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400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는 두 번의 작은 문의를 통해 이 사건의 또 다른 측면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기술적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쿠팡의 상담 체계는 예상보다 훨씬 더 쉽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보안 사고 자체보다 더 불안하게 느꼈던 것은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대응 체계의 혼선이었다. 고객의 질문을 읽지 않고 내용과 무관한 답변을 붙여 일방적으로 종료되는 상담. 이를 반복 경험하면서 단지 시스템의 지연이 아니라 쿠팡 내부 구조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첫 번째 경험은 보온병에서 시작됐다. 며칠 전(7일) 구매한 보온병의 마개가 열고 닫힐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소위 '삐그덕 삐익' 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사용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평소처럼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다. 쿠팡의 상담은 대체로 빠르고 답변도 만족했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문의가 많아 상담이 밀리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적어도 '문의 접수' 정도는 알려줄 줄 알았다.
다음날 문의 내역을 확인해 보니 '문의가 많아 상담사 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답변이 달려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지만 이해할 만했다. 며칠 뒤 혹시나 싶어 문의내역을 다시 확인해 보니 상담은 이미 조용히 '종료' 되어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어떠한 알림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답변을 보고는 더 의아했다. 이틀 만에 도착한 답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고객님의 문의에 신속히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상세 내용은 쿠팡앱 고객센터 내 쿠팡공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온병 마개 소음 문의를 했는데 개인정보 유출 공지를 안내하는 답이 달린 것이다. 질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이미 만들어둔 문구를 일괄적으로 붙여 넣는 것으로 상담을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속, 정확을 내세워온 쿠팡이 지금 얼마나 급한 상태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엉뚱한 답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보온병 이전에 먼저 남겼던 문의를 확인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의 질문은 '결제 카드 변경' 문의였다. '와우 멤버십 결제 카드를 바꾸고 싶은데 기간이 남아있기에 굳이 해지를 하지 않고 다른 카드로 변경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그 답변도 확인해 보니 문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안내만 덧붙여져 있었다. 상담사는 질문을 읽지 않았고 시스템은 고객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답변을 자동으로 붙였다. 내용 없는 상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약 3천400만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2025.12.2 ⓒ 연합뉴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이 고객 문의에 개별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일괄적인 문구만 제공하는 형태는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고객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은 어느 기업에나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고객의 질문을 읽고 그 질문에 맞는 답을 주는 것'이라는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더욱 중요해진다. 쿠팡은 이 지점을 놓쳤다. 위기 대응을 위해 준비된 일괄 문구가 고객의 개별 문의를 덮어버리면서 상담은 사실상 자동 응답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쿠팡은 그동안 빠른 배송과 빠른 상담 그리고 체계적 서비스로 이미지를 쌓아 왔다. 문제 해결 속도가 브랜드의 핵심 요소였고 고객들은 그 속도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자 그 속도 중심 시스템의 빈틈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그 결과, 고객은 자신이 던진 질문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흔드는 문제다. 고객의 질문을 '읽지 않는'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내게 온 엉뚱한 답변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두 번의 문의는 서로 다른 주제였고, 각각 상황 설명도 충분히 적어 놓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상담 체계는 문의는 받아들였지만, 질문을 이해하거나 읽는 과정은 사라져 있었다. 이는 단순한 상담 지연이나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상담의 기본적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물론, 상담 체계의 혼선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고객의 문의를 제대로 읽을 여유조차 없을 만큼 모든 라인이 불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표준화된 답변만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조직문화가 드러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얼마나 큰 혼란을 내부적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상'처럼 보인다. 쿠팡이 평소 강조하던 '친절함'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의 위기 대응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에서 고객의 불안은 정보를 통해 해소된다.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상담은 읽히지 않은 채 자동 문구를 붙여 종료된다면 고객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유출은 고객에게 직접적인 피해 우려를 안기는 사건이다. 어떤 정보가, 어느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출됐는지에 따라 개인의 생활이나 금융 안정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은 최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문의에 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 쿠팡의 상담 과정은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쿠팡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물류, 결제, 정기 구독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플랫폼이다. 많은 시민의 생활 데이터가 쿠팡의 서버에 저장되고, 쿠팡의 시스템에 의존해 일상적인 결제가 진행된다. 그렇기에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의 안정성에 관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 응대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품질 저하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 의식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상담 종료 알림조차 없는 상태에서 고객이 직접 앱을 열어 확인해야 하고 문의와는 무관한 답변이 붙은 채 상담이 일방적으로 끝나는 과정은 결국 고객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는 평소의 서비스보다 더 큰 무게를 가진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보여야 할 태도는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정확한 소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질문을 읽고, 문의와 관련된 답을 주는 것. 그 단순한 기본이 지켜질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이번 상담 과정에서 느낀 것은 단순히 '답변이 늦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고객의 질문을 읽는 최소한의 과정, 상담 내역을 제대로 관리하는 기본적 절차,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야 할 책임이 붕괴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필자가 겪은 상담 경험은 사소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을 비추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혼란이 클수록 기업은 고객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일괄 답변으로 문의를 덮을 때가 아니라 귀찮더라도 하나하나 제대로 읽고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쿠팡은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말 쿠팡이 스스로 말하듯 '고객 중심'을 추구한다면, 위기 속에서도 고객의 질문을 정확히 읽고 정성스럽게 답하는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 그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쿠팡이 앞으로 상담 체계를 어떻게 정비하고, 고객의 우려를 어떻게 줄여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상담 혼선은 더 이상 간단한 불편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정보를 맡긴 고객에게는 기업의 신뢰가 곧 안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