반응을 전할 뿐, 피해자의 목소리는 주목하지 않았다. 성폭행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에도 부산 언론은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산민언련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3월 4일부터 사망 이후인 지난 4월 13일까지 부산지역언론의 '장제원' 관련 보도를 살펴봤다.
본질 빗겨난 부산 언론 보도
지난 3월 4일 JTBC는 장제원 전 의원이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자신의 비서를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1) JTBC에 따르면 장 전 의원이 사건 이후 여러 차례 회유성 문자와 합의금도 건넨 것으로 알려진다. 장 전 의원은 보도 직후 혐의를 부인하면서 회유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JTBC에 그간 "지역에서 권력이 센 장 전 의원 일가가 무서워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며 "오랜 기간 자괴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기는 장 전 의원의 책임 없는 죽음으로 무색해질 우려에 처했다. 경찰이 장 전 의원의 죽음 이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의 죽음은 한 정치인이 사망한 사건 이전에 성폭력 가해자가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다. 언론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앞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지만, 부산 언론은 침묵했다.
하태경 전 의원의 "죽음으로 업보 감당" 발언 그대로 싣기도
부산 언론은 장 전 의원의 사망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정치권의 반응에만 주목했다.
<국제신문>은 <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5면, 4월 2일자)에서 장 전 의원의 죽음에 대해 "지역 현안을 위해선 저돌적일 만큼 적극적이었고 많은 성과도 냈던 만큼 부산 정치권에는 큰 손실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고 전했다.2) 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만을 강조했다.

▲4월 2일 국제신문, 부산일보 기사 ⓒ 부산민언련
장 전 의원의 공을 기억해달라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다. <'장제원 부고'에 여권, 충격 속 신중한 조의>(4면, 4월 2일자)에서 <부산일보>는 '과 만큼 공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인과 장 의원 측근의 발언을 실어주기도 했다.3)
정치권의 반응을 전하면서 부산 언론은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적인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하 전 의원은 조의문을 올리면서 "이미 죽음으로 그 업보를 감당했기에 누군가는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추모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 문제적인 발언임에도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그대로 실었다.4)

▲4월 3일 부산일보 기사 ⓒ 부산민언련
장 전 의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의 인연을 강조하고 윤 전 대통령의 반응에 주목하기도 했다. <국제신문>은 <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5면, 4월 3일자)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핵관'이었던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빈소에 여권 인사들이 줄지어 조문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는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5) 더 나아가 <부산일보>는 탄핵 선고를 앞둔 윤 전 대통령의 운명과 성폭행 혐의를 받다 사망한 장 전 의원의 운명을 비교하며 둘 간의 각별한 인연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조의 소식을 전했다.6) 두 보도 모두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윤 전 대통령에 주목한 것으로, 부적절한 기사다.
지역 현안과 정치권에 미칠 영향 따져보기도
장 전 의원 사망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는 기사도 있었다. KNN은 <장제원 전 의원 사망 '충격', 지역정가 후폭풍>(4월 1일자)에서 "현 정부의 실세였고 내년 여당의 부산시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 왔던 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른바 '친장제원계'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고 전했다.7) 장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보단 장 전 의원의 사망에 대한 지역 정가의 반응과 향후 전망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였다.
장 전 의원이 관심을 두고 추진하던 지역 현안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부산일보>는 장제원 전 의원이 역점을 두고 진행한 사업이 힘을 잃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부산구치소 이전 '공회전'-금융 자사고 유치 탈락, 힘 빠진 장제원 역점 사업>(6면, 4월 3일자)에서 <부산일보>는 "별세 이후 그동안 고인이 추진해 온 핵심 사업들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며 "장 전 의원의 역점 사업들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8) 장 전 의원의 죽음으로 지역 현안이 힘을 잃고 있다는 내용으로, 그의 죽음에 '아쉬움'만을 더할 뿐이었다.
사건 초기부터 관심 없었던 부산 언론... 피해자 목소리 전하지 않아
앞서 장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이 알려졌을 당시, 부산 언론의 관심은 적었다. 성폭행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부산일보>는 해당 내용을 다룬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 장 전 의원이 사망하기 전까지도 관련 기사를 실지 않았다. KBS부산도 관련 보도가 없었고, 부산MBC와 KNN은 수사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단신으로 전했다.9) <국제신문>은 3월 6일 5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는데, 혐의를 부인한 장 전 의원의 입장을 강조해 보도했다.10) 4월 1일에는 6면에 피해자 측이 수사기관에 동영상 증거를 제출했다는 내용을 전했다.11) 부산 언론들은 보도하지 않거나 기사화하더라도 직접 취재하기보다는 알려진 내용을 인용 보도할 뿐이었다.
유력 부산 정치인인 장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은 그가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발생한 일로 부산 언론의 취재 영역에 해당한다. 충분히 다뤄야 할 사안임에도 부산 언론은 사건 초기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산 언론은 장 전 의원 사망 이후 피해자 측과 여성단체가 연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경찰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려 하자 지난 9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지속과 함께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12) 이날 피해자도 전언을 통해 사건 종결을 바라지 않는다는 자신의 요구를 밝혔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지만, 이에 대해 부산 언론은 침묵했다. 모두 지면이나 메인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고,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온라인 기사로만 관련 소식을 다뤘다.13)
이번 사안에서 부산 언론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장 전 의원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반응만 부각했다. 이는 자칫 '안타까운' 상황을 만든 책임을 애먼 피해자에게 물어 또 다른 2차 가해를 양산할 수 있다. 언론은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권력형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그동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기 두려워 한 사회·문화·제도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 아울러 피의자 사망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 종결 관행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지적해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목록]
1.
<[단독] 경찰, 장제원 '성폭력 혐의' 수사…장 "사실무근">(JTBC, 3월 4일자)
2.
<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국제신문 5면, 4월 2일자)
3.
<'장제원 부고'에 여권, 충격 속 신중한 조의>(부산일보, 4면, 4월 2일자)
4.
<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국제신문 5면, 4월 2일자),
<'장제원 부고'에 여권, 충격 속 신중한 조의>(부산일보, 4면, 4월 2일자)
5.
<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국제신문, 5면, 4월 3일자)
6.
<장제원은 영면… '동고동락'윤석열 탄핵심판 운명은?>(부산일보, 6면, 4월 3일자)
7.
<장제원 전 의원 사망 '충격', 지역정가 후폭풍>(KNN, 4월 1일자)
8.
<부산구치소 이전 '공회전'-금융 자사고 유치 탈락, 힘 빠진 장제원 역점 사업>(부산일보, 6면, 4월 3일자)
9.
<민주당 "′성폭력 피소′ 장제원, 엄정 수사 촉구">(부산MBC, 단신, 3월 6일자),
<부산 민주당, 장제원 성폭력 혐의 진상규명 촉구>(KNN, 단신, 3월 6일자)
10.
<성폭력 혐의 장제원 "누명 벗고 돌아오겠다">(국제신문, 5면, 3월 6일자)
11
. <장제원 성폭력 혐의 고소한 비서, 동영상 증거 제출>(국제신문, 6면, 4월 1일자)
12.
<여성단체 "장제원 사망했어도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 발표하라">(경향신문, 4월 9일자)
13.
<여성단체, 장제원 수사결과 발표 촉구… "죽음으로 실체 묻혀선 안돼">(국제신문, 온라인, 4월 9일자),
<여성단체 "죽음으로 사건 묻혀선 안 돼… 장제원 수사 결과 발표해야">(부산일보, 온라인,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