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식(자료사진) ⓒ 연합뉴스
학교 급식의 위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학교 영양교사(전국 약 7300여 명)들에게 공적 직무인 검식에 대한 급식비를 징수하고 있어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무상 행위의 경비를 교사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데 대한 불만이다.
학교급식법을 보면 '조리된 식품에 대해 배식하기 직전에 음식의 맛, 온도, 조화(영양 및 재료), 불쾌한 냄새, 위생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검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검식은 영양교사나 영양사의 법적 직무에 해당한다.
교육부의 의견도 분명했었다. 지난 2005년 교육과학기술부 민원조사담당관실도 민원질의에 대해 "영양사 등 검식 공무원이 공무상 검식을 하는 것은 직무에 해당하므로, 공무상 행위인 검식에 대해서는 급식비를 납부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회신한 바 있다. 검식은 급식이 아니라는 해석이고, 이에 따라 그동안 검식에 사용된 급식비를 징수하지 않았다.
2017년부터 급식비 징수... 기준도 시·도교육청마다 제각각
그런데 돌연 2017년부터 세종시교육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영양교사가 검식 목적으로 섭취하는 검식용 음식에 대해 급식비를 징수하고 있다. 게다가 검식비를 징수하는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도, 기준도 시·도교육청마다 제각각이다. 일례로 충청남도교육청의 경우 영양교사의 검식 행위에 대한 식비 징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충남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2016년 '급식비 지원 대상자 선정 및 징수에 관한 사항 안내' 공문을 통해 각 학교에 급식비 관련 지침을 안내했다. 이 공문에는 급식비 지원대상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급식비 지원대상자는 급식비 납부가 곤란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다. 검식 교사(공무원)에 대한 의견이나 판단은 들어 있지 않다. 충남교육청은 급식비 지원대상에 검식 교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검식 영양교사에 대한 급식비를 받고 있다.
반면 세종시교육청은 영양교사 등 검식 책임자 및 급식 관계자에 대해 '학교운영위 심의를 통해 급식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현장 영양교사들은 급식비 징수는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충남에 근무하는 A영양교사는 "교육부에 '누가, 언제, 얼마나 먹는 것이 검식인지, 검식으로 제공된 식사를 공무원의 개인 식사로 볼 것인지, 식비를 영양교사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 "한 끼 식사라는 의견도 있어... 다양하게 수렴중"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소관 법령의 직무 정의조차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채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보겠다'는 답변으로 법 해석과 하위 규범을 마련하지 않고, 그 부담을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떠넘기며 민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교육부는 올해 '영양교사의 검식 행위에 대한 식비 납부의 적법성'을 묻는 현장 영양교사의 지속적인 민원 질의에 대해 "현장에서 검식에 대한 해석상의 어려움에 대해 시·도교육청 등과의 협의 및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정복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검식비를 영양교사가 개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전문가 및 교육청과 협의 및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이 모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장 영양교사들은 "검식에 대해 학교급식법 상위 법령에서 '해야 한다'고만 해놓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하위 규범인 고시·지침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검식의 법적 정의와 범위(누가, 언제, 얼마나 먹는 것이 검식인지)에 대한 단일하고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양교사들로 구성된 한국식생활교육연대는 지난 11월 교육부에 대한 질의를 통해 "검식과 관련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에는 '배식하기 직전'으로 돼 있고, 위생 관리 지침서에는 '조리 완료 시'로 돼 있다"라며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명확한 해석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육부의 명쾌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영양교사들의 급식과 관련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직무 수행을 위한 검식'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 끼 식사라는 의견도 있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라며 "의견을 정리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