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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마냥 시골에 산다고 의료 체계에 불만만 가지고 '이래서 병세권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토의를 통해 같은 생각에 대한 공감에 즐거웠고, 다양한 관점의 의견에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며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한다는데 긍정적인 정책이 나올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 시민패널 토론회에 참석한 강원도 거주 40대 참가자

의료 공백 우려와 지역 소멸 위기가 동시에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지역·필수의료'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내린 결론은 가장 현실적이었다. 감기 같은 경증이나 소아 야간 진료, 응급실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서비스는 '내가 사는 동네(시·군·구)' 안에 갖추고, 암 치료 등 고난도 중증 수술은 '시·도 광역 단위'에서 완결성 있게 보장받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4일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1박 2일간 열린 '의료혁신 시민패널 제1차 공론화 숙의토론회' 결과를 발표했다.

성별, 연령, 권역뿐만 아니라 실제 의료 접근성까지 꼼꼼히 고려해 선발된 300명의 시민참여단은 한 달간의 사전 온라인 학습을 거쳐 이틀간 릴레이 집중 토론을 펼쳤다. 발표 내용에는 토론회에 온전히 끝까지 참여하고 세 차례 설문조사에 모두 참여한 291명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경증·응급은 더 가까이, 고난도 수술은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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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의료서비스를 기능별·권역별로 배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시민패널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시·군·구 안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할 의료서비스로 경증 진료와 소아 야간진료, 24시간 응급실, 분만 서비스를 꼽았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골든타임 치료 역시 기초적인 지역의료 기능으로 인식됐다.

반면, 맹장수술 같은 일반 입원·수술은 '인근 시·군을 묶은 진료권(52.2%)' 범위에서, 암 수술 등 고난도 중증 진료는 '광역 시·도(52.9%)' 단위에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암과 같은 중증·고난도 수술은 광역 시·도 단위 거점병원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52.9%로 가장 높았다.

분임토의 과정에서도 "현실적으로 모든 동네에 대형 수술실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증 질환일수록 수술을 많이 해본 숙련된 집도의를 찾아 광역권 거점병원으로 이동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역에서 보장받아야 할 의료의 범위(사후조사)
지역에서 보장받아야 할 의료의 범위(사후조사) ⓒ 보건복지부

"믿을 만한 의사만 있다면 수도권 원정 치료 안 간다"

특히 이번 공론화에서 시민들은 '수도권 빅5 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할 열쇠로 '지역 병원의 질(Quality) 확보'를 단연 1순위로 꼽았다.

"지역에 거점 대형병원이 생기고 역량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수도권 대신 이곳을 이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숙의를 거친 시민들의 무려 89.6%가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토론 전(81.1%)과 비교해 신뢰와 기대감이 한층 늘어난 수치다. 특히 평소 낙후된 인프라로 불만이 컸던 '의료취약지 거주자'들의 이용 의사가 사전 77.7%에서 숙의 후 91.5%로 대폭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여기에는 엄격한 전제조건이 붙었다. 수도권 대형병원 대신 지역 병원을 먼저 선택하려면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의료진의 실력과 경험(66.8%)"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토론에서 "의료진의 전문성이 곧 병원에 대한 신뢰"라며 "지역 병원의 의료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또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꼬집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지원책으로 시민들의 과반(56.7%)은 "상급병원 전원이 긴급하게 필요할 때, 검사나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연계해 주고 빠르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술은 거점에서 받고, 사후 관리나 재활은 동네에서 안심하고 받는' 연계형 진료 시스템이 가장 시급하다는 제안이다.

'공공 집중 투자' 51.9% vs. '민간 거점 활용' 47.4%

향후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어떤 공급 방식으로 확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공공병원에 집중 투자하여 안정적으로 보장하자"는 의견이 51.9%, "기존의 역량 있는 민간병원에 공공적 역할을 부여해 내실 있게 꾸리자"는 의견이 47.4%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다만 이러한 갈등 속에서 합리적인 절충안도 대거 나왔다. 시민들은 분임토의를 통해 "지방 소멸이 빠르게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새 공공병원을 짓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국가 재정 부담도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현재 지역에 자리 잡은 우수한 민간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감염병 대응이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국가가 제어하기 용이한 공공병원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소멸 위기에 놓인 초소형 지역의 대안에 대해선 현실적인 결론이 내려졌다. "환자가 아주 적은 지역이라도 끝까지 재정을 쏟아 필수의료를 남겨둬야 한다(37.5%)"는 응답보다 "의료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이용률이 떨어지는 지역의 시설은 인근 중심지와 유기적으로 통합·재편하는 것이 현실적(61.8%)"이라는 동의가 훨씬 높게 집계됐다.

"지역의료 살려내야 지방 소멸 막는다" 92.5%가 한 목소리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지역에서 안심하고 삶을 꾸려가는 데 있어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가 주는 안정감이 절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민패널의 대다수(92.5%)는 "어느 지역에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선택지에서 지역의료 서비스 수준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지역의료가 지방소멸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92.5%는 "어느 지역에서 살아갈지를 결정할 때 의료서비스가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으며, "지역의료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지방에 거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기초조사 77.6%에서 숙의 이후 86.3%로 올랐다. 수도권 거주자의 지방 거주 의향 역시 64.6%에서 80.4%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지역 의료망 개선이 단순한 보건 정책을 넘어 '지방 소멸'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임을 입증한 셈이란 분석이다.

김학린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은 "이번 공론화는 단순히 똑같은 문항에 대해 반복 조사한 통계가 아니다. 300명의 시민(패널)들이 고통받는 의료취약지의 현실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국가 재정과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민해 낸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며 "사회초년생부터 시골 거주민까지 폭넓은 대화의 장 속에서 도출된 소중한 의견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론화 결과가 캐비닛 속의 서류로 남지 않고 보건의료의 현장의 대변혁을 이끄는 실질적인 참고 자료로 쓰이도록 위원장으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는 이번 공론화 결과를 이달 말 의료혁신위원회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다. 시민패널들은 오는 8월 온라인 심층토론과 10월 2차 숙의토론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학린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시민패널 운영위원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지역필수의료#의료혁신위원회#시민패널운영위원회#시민패널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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