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10.25 21:50최종 업데이트 25.10.25 21:50

"뇌전증이 있어도 어디서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 위해..."

[현장] 광주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한 걸음 더> 상영회

 25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한 걸음 더>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25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한 걸음 더>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

25일 희귀·난치성 질환인 뇌전증을 가진 딸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최지연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한 걸음 더> 상영회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뇌전증은 뇌의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전기적 활동을 일으켜 발작이 자발적으로 반복되는 만성 뇌질환이다.

이번 상영회는 한국에자이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고 한국뇌전증협회, 폴티, 화이팅게일, 노크온더도어가 협력하는 뇌전증(에필렙시) 당사자 생활실험실(리빙랩) '에필랩' 프로젝트 시즌 3의 일환으로 기획·제작됐다. 에필랩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의 문제의식과 경험을 살려 동료 시민 활동가, 전문가들과 함께 뇌전증이 있어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뇌전증 환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벌여온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의 심재신 공동대표는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문제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란 점에서 당사자들은 생활 전문가에 해당한다"며 "리빙랩은 그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여러 사람들을 연결해 해결하는 사회적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AD
다큐멘터리 <한 걸음 더>는 한국에자이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는 뇌전증 리빙랩 '에필랩'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올해 초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모금한 후원금으로 추가 촬영 및 편집 비용 등 제작비 일부를 충당했다.

이날 다큐멘터리 <한 걸음 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 심재신 공동대표는 "광주는 최지연씨의 고향이자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꼈다"며 "최지연씨는 뇌전증을 가진 딸을 포함한 가족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제주도의 다른 환자 가족들과 공감을 나누고 모임을 운영하면서 그분들이 행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었다. 이걸 광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확장시키고 싶어 오늘의 상영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올해로 제주살이 7년 차인 최지연씨의 딸은 펠란 맥더미드 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성 뇌전증을 가지고 있다. 이에 최씨는 지난 7년간 수십 번에 걸쳐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딸의 치료에 전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뇌전증 인식 개선 활동, 뇌전증 환자·가족에 필요한 정책 제안, 뇌전증을 가진 자녀를 둔 엄마들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조모임 기획 등을 했다.

최지연씨는 "<한 걸음 더>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입장에서 부모님과 가족들이 상영회에 와계시니까 다큐멘터리 속 제가 힘들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뇌전증 인식 개선 및 관련 정책 제안 활동을 하면서 '제주도의 환자들이 왜 서울까지 가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곤 했다. 제주도 소재 개인 병원에는 소아신경과가 있지만 대학병원엔 없어서 24시간 뇌파 검사 등을 받을 수 없다. 제한적인 검사가 많아서 제주도의 뇌전증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서울에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 놓인 환자·가족이 생각보다 많아서 소책자를 제작해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도의회에서 토론회가 열렸고 제주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 때 <한 걸음 더> 예고편이 상영된 후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 그 결과 올해부터 제주도의 뇌전증 환자들은 희귀·난치성 질환 의료비 지원을 받게 됐다.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일의 부담이 상당한데 검사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뇌전증 자조모임 활동 중인 조다정씨는 "다큐멘터리에 최지연씨의 딸 예린양이 오름에 오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또래와 어울려서 그런지 얼굴이 굉장히 밝았다"며 "그전에는 치료에 대한 내용이 반복돼서 그런지 표정 변화가 없다고 느꼈는데 마지막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며,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제 삶에도 대입해 보며 응원의 마음을 느꼈다"고 했다.

<한 걸음 더> 촬영 및 제작을 맡은 현숙경 감독은 "지연님이 딸을 입원시키고 딸이 남긴 밥을 혼자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마음이 아렸다"며 "그런데 나중에 지연님에게 그때의 심경을 물으니, 지연님은 딸이 잠깐 자고 있는 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을 힐링 시간으로 느끼고 계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제주도에서도, 뇌전증이 있어도, 어디서든 안심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 한 걸음씩 같이 걷다 보면 분명 저희가 가고 싶은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뇌전증#한걸음더#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