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7일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거의 모든 주거담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작동하고 있다. 언론은 매주, 때로는 매일 서울 아파트의 매매·전세가격 변동을 속보로 다루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역시 서울 아파트가격의 진정을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는 전체 국민의 주거를 대표하지 않는다.
서울 평균 아파트가격은 약 13억 원(한국부동산원 2025.10 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0% 이내의 주택이다. 강남·서초 등 핵심지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약 27~28억 원으로 한국 전체 주택 중 상위 1% 이내의 주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장이 국가 주거정책의 우선순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정책 에너지의 배분을 왜곡시키고 있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주거문제는 서울 아파트 가격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다. ▲수도권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지방 주거환경 개선 ▲저층주거지와 아파트 간 주거 격차 축소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의 회복과 제도적 예방책 ▲급증하는 1인 가구에 맞춘 공급정책 등 다수의 중간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정책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부의 관심이 서울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주거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결국 서울 아파트의 과잉대표화는 국가 주거정책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쏠림을 만드는 두 가지 심리
사람들이 서울 아파트에 집착하게 되는 배경에는 두 가지 구조적 심리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불안'이다. 전·월세 시장은 불안정하고, 계약기간은 짧으며, 전월세가격 상승은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무주택 시민에게 이사는 선택이 아니라 강요에 가깝다. 주거불안으로 인해 삶의 기반이 자주 흔들리는 경험은 "안정적인 주거는 오직 자가 소유뿐"이라는 인식을 키웠다.
두 번째 심리는 '박탈감'이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자산이었다. 서울 요지 아파트 가격 급등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열차에 올라타지 못한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영혼까지 끌어모은 무리한 대출이든, 지방 부동산을 정리하든 서울 핵심지 아파트로 자산을 몰아넣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쏠림은 이 두 심리, 주거불안과 박탈감의 구조적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따라서 두 심리를 동시에 다루지 않으면 쏠림은 완화되기 어렵다.
박탈감 해소 : 서울 아파트 투자수익 정상화를 위한 토지보유세 강화
서울 아파트 쏠림을 완화하려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기대수익률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시장 신호를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소득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 지연 등으로 가격 상승 대비 보유 부담은 거의 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은 단순한 자산 가치 상승을 넘어 지대추구(rent-seeking) 구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 핵심지의 토지가치 상승은 개인의 생산 활동이나 혁신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 교육·교통 투자, 도시 집적 효과에서 비롯된 공공적 산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가치 상승의 대부분이 사적 이익으로 귀속되면서, 더 많은 자본이 '노동이나 생산이 아닌 지대 확보'를 목적으로 서울 아파트에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투자에 자원이 우선 배분되는 왜곡을 만들고,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한다. 지대추구가 강화될수록 가격 상승의 혜택은 특정 지역·계층에 집중되고, 나머지 시민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기회 상실만 확대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서울 아파트의 과도한 초과수익을 조정하고, 지대가 아닌 생산·혁신·노동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보유세 강화는 지대추구를 예방하고 서울 아파트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 수단이다. 취득세나 양도세는 일시적인 거래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토지보유세는 핵심지 아파트를 보유하는 동안의 기회비용을 분명히 하여 과도한 투자수요를 줄인다.
정책의 목표는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서울 아파트는 항상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자산이 아니다"라는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이다. 기대수익이 정상화되면 박탈감을 자극하는 급등 현상도 줄어들고, 시민들이 서울 아파트에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압박도 완화된다. 이는 서울 중심의 과도한 자원 집중을 줄이고, 주거정책이 보다 넓은 계층과 지역으로 재배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주거불안 해소 : 자가를 대체할 '양질의 임대주택' 필요
모든 이들이 자산 격차로 인한 박탈감 때문에 주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주거비 급등, 원치 않는 이사 등의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힘들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과도한 대출로 인해 생활비 절감이 부담스럽지만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내집마련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내집마련을 위한 서울 아파트 구입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주거불안 때문에 내집마련에 나서는 대기 수요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대처로 국공유지, 그린벨트 지역에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 대책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대기 수요에 비해 얼마나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공급은 현재 수요 이상으로 더 많은 수요(투기적 가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정한 임대료와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임대주택이 있다면 굳이 과도한 대출로 인한 가계부담을 높이면서까지 자가소유에 집착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 더해 시니어, 영유아 등 돌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면 무리한 영끌로 서울 자가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 전경 ⓒ 더함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면 주거안정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주거품질과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거안정과 돌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임대주택이 없지 않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Westay)'는 주거안정과 돌봄이라는 대한민국의 두 가지 난제를 함께 해결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위스테이는 사회적기업이 시행을 맡고, 입주자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공공의 지원과 사회적기업의 시행을 통해 시세의 60% 수준으로 장기거주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주거불안을 해소하였다. 또한 협동조합 조합원인 입주자 간의 공동육아, 동아리 활동, 시니어 자원봉사 등을 통해 육아 부담을 상당히 낮추고, 돌봄 공백을 해소하여 육아친화적이며, 일·가정 양립 구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서울 아파트 쏠림을 완화하려면 시장의 구조적 신호를 바꾸어야 한다. 투자가치가 과도하게 높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약화되고, 동시에 자가를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이 충분히 제공된다면 시민들이 굳이 서울 아파트에 모든 자원과 인생을 걸 이유는 없다. 불안이 줄면 쏠림도 줄어든다.
서울아파트 과잉대표화는 단순히 서울 집값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급감과 지방소멸로 대표되는 지방경제 붕괴에 쓸 재정과 정책적 에너지의 낭비를 의미한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