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난민 수용 텐트 ⓒ AFP=연합뉴스
10월 10일 발효된 가자지구 휴전이 아슬아슬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행정당국이 이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가자지구 정부 미디어국은 보고서를 통해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이스라엘이 공중 폭격, 포와 총기 발사 등을 통해 282회나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미디어국은 이스라엘이 88회나 주민들에게 직접 발포를 했다고 밝혔다. 또 휴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이 여전히 점령하고 있는 노란선(yellow line) 밖의 주민 거주지역을 12회 공격했고 52회나 주민들의 재산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미디어국은 한 달 동안 이스라엘이 주민 23명을 구금했다고도 덧붙였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합의는 미국이 제시한 20개 조항의 이른바 '평화구상'에 동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모든 인질과 유해 반환, 제한 없는 구호품 반입, 1차 합의선인 노란선 밖으로의 이스라엘군 철수 등과 함께 양측이 휴전에 합의하는 즉시 전쟁은 끝난다고 되어 있다. 이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상호 무력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했고 주민 살해 또한 멈추지 않았다.
<알 자지라>는 자체 분석을 통해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31일 동안 25일이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주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휴전 상황에서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휴전 이후부터 11월 11일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42명이 사망했고 622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휴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수준의 대규모 공격이 이뤄지고 전쟁 때만큼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10월 19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공중 폭격을 가해 4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어겼고 두 명의 대원이 가자지구 남부인 라파에서 두 명의 이스라엘군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마스의 알 콰삼 부대는 이스라엘이 라파를 점령하고 있어서 그곳 대원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10월 29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의 30개 목표물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무기가 저장돼 있던 테러 조직의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많은 주민 주거시설이 폭파됐고 어린이 52명을 포함해 109명이 사망했다. 중부 지역에서는 한 가족에 속한 어린이, 조부모, 부모 등 18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기도 했다.
휴전 발효 후 이뤄진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휴전을 유지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휴전 유지를 공식 발표했고 하마스 또한 휴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이스라엘의 공격과 주민 살해는 계속됐다.
아슬아슬한 가자지구 휴전 상태
지금도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휴전 상태가 아슬아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가자지구 공격과 주민 살해 같은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 위반이다. 이스라엘은 항상 하마스가 먼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설사 하마스의 휴전 합의 위반이 있었더라도 앞서 언급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과 무차별 주민 살해는 적절한 대응으로 여겨질 수 없다.
가자지구 휴전 상황이 불안한 이유는 결국 이스라엘이 말로는 휴전 유지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휴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무력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전력 부족과 국제사회 압박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력 대응을 한다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전면전이 재개되고 가자지구의 참상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불안한 휴전이 유지되고 있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하마스가 인내심을 가지고 휴전을 깨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가자지구 공격 때문에 휴전에 대한 미국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감시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중재하고 있는 제라드 쿠슈너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 등을 면담했다.
이스라엘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총리실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와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중 2단계 내용인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지구 비무장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배제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와 별개로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라파의 터널에 갇힌 100~200명의 하마스 대원들에게 안전 귀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하마스 대원들이 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이들에게 안전한 귀환로를 제공하길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미국은 여전히 가자지구 종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며 2단계 논의를 위한 사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2단계 논의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국제안정화군(ISF) 구성과 파견에 대해서도 유엔과 접촉하며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5일 AP통신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자지구에 ISF를 2년 동안 주둔시키는 것에 대한 결의안 초안 회람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AP에 초안이 논의되고 있고 논의에 근거해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ISF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국가들이 국제법에 따른 정당성이 있어야 파병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ISF는 유엔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ISF는 다른 유엔 평화유지군과 비슷한 법적 근거와 임무에 따라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자지구 종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전쟁의 사실상 승자이자 전쟁범죄국인 이스라엘과의 접촉과 조율에만 집중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은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소외가 계속된다면 2단계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불안한 휴전을 잘 관리하고 종전을 위한 협상이 빨리 시작돼야 하지만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의견과 필요까지 포함한 논의를 고려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