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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9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9 ⓒ 연합뉴스

"민족적 열망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오직 자기 민족 스스로의 동의에 의해서만 통치받고 지배받을 것이다. 자결(Self-determination)은 단순한 구절이 아니다."

1918년 1월 8일, 제28대 미국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은 미 의회 연설에서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3.1운동의 배경으로 배운 '민족 자결주의'가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일제의 무단통치에 신음하던 조선 민족에게 '각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민족 윌슨 대통령의 발언은 한 줄기 희망과 같았습니다. 이에 따라 1919년 2월 8일, 조선인 일본 유학생들이 모여 "만국강화회의에 민족자결주의를 우리 겨레에게도 적용하기를 청구한다"며 독립을 선언했고 같은 해 3월 1일, 한반도 전체에서 조선독립만세가 울러퍼졌습니다.

하지만 조선인들의 바람과 달리 국제사회는 냉혹했습니다. 조선 독립을 위해 강화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까지 간 김규식 선생은 윌슨 대통령에게 건넬 독립청원서를 준비해갔으나 미국 대표단은 선생을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선생이 파리외신기자클럽 연회에서 "일본의 속박 아래 꼼짝 못 하고 떨고 있는 2천만 영혼의 간청에도 성의 있게 답하지 않는, 정의와 사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프랑스에 경악한다"며 격분한 까닭입니다.

"조선민족의 독립 선언을 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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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향한 호소는 비단 선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1919년 3월 25일, 중국 신문 <신신보(新申報)>에는 "고려 여학생의 슬픈 목소리"라는 제하로 같은 해 3월 10일 조선인 여학생이 윌슨 대통령에게 쓴 편지 전문을 실었습니다.

"파리 강화회의 참석자 여러분. 우리 조선의 여아(女兒)들이 하느님 앞에 성의를 다해 여러분들에게 호소합니다"로 시작되는 해당 편지는 "우리 조선 인민 남녀노소 역시 일어나서 우리가 받고 있는 압제를 고발하고 조선의 독립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매맞고, 감금되고, 칼에 베이고 찔리고 있습니다. 머리채가 잡혀서 끌려가기도 합니다. 우리의 집들도 파괴되었습니다. 정의가 사라지고 인도주의도 사라졌습니다"라고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습니다.

이어 "여러분, 우리를 불쌍히 여겨 조선의 독립을 인정해주시겠습니까? 여러분들께서 일본의 이런 잔혹한 학정과 불공평한 대우를 막아주시겠습니까?"라면서 "이 편지가 파리강화회의에 실제로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이 편지를 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 편지를 보시는 분이라면 우리의 아픔을 느끼시고 파리강화회의에 전해주시겠습니까?"라며 파리강화회의에서 조선의 독립을 논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또한 "한일합방은 우리의 바람이 아니며 일본의 계략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윌슨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 저는 당신을 아버지 같이 여깁니다. 우리의 독립 선언을 들어주시고, 세계 각국에 알려주십시오. 이것은 제가 간절히 기도하는 바입니다"라고 민족 자결주의를 선언한 윌슨 대통령에게 재차 독립을 호소했습니다.

100년 전 조선 여학생의 말과 겹쳐 보인 팔레스타인인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엑스 게시물에 팔레스타인인이 남긴 편지 갈무리(하략)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엑스 게시물에 팔레스타인인이 남긴 편지 갈무리(하략) ⓒ X(엑스, 구 트위터)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서 영상을 공유한 팔레스타인인 계정주가 이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이 여학생의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고통받는 동포들을 지켜봐 온 한 사람의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이 글을 씁니다. 저희의 존재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대통령님과 같은 지도자께서 잠시 멈춰 서서 숙고를 통해 저희를 더 깊이 들어다보기를 택하신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민족의 존재 자체가 총탄과 포탄으로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반인권적 행동을 멈추고 보편적 인권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크나큰 위로이자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대통령님은 응답받은 기도와 같습니다"라는 말은 윌슨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여긴다는 조선 여학생의 말과 겹쳐 보입니다.

1948년 나크바, 팔레스타인 말로 대재앙 이후 7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고 그로부터 80년에 가까운 세월 또한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죽어 나간 이들은 셀 수조차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만을 대상으로 재심 없는 교수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샴페인을 터트렸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족을 향한 이스라엘의 폭력적 식민지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대통령, 보편적 인권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취해야

 11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이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보편적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가자지구 연대 활동가를 향한 외교부의 여권 박탈 조치 취소', '한국석유공사의 가자지구 연안 천연가스전 탐사 철회',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 '팔레스타인 민간 주택 파괴에 사용되는 HD현대 건설기계의 수출 금지' 등을 언급했습니다.
11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이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보편적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가자지구 연대 활동가를 향한 외교부의 여권 박탈 조치 취소', '한국석유공사의 가자지구 연안 천연가스전 탐사 철회',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 '팔레스타인 민간 주택 파괴에 사용되는 HD현대 건설기계의 수출 금지' 등을 언급했습니다.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100여 년 전 조선 민족이 바랐던 것과 달리 윌슨 대통령의 민족 자결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나라들의 식민지에만 적용되는 선언이었습니다. 1차대전의 승전국이었던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에는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파리강화회의 이후 26년이 지나서야 조선 민족은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고 그 기간 동안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 등 더 극심해진 일제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가 겪은 그 비극과 설움의 역사를 팔레스타인이 되풀이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외무부의 항의 성명을 직접 반박하며 "보편적 인권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찾기 힘들어 할까봐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해 온 시민사회가 나섰습니다.

11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이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보편적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가자지구 연대 활동가를 향한 외교부의 여권 박탈 조치 취소 ▲한국석유공사의 가자지구 연안 천연가스전 탐사 철회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 ▲팔레스타인 민간 주택 파괴에 사용되는 HD현대 건설기계의 수출 금지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ICC 회원국으로서 체포영장 집행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직접적으로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원과 재산, 목숨을 수탈하는 행위에 한국이 함께 해서는 안 된다는 너무나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요청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 요청에 부디 응답해주시길,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도에 좀 더 부응해주길 바랍니다.

#팔레스타인#이재명#식민지배#보편인권#민족자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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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ahtclst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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