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 31일 오전 10시 11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본인 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린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글이 작성될 당시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게시판은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바른 길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개인 블로그에 공개한 '당원 게시판 조사결과 보도 관련 질의 및 답변'을 보면, 한 전 대표의 "비판적 칼럼"이라는 해명에 고개를 끄덕이긴 다소 어렵습니다.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선 원색적인 욕설과 저주, 그리고 치밀한 증거 인멸 정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무감사위가 증거 자료(증제 1호 시간대별 댓글 전문)를 통해 확인한 한 전 대표 가족 명의의 글들은 건전한 비판이나 칼럼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김건희씨를 향한 비방글은 137건에 달했으며, 그 내용은 "건희는 OOO 채워서 가둬놔야 돼", "김건희가 한 대표를 죽이려 했군요" 등이었습니다.
전 대통령 윤석열씨를 저격한 글도 77건이나 확인됐습니다. "미친 윤석열", "미친 역적", "윤석열, 추경호, 김건희 배신자 트로이 목마" 등 원색적인 비난이 주를 이뤘습니다. 당내 중진들을 향해서도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욕설, 막말, 비속어 등 운영정책 위반 사례만 약 116건에 달한다"며 "이것은 의견 표명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이버 테러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올린 이른바 '도배' 글만 468회에 달했습니다.
새벽 1시의 '선별적 삭제'... "의도적 증거인멸 정황"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입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새벽 1시경, 문제의 계정들에서 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삭제 양상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한동훈' 명의로 작성된 글 650건 중 646건(99.4%), '진은정' 명의의 글 160건은 100% 삭제됐습니다. 반면 다른 가족 명의의 글들은 삭제되지 않고 숨김 처리만 되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삭제 시기와 대상을 볼 때, 수사나 감사를 대비해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진은정 두 사람의 흔적만 지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누군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의도적 증거 인멸 정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속인 인조잔디... 명백한 여론 조작"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내용'이 아닌 '방식'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문제는 '의견 표명'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에 인조잔디를 깔아놓고 진짜 풀인 척 한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당원 게시판에는 1인당 하루 3회의 댓글 제한 규정이 있는데, 한 전 대표 측은 가족 명의를 동원해 이를 무력화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한 사람이 5명의 가족 명의를 빌려 1428건의 글을 쏟아내며 마치 다수의 당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며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며 한 전 대표를 맹비난했습니다. 이어 "한동훈과 가족 명의로 남겨진 게시글의 저속한 수준을 보면 윤리위라는 절차도 사치"라며 "어떻게 이런 수준 낮은 글을 동일 IP로 도배하고 뻔뻔하게 활동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한 전 대표가 해당 글들을 '칼럼'이나 '사설'에 비유한 것에 대해 "세상 어느 사설에 그렇게 저급한 막말을 쓰나"라고 반박하며 "방송에서 읽을 수조차 없어 '삐' 처리가 더 많은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동일 IP 작성은 가족 명의를 도용한 명백한 여론조작이자 업무방해"라며 "김경수 전 지사처럼 감옥에 보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무감사위는 한 전 대표가 현재 일반 당원 신분인 점을 고려해 징계 권고 없이 조사 결과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송부하기로 했습니다(관련기사:
한동훈 당게 의혹, 결국 국힘 중앙윤리위 송부돼 https://omn.kr/2gjkw
).
이와 관련 한동훈 전 대표는 3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동명이인들 게시물을 한동훈 명의, 가족들 명의 게시글인 것처럼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면서 "이호선씨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의도적 흠집내기 정치공작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전 대표는 다음날인 31일 오전 9시께 페이스북에 이호선 위원장이 한동훈 게시물을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명의자를 조작했다면서 "게시물 시기도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이나 최근 등 물리적으로 봐도 무관한 것들을 대표사례들이라고 조작해 발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작에 대해 이호선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