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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임에도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성인 독감 진료 10건 중 8건꼴로 소화기계용 약제를 동시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관의 관행적인 약제 오남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의권급 의료기관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140만1178건을 대상으로 항생제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기초 자료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처방된 것을 대상으로 했다.

▲항생제 처방률 및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 ⓒ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이었다. 성인 독감 진료의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평균 77.2%에 달했다. 사실상 의원급을 찾은 성인 독감 환자 10명 중 8명은 위장약 계열 약제가 함께 처방된 셈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독감 진료 대부분에 소화기계용 약제를 일괄적으로 함께 처방하는 양상까지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이를 두고 "관행적 사용 패턴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저위험 에피소드의 항생제 처방률 ⓒ 국민건강보험공단
항생제 처방도 적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전체 독감 진료의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27.7%였다. 그러나 더 주목되는 것은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환자군(저위험 에피소드)이다. 이들은 전체 진료 가운데 18.3%에 해당하는 25만6823건에 해당한다. 특히 항생제 투약 필요성이 낮은 사례인데도 13.3%에서 항생제가 처방됐다. 건수로 환산하면 약 3만4000건 수준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항생제 투약의 과잉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가 실제 회복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되는지도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처방받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 진료기간이 약 13% 더 길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치였다는 분석이다. 단순 독감 단계에서 선제적 항생제 사용이 치료 기간을 줄인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고령층일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75세 이상 환자는 18~40세 미만 환자보다 진료기간이 29% 더 긴 것으로 파악됐다.

▲저위험 에피소드의 항생제 처방 영향요인 분석 결과 ⓒ 국민건강보험공단
처방 양상은 진료과목과 의료진 특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항생제 처방률은 내과가 19.0%로 가장 낮았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37.5%, 이비인후과는 32.4%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저위험 독감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할 가능성은 기타 과목 대비 이비인후과가 3.08배 높았다. 일반과(1.65배), 소아청소년과(1.53배)가 뒤를 이었고 내과는 0.69배로 가장 낮았다.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도 차이를 보였다. 이비인후과는 84.6%로 높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62.9%였다. 의사 연령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45세 미만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은 23.3%였지만 65세 이상 의사는 33.2%로 높았다. 반면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은 45세 미만 의사군에서 83.9%로 가장 높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건보공단은 같은 성인 독감 진료라도 진료과목과 의료진 특성에 따라 약제 처방 행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진료과목별 항생제·소화기계용 약제 처방률 현황 ⓒ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영민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 독감 단계에서의 선제적인 항생제 처방이 전체 치료기간을 단축하는 데 큰 실익이 없다"며 "환자 상태에 따른 정교한 적정 진료와 함께 약물 오남용을 줄이려는 의료계와 국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합병증 없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생제 치료와 관행적인 소화기계용 약제 처방은 급여기준 정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불필요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줄이는 것도 보험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