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보강: 22일 오후 4시 15분]
통일교 청탁 및 '정교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청탁 지시' 혐의를 두고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한 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법원에 출석하는 한 총재 뒤로 "사랑합니다"라는 통일교 신도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한 총재는 22일 오후 12시 53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 앞에 나타났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그는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탑승한 채 법원으로 들어섰다. 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김건희·권성동에 금품을 전달했냐'는 질문 등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권성동 의원에게 1억이 아니라 세뱃돈과 넥타이 줬다고 진술하셨습니까?
"..."
- 윤영호씨는 (권성동에) 1억 전달이랑, (김건희 측에) 샤넬백 전달 인정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 윤영호씨 개인 일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 (영장실질심사 때) 건강 문제 호소하실 건가요?
"..."
한 총재가 법원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대기하던 몇몇 신도들은 함성을 지르고, "어머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한 총재를 응원했다. 법원 안쪽에서도 통일교 신도 20여 명이 모여 한 총재의 출석을 지켜봤다.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한 총재에 이어 통일교 2인자이자 한 총재 비서실장인 정원주씨도 이날 오후 3시 53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정 비서실장은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한 총재와 함께 각종 통일교 현안 청탁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각각 오후 1시 30분,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팀의 팀장급 포함 검사 8명이 투입됐으며, 제출된 의견서는 420여 쪽, PPT는 각 220여 쪽에 달한다. 한 총재와 정 비서실장은 심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혐의 전면 부인한 한학자, 특검 조사 하루 만에 구속 기로
특검팀은 지난 17일 한 총재를 조사한 뒤 하루 만인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정치자금법 위반), 같은 해 4~7월 김건희에게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등 고가의 금품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윤 전 본부장은 지난달 18일 구속기소됐으며, 권 의원도 지난 16일 구속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금품 전달 사실을 인정했지만, 한 총재 측은 이를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반면 특검팀은 한 총재가 '정교일치' 이념에 따라 통일교를 지원할 대선 후보를 윤 전 본부장을 통해 조직적으로 물색했으며, 윤 전 본부장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하는 과정에서 최종 승인권자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총재는 특검팀 조사 당시에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7일 9시간 30분 가량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을 왜 전달했냐', '김건희에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했냐'는 질의에 "아니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한 총재가 김건희에게 건넬 샤넬백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적시됐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21일 입장문을 내고 "고령과 건강 문제로 구속은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구속의 실질적 효용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총재님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라며 "사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과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해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