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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9 11:52최종 업데이트 26.02.19 11:52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관한 포괄적인 의무를 확대하자

[연재] 안전보건법체계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②

현행 제도는 사업주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의무를 지우고 있는가?

사업주는 '사업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다. 사업주가 기업이라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비영리기관이라면 공적 기능을 목적으로 한다(일례로 철도공사의 경우, 열차의 운행). 사업주가 영리성을 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가 노동자를 사용한다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즉 노동자가 처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해서는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점이다. 이것을 근로계약의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라고 설명된다.

형법에서는 위험이 예견가능하고 또 합리적인 수단을 써서 위험의 현실화를 피할 수 있다면, 그 위험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업주가 지는 의무는 '어떤 법의 몇 조 몇 항에 쓰여진 것만 지키는 시늉만 내면 땡'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수준의 위험에 관하여 합리적인 수준의 조치로 그 위험의 현실화를 피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된다.

문제는 너무도 오랫동안 '법에 쓰여진 의무를 지키는 시늉만 내면' 봐주는 방식으로 행정권력이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활동은 지나치게 요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고, 노동부 또한 인력과 시간이 제한된 탓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문서' 위주의 현장점검이 반복되고 있다. 그 문서는 주로 '법대로 의무가 이행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요식적인 것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법에 정해진 대로 안전보건교육을 시행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법률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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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안전조치의무(제38조)와 보건조치의무(제39조) 조항을 보자. 법률에서는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위험의 종류가 열거되어 있고, 사업주가 그 위험의 현실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정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산업안전 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레인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하여야 하며, 운전자는 그 신호에 따라야 한다"(제40조).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발생한 거제 삼성중공업 사건을 보자. 이곳에서 2개의 크레인 붐대가 혼재작업을 하다가 충돌하면서 붕괴되어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후 검찰은 '크레인 중첩작업에 따르는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사업주가 정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기소했다(앞서 본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위반). 그러나 제2심 법원은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야 한다고만 쓰여 있지, 크레인 중첩작업에 관한 신호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삼성중공업의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1) 사업주에게는 크레인 사용에 따르는 위험을 예방할 의무가 있고 2) 이 의무에는 다수의 크레인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에 관한 예방 의무도 포함되어 있으며 3) 해당 현장의 특성상 다수 크레인의 동시 사용이 예상되었으므로 4) 그에 대비하여 신호방법을 정해두거나 신호수 배치를 하는 것이 사업주에게 무리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크레인 중첩작업이 예상된다면 그에 맞는 신호방법을 정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법을 소극적으로만 해석하는 사법부가 보더라도, 사업주가 사망사고 위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해 놓은 규정들을 '지키는 흉내'만 낸다든지, '법에서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데 어쩌라는 거냐?'는 식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에게 현장의 위험에 대비할 포괄적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을 보면, 경영 책임자는 안전보건을 위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렇게 구축된 시스템을 이행하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고(제4조 제1항 제1호), 재해가 발생했으면 대책을 수립하고 대책을 이행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제4조 제1항 제2호). 이는 모두 사업주에게 포괄적인 안전보건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크레인 사고 1주기 ‘추모와 투쟁 주간’ 추모 공간의 모습.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크레인 사고 1주기 ‘추모와 투쟁 주간’ 추모 공간의 모습.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그럼에도 제도개선을 숙고하는 과정에서 법률개정은 불가피하다

이처럼 도식적이고 획일적인 조치만 취하면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법률이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주의 갖은 변명으로 산안법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지켜야 할 규정이 너무 많다든지, 안전보건규칙 제40조와 같이 규정에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기에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든지 하는 등의 변명과 관행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명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 중요한 것은 대다수 사업장의 사업주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모름'이 '진짜로 위험에 관해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어렴풋이 위험이 예상되나 애써 무시하는 것'인지 구별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운영하는 내가 그 정도는 몰라도 된다'라는 생각(무관심), 그리고 무관심해도 사업을 하면서 큰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산안법이나 안전보건규칙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는 입법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입법만능주의자'가 아니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노동자의 몸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의 문제 앞에서 제도와 법률의 정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답습되고 있는 안 좋은 행정관행, 사업주의 관행이 너무나도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법을 가장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사법부조차도 현장에서 사업주의 포괄적인 의무가 있다고 최근 판결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노동부는 여전히 법을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노동부는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작업을 중지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근로감독관은 매우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한다. 불과 며칠 전에 '아무 문제 없다'던 현장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수십, 수백 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다(심지어 근로감독 중인 사업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중대재해'가 비로소 공권력 개입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도개선'이 중요하고 그 제도개선 위에 법 개정의 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산안법에 "사업주가 사업장 위험의 크기·발생확률 등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포괄적 의무 조항'을 둘 것을 제안한다(영국의 1974년 산안법 "so far as is reasonably practicable"을 의역). 하위법령에서는 사업주가 져야 하는 의무의 '예시'들을 촘촘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일러둔다.

제도개선의 목적은 통제권의 확보에 있다

제도개선의 1차 목적은 '사업주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이는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주제의식과도 일치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 사업장의 위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하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체가 사업주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제도가 재설계되어야 한다.

더불어 궁극적인 목적은 노동자의 현장 통제권 확보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신체포기각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법에 쓰여진 의무를 지키는 시늉'만 하면 되었고, 그 외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해왔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포괄적 의무를 부여한다면, 위험한 현장에 대한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와 그를 위한 통제권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의무가 있고, 나에게는 권리가 있다."

* 사족 : 상당수 하급심 판결들은 산안법을 여전히 좁게만 이해하고 있다. 위의 삼성중공업 사건의 2심 판결만 보더라도 사업주의 의무를 형식적인 것으로만 보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한, 아리셀 1심 판결에서도 같은 문제는 반복되었는데, 이 사건에서는 '리튬1차전지'가 산안법상 규제대상인 "위험물질"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다. "위험물질"에 관해서는 안전보건규칙 별표1에서 정하고 있는데, 별표1의 "2. 물반응성 물질 및 인화성 고체"의 가~하에서는 개별 물질을 명시하고 있다(여기에 리튬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거. 그 밖에 가목부터 하목까지의 물질과 같은 정도의 발화성 또는 인화성이 있는 물질", "너. 가목부터 거목까지의 물질을 함유한 물질"도 정해져 있다. 즉, 가목에서 하목까지는 예시에 불과하고 그것과 유사한 정도의 발(인)화성이 있다면 위험물질로 봄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리튬1차전지'는 위험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판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손익찬 님은 변호사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운영위원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로벤스보고서#중대재해처벌법#사업주책임#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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