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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4 13:27최종 업데이트 25.10.04 13:27

4세~19세가 함께 배우는 곳... 핵심은 자유와 책임

서드베리 모델이 한국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

지난 3월, 국제 서드베리 네트워크 블로그에는 영국 이스트 켄트 서드베리(East Kent Sudbury) 설립자인 케이트 콜먼의 글이 실렸다. 글의 제목은 "호기심, 놀이, 그리고 민주주의: 서드베리 모델". 그녀는 "위계가 없는 학교, 정해진 교과도 시험도 없는 학교, 모두가 동등한 책임을 지는 공동체"를 소개하며 서드베리 모델의 본질을 전했다.

196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에서 문을 연 'Sudbury Valley School'은 전통적 학교 틀을 넘어선 독특한 실험이었다. 정해진 교과 과정이나 시험 없이, 학생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 철학과 운영은 '서드버리 모델'이라 불리며, 이후 세계 여러 나라의 대안학교로 확산됐다.

ClearWaterSchool교실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ClearWaterSchool교실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전정일

기자가 방문한 미국 워싱턴주 보셀(Bothell)에 위치한 The Clearwater School은 서드베리 철학을 실천하는 대표 학교 중 하나다. 1996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약 4세부터 19세까지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공동체로, "자유롭되 책임 있는 배움"을 모토로 운영된다. Clearwater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떤 학생은 하루 종일 음악을 연습하고,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수학적 사고와 전략을 키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선택이 모두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Clearwater의 학생들은 스스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어떤 활동을 선택할지 결정한다. 실패나 시행착오조차 소중한 배움의 자원이다. 이곳의 교직원들은 지시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선택을 존중하고 옆에서 돕는 조력자다. 교실마다 책상이 일렬로 놓여 있지도 않고, 시험을 준비하는 분주한 기운도 없다. 대신 학생들은 요새를 짓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때로는 비디오 게임이나 독서에 몰두한다. 이곳에서 학습은 '수업'이 아니라 삶 자체다.

자유와 책임, 놀이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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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드베리 모델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이다. 학생은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결정한다. 그러나 방임이 아니다. 공동체의 규칙은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 회의(School Meeting)'에서 만들어지고, 가장 어린 학생부터 교직원까지 똑같이 1표를 행사한다. 학습은 호기심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를 오르며, 시를 쓰거나 천체물리학을 탐구한다. 놀이와 탐구는 곧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을 기르는 교육 과정이 된다. 교직원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조언하는 동료다.

한국에서도 생태교육, 공동체 교육, 민주적 참여를 강조하는 대안학교들이 서드베리 모델과 닮아있다. 특히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중시한다는 점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국 대안학교는 교육 과정과 시간표가 있다. 서드베리 모델처럼 성적·시험을 전면 거부하고 학생·교사가 동등하게 학교 운영을 결정하지만 학교 수업 구성의 자유를 철저하게 학생들에게 주는 경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서드베리 학교와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은 모두 전통적 공교육에 대한 대안이다. 그러나 차터스쿨이 주정부의 허가와 공적 재정에 의존하며 일정 성취평가를 요구받는 반면, 서드베리는 학비·기부로 운영되며 표준화된 성취 기준 자체가 없다. 공립학교와의 차이는 더 극명하다. 공립학교가 국가 교육과정과 시험 중심의 위계 구조라면, 서드베리는 자율적 학습·민주적 운영·책임 공유라는 정반대의 철학을 실험한다.

ClearWaterSchool마당 저마다 있는 싶은 공간에서 어울려 상호작용하는 학생들
ClearWaterSchool마당저마다 있는 싶은 공간에서 어울려 상호작용하는 학생들 ⓒ 전정일

학교 운영 역시 민주적이다. 학교 회의를 통해 예산, 규칙, 교직원 고용 등 모든 사안이 결정되며, 학생과 교직원이 똑같이 발언권과 투표권을 가진다. Clearwater는 특히 지역사회와의 연결에도 힘쓰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역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졸업생들은 다양한 진로로 진출한다. 일부는 예술가, 프로그래머, 연구자로 성장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기업을 창업하거나 사회운동가로 활동한다. 학교에서 경험한 민주주의와 자율성은 그들의 삶의 핵심 역량이 된다.

Clearwater의 졸업생들은 전통적 시험이 아닌 졸업 프로젝트(diploma project)로 준비성을 증명한다. 학생들은 1년간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논문, 공연, 영화, 미술 작품, 심지어 비디오 게임 제작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역량을 공동체 앞에 보여주는 과정이다.

Clearwater의 배움은 교실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들은 인근 개울에서 연어 산란을 관찰하고, 유역(watershed) 탐사 활동에 참여하며 환경 감수성을 기른다. 지역지 <에버렛 헤럴드>는 이 학교를 "성적도 교사도 없지만, 학생 투표로 운영되는 독특한 교육 현장"이라 소개했다. 이처럼 Clearwater는 공동체와 자연을 배움의 장으로 삼으며, 학생들이 삶과 연결된 학습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ClearWaterSchool숲속 9월과 10월이면 연어가 올라오는 개울과 숲에서 학생들은 수많은 생명을 만날 수 있다.
ClearWaterSchool숲속9월과 10월이면 연어가 올라오는 개울과 숲에서 학생들은 수많은 생명을 만날 수 있다. ⓒ 전정일

한국 교육에 던지는 화두

한국 교육은 여전히 입시·성적 중심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한국 대안학교의 시도와 서드베리 모델의 교육 실험은 공통으로 "학생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교육"을 지향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로 서서 교육할 수 있다는 믿음과 어른들의 기다림, 호기심과 놀이로 뜻있는 상호작용으로 배우고, 공동체에서 함께 평등하게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확신이 있는 서드베리 모델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학교는 민주적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시험을 위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하는 서드베리학교 모델은 오늘날 우리 교육이 다시 고민해야 할 대안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자유는 곧 책임이다"라는 말이 살아 움직이는 교정을 걸으며, 한국의 교육이 나아갈 길을 다시 묻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미국의 교육 혁신으로 등장한 차터스쿨은 이제는 공립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서드베리 유형 학교는 여전히 주류 학교가 놓치는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려는 학교 가운데에서도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존중하는 믿음, 기다리며 동행하는 어른들이 있는 살아있는 자유와 공동체 학교다. 기존 학교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교실, 책상, 교사, 책, 시험, 시간표에 대한 생각을 깨뜨린다. 다양한 교육생태계란 말을 쓰는 시대에 서드베리 유형의 학교의 실천과 도전에 주목할 까닭은 충분하다.


#서드베리모델#자율과책임#교육의목적#CLEARWATERSHOOL#맑은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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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자연이 스승임을 날마다 깨달으며 일과 놀이로 자라고 있어요. 마을과 교육, 적정기술과 교육을 연결하고, 제도권교육과 대안교육을 마을교육공동체에서 가꾸는 일들을 해요. 아이들과 마을 속에서 희망을 만들고, 삶?교육?문명의 전환을 꿈꾸지만 늘 미안함과 고마움, 염치를 떠올리며 성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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