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석인터븊에 응하는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고창남
"현실 정치를 떠나 재능기부를 하며 지내던 제게 다시 중책이 맡겨졌습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하라는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4월 16일 임명된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일성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낙관이 동시에 묻어났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주일대사를 지낸 '일본통'이자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가 이제 '이재명 정부'의 통일 자문기구 수장으로서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물꼬를 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들어봤다.
-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마지막 헌신의 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역사학자이자 정치인으로서 이번 임명이 갖는 개인적 소명 의식은 무엇입니까?
"제가 현실 정치를 그만두고 2020년에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6개월이 지나서 주일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일본에서 공부하고 한일 의원 연맹 회장을 하는 등 정치인 중에서, 일본 문제전문가이기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라는 요구였을 것입니다. 그후 귀국하고 나서 내 전공을 살려 책을 내고, 이른바 재능기부를 한답시고 여기저기 강연 다니고, 한일관계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직에 위촉되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중책을 맡았습니다. 능력이 부족한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만, 최선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이해찬 전 총리의 유지 받들고, 정동영 장관과 '환상 공조' 이룰 것"
- 전임 이해찬 수석부의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지난 3개월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고 민주평통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십니까?
"체제가 잘 잡혀 있는 국가기관입니다. 처장, 차장 이하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서 공백 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해찬 총리하고는 유신체제 타도를 위한 민청학련에서 같이 활동하여 감옥 생활을 하는 등 동지적 관계입니다. 고인의 유지를 잘 받들어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 취임 직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협력을 강조하셨습니다. 과거 '개성공단 모델'을 만든 정 장관과 '외교통'인 수석 부의장님의 결합이 현재의 경색 국면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실행의 주무 부처는 통일부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통일정책의 로드맵을 그리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며, 널리 선전 홍보하는 헌법기관입니다. 마침 통일부의 정 장관하고는 학교도 같이 다니고 활동도 같이 한 동지이고 절친입니다. 손발을 잘 맞추어 나가겠습니다."
"이념 앞세운 '반북 정책'이 남북 경색 초래... 이제는 실용 평화의 때"
-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통일 정책을 건의하는 자문기구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통일 정책 기조 중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거나 보완해야 할 '1순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남북은 꽁꽁 얼어붙은 냉랭한 관계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치외교, 이념외교 운운하면서 반북 정책을 취한 결과이기도 하죠. 이제 이것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공존, 공동성장'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한민족에게 부여된 역사적 과제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진정성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부여된 지상과제이기도 합니다."
- 민주평통은 중국 등 해외에도 방대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파를 초월한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평통 내에 (가칭) '한중 교류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 민간 외교의 폭을 넓히자는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검토를 해보아야 합니다. 민주평통 내에 한중교류를 위한 조직으로 중국지역 협의회가 있습니다. 이 조직은 베이징, 칭다오, 선양, 상하이, 광저우 등 5개 지역 협의회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지역에서 평화통일 활동 및 통일공공외교 활동에 앞장서며 한중 양국간 우호협력과 한반도 평화의 가교역할을 하므로 이미 관련 단체가 있는데 또 다시 단체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용어에 너무 민감할 필요 없어"
- '적대적 두 개 국가론' 등 남북 관계가 유례없이 경색된 시기입니다. 한편으론, 북한 여자축구단 방한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수장으로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관통하는 수석부의장님만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현실과 우리의 염원 즉 미래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휴전상태이고 엄엄히 두 국가가 존재합니다. 1991년 유엔에는 국가 단위로 가입했지요.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적대적 두 국가는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죠. '적대적'이라는 용어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도 흡수통일론을 포기해야지요. 이제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과제이지요. 평화공존 더 나아가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염원입니다. 매사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내재적 접근이라고 할까요? 지피지기적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 문정인 교수가 제안한 '안정적 공존(Stable Co-existence)'과 북미 수교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음 주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고, 단계적인 북미 수교로 나아가는 방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북미정상회담은 고도의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간단히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바람은 미중 간에 대화가 잘 풀리고,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급변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반도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석부의장님만의 '실용적 외교 전략'은 무엇입니까?
"미국도 지금 '미국 우선주의'라는 입장에서 실용외교를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세계는 다극체제가 되면서 그렇게 각국이 실용외교를 추구한고 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실용외교를 추진하면, 대중·대미 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HSR)'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남북 관계 개선 및 실질적 통일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단히 통찰력 있는 제안이지요. 이것은 한중, 남북뿐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공존, 공생·공영의 길이기도 합니다."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경제가 평화를 견인하는 모델"
-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우선은 이 철길을 북한의 경제 성장과 남북 및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실익'의 관점에서 연결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리적 이질감 해소' 같은 구호를 앞세우기보다는, 철길을 통해 물자와 사람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다보면 경제가 정치를 견인하고, 번영이 평화를 담보하게 하는 실용적 접근으로 생활 공동체 형성을 앞당기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평통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걸려 있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실 ⓒ 고창남
-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좌우 합작의 정신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민주평통의 소통 전략은 무엇입니까?
"좌우 합작의 논리는 한반도의 한민족 단일 국가를 만들려고 하는 몽양의 우국 충정에서 나왔습니다. 이념은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다는 몽양의 정치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서 배울 것이 많이 있습니다."
- 최근 오영훈 지사를 만나 '세계 평화의 섬' 제주와의 협력을 논의하셨습니다. 제주가 가진 4·3의 '화해와 상생' 정신이 통일 담론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제주 4.3은 길게 역사적 안목에서 보면 당시 도민의 통일의 염원이 깃들어 있기도 합니다. 일설에서는 통일운동이라고 하는 성격 규정도 있지요. 제주는 4.3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갖고서 문제 해결과 함께 화해와 상생, 평화의 섬 제주라는 거대 담론을 만들어 냈었습니다. 세계적인 모범사례입니다."
- 향후 임기를 마친 뒤 국민들에게 어떤 '한반도의 길을 연 수석부의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저는 성격이 본래 낙관적입니다. 본래 어렵게 살아오고 극복해왔기 때문에 생긴 철학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진정성을 가지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식민지와 전쟁, 분단이라고 하는 험악한 역사를 영위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세계의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성장해 왔습니다. 위대한 국민, 위대한 대한민국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저력을 가지고 남북 간의 어려움을 극복해서 한민족이 우뚝 서서 비상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