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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잘 아는 친구 덕분에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를 다녀왔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서 서울은 큰 마음 먹고 찾는 곳이다. 우선 오가는 교통편과 숙소, 둘러볼 곳, 식사비 따위를 생각하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가성비가 크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랜만에 간 김에 무료 전시부터 알아봤다.

▲리움 미술관, 까치호랑이 ⓒ 윤한나
타고난 길치라서 길눈 밝은 친구의 도움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 교통과 도보로 리움 미술관과 해방촌 서점 두 곳을 방문했다.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는 <이불 : 1998년 이후>와 <현대미술 소장품>을 전시 중이다. 가난한 작가이므로 경비 절감 차원에서 상설전 리움 소장품(고미술)과 <호작(虎鵲) : 까치호랑이의 세계>를 관람했다.
무료라는 이유가 제일 와 닿았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을 영위하는데 돈이 안 들어갈 리 없다. 이름난 곳을 직접 찾아가기에는 뚜렷한 명분과 재화가 필요하다. 누구나, 어디서든 예술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이다. 정보력과 발품 파는 애정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즈음은 과거에 비해 좋은 세상이다.

▲고요서사, 해방촌 서점 ⓒ 윤한나
서점에서는 요즈음 궁금한 소설가의 사인본이 있길래 주저 없이 손에 넣었다. 이런 걸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발품 판 이에게 하늘이 허락한 선물일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문학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만남을 기억합니다.
조해진 드림 (2025. 10.)
무명 작가로서 인지도 높은 작가가 되기 위해 가끔 문인들의 사인본을 주문한다. 이번에는 서울 간 김에 어느 서점에서 갖고 싶던 소설가의 책을 손에 쥐고 마음을 다졌다. 언젠가 내 사인이 있는 책을 누군가 설레는 마음으로 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황홀한 상상도 했다. 서점 안에 사진을 찍지 말라는 메모가 있어 운영 시간 전, 밖에서 찍은 사진을 아쉬운 대로 간직한다. 한편에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있었다. 과하지 않지만, 조심스럽고 섬세한 배려라고 읽혔다.

▲인프로그레스, 해방촌 독립 서점 ⓒ 윤한나
앞서 갔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독립 서점이 있다. 들어갔을 때, 뜨개 관련 모임이 진행 중이어서 이곳 서점 대표님은 모임 구성원들과 살가운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예기치 않은 손님이 또 있었다. 서점 주인장이 키우는 반려묘였다. 찾아줘서 고맙다는 듯이 슬그머니 곁에 오더니 어느 새 멀리 가버렸다. 눈에 들어오는 소품을 고르던 중, 한편에 배 깔고 눈 감은 고양이와 다시 만났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는데, 고양이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는 올리지 않는다.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처럼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한 여성 작가들의 책이 많이 보였다. 반려 돌멩이와 단추, 우표 소품이 귀엽고 인상적이다. 뜨개 관련 실과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서점에 모인 이들은 뜨개 선생님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추운 날, 옹기종기 모여 수다 떨며 뜨개를 하는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다른 서점에서 산 소설가의 사인본 글귀처럼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고 문학과 취미,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연결되어 살아간다.
리움 미술관 전시 작품에서 본 것처럼 까치와 호랑이의 조합도 재미나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호랑이와 놀리는 듯하다가 깨우침을 주겠다는 모양인지 까치의 호기로운 표정이 생기 있다. 춥다고 웅크리는 대신, 주변에 숨어있는 예술을 찾아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있는 것은 다른 이가 필요한 법이다. 길눈 어두운 사람을 여기저기 안내한 친구처럼, 서로 다르지만, 까치와 호랑이가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따뜻한 연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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