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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글쓰기를 하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작가와 저자의 개념부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작가(作家)를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사전에서 저자(著者)는 "글로 써서 책을 지어 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즉 작가는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저자는 출간한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페북과 스레드 인맥을 동원해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사람은 열한 명이다. 이 중 저자는 다섯 명이고, 작가는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정의에 따라 몇 명이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질문에 응한 열한 명 모두 작가일 수도 있고, 잠시 창작 활동을 중단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저자는 아니지만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답변을 근거로 모두 해당된다. 더 정확히 말해 질문에 응한 모든 이들은 그림이나 글, 악기를 매개로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즐기는 듯 보였다.

▲The reason that I write ⓒ HannahOlinger on unsplash
다음은 "당신은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에 대한 답변자들의 말을 요약한 것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이나 활동명 이니셜로 표기함.)
C님(해외 거주, 일러스트 작가) :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고 불리고 싶어요. 하는 일의 연장선에 놓인 창작활동? 창작보다는 악기 연주 기술을 연마해서 자의식 없이 음악 안에서 살고 싶어요. 작가라는 타이틀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면 스스로 제약을 받을 것 같아요.
P님 (저자, 시집 출간) : 사랑하는 일에 이유가 꼭 필요할까요? 강하게 끌려요. 사람에게 마음 다치는 일이 있을 때 책으로 도망가거나 글을 쓰기도 해요. 정서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이 글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안전한 아지트와 도피처를 만들고 싶어요.
H님 (에세이 저자) : 존재했던 것에 대한 기록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K님(시집 외 다수 책 출간) : '나'를 남기는 일이라 하고 싶어요. 저희 아이들이 제가 없을 때 추억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거든요.
'아'님(브런치 작가) : 세상에 나의 언어를 기록하고 누군가 그 언어로 빛을 받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기대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J님(독자, 학원 운영) : 아무런 의미없이 살다가 사라지고 싶지 않거든요. 만약 제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S님(화가, 그림책 저자)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는 책임감 있는 과정에서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 매순간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나의 힘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음을 절감할 때 선물같이 주어지는 기쁨을 누리려고요.
H님(세 권의 책 출간 저자) : 유한한 삶에서 영원한 것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갈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Y님(과학자 겸 소설가) : 작가가 되려는 건 글을 왜 계속 쓰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 같아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이죠. 하지만 왜 저자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글쎄요, 경제적 이유, 성취욕, 허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U님(독자, 독서모임 참여) : 기록을 남기고 싶고 기록이 책자로 남겨지는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J님(독자, 작가 지망생) : 세상과 소통하고 싶고, 삶을 나누고 공감받고 싶어요. 저는 스스로 치유받고 싶어서 나중에 글 쓸 계획입니다.
열한 명의 답변을 정리해보면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여기서는 글 쓰는 이유까지 포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기록하기 위함이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살아온 흔적을 남겨주고 싶고, 존재했던 것에 대한 기록이자 유한한 삶에서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영원하고 의미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다음은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고민과 열망이 느껴지는 답변에서 추출한 이유이다. 어떤 타이틀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지향점으로 나가는 과정 자체가 주는 끌림과 기쁨,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쓰는 자들의 고뇌는 현재 진행형! ⓒ 윤한나
그렇다면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지, 즉 왜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작은 결론을 내려본다면, 먼 훗날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다른 이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 자신으로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충실한 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글이든 그림이나 악기이든, 그 무엇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인생을 사랑하는 마음, 글쓰기의 출발점은 그곳과 닿아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