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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쇼 1위. 드라마 <참교육>이 거둔 성적이다. 폭력, 마약, 도박을 일삼는 문제 학생들을 가차 없이 제압하는 교육부 교권보호국 이야기는 '사이다 응징 서사'로 널리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교육부와 몇몇 지역 교육청에서 교권 보호 전담 조직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8일 교사 4000여 명이 모인 서울 도심 집회의 연단에서, <참교육>은 다시 한번 등장했다. 악성 부모의 민원과 교사의 생활지도 위축,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같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보여준 드라마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의 집회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맞아 열렸다.

많은 교사들이 <참교육>이 그린 학교 현장에 공감했고, 많은 이들이 <참교육>식 해법에 공감했다. 그러나 <참교육>이 마냥 '사이다'가 아닌 교사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많은 의문이 남았다. 정말로 우리네 교실에는 체벌이 단 하나의 답인가,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 교권 보호 조직은 정말로 교권을 보호할 수 있을까 등등…. 지난 18일 줌(Zoom)으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남 지역 한 여고에서 지리·사회를 가르치는 6년 차 교사 옌, 강원 공립형 대안 고교의 9년 차 국어 교사 중기, 세종의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12년 차 교사 우리, 경기도 소재 중학교 4년 차 영어 교사인 건희다. <참교육>을 본 소감과 인기 요인, 그들이 체감하는 학교 현장과 공동체로서 학교의 신뢰 회복 방안 등을 함께 이야기했다.

그건 '교육'이 아닌데... <참교육>를 보며 든 우려

 넷플릭스 <참교육> 관련 이미지.
넷플릭스 <참교육> 관련 이미지. ⓒ 넷플릭스

슬기: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 <참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드라마를 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옌: "저는 첫 교직을 남자 중학교에서 시작했는데요. 남중에서 1년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사립 여고로 임용시험을 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학생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학생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거든요. 근데 남중에서는 (학생을) 앉혀놓고 '너희를 존중한다'며 대화를 하는 선생님보다, 소리 한 번 '빽' 지르고 벌주는 선생님이 더 잘 통하거든요. 그래서 '여기서는 나 같은 교사 열 명보다 소리 지르고 무서운 선생님 한 분이 더 의미 있는 선생님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현타'를 느껴서 남중을 떠난 경험이 있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백번 양보해서 <참교육>에 나오는 교육활동 침해 같은 여러 사건들이 실제 학교 현장에 존재하는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는 건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폭력과 응징을 반복해서 제시하고, '너희들을 참교육하겠다'라면서 '참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통쾌한 장면으로 연출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중기: "대한민국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판타지'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드라마 자체는 흥행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 중에 학교를 경험 안 해본 사람이 없고, 전개도 되게 빠르잖아요.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부분이나, 실제와 다르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언제나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드라마의 설정에 쉽게 동의가 안 되더라고요.

주변에 같이 전교조 활동하시는 여선생님들 중에는 폭력적인 장면들 때문에 '아예 못 보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제 주변에도 보시다가 중단하신 선생님들도 제법 있었는데요. '나는 왜 끝까지 볼 수 있었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는 폭력적인 장면에 그렇게 거부감이 없는데, 대부분의 남성들이 이럴까?'라는 생각."

건희: "숙제하는 마음으로 봤어요. '왜 이렇게 인기일까' 궁금했고요. 만화적인 설정으로 캐릭터들도 의도적으로 연출을 해서 폭력적인 장면들에서 '이건 말도 안 되지 않나' 같은 상식의 작동을 멈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교사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우리가 교육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에 나온 장면들이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으로만 언급돼서 깊이 있게 음미되지 못해서 아쉽고요. 드라마에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실제 '참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중요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참교육'이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참교육'에는 관계가 아예 소거되어 있고요. 그런 것부터가 교육이 아닌데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게 진짜야'라고 하는 것 아닌가..."

슬기: "아까 중기님이 주변 여자 선생님들 중에 <참교육>을 못 보는 분들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그런 케이스였어요. 1화에 대한고등학교에서 수업 도중 발생한 학교폭력 앞에서 여교사가 남학생들에게 신체를 구속당하며 속수무책인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1차적으로 그 장면에서 화면을 꺼버렸고, 한동안은 못 봤어요. 이후의 장면들에서도 여교사는 학생들의 폭력성 앞에서 계속해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등장을 해요. 드라마가 여성혐오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옌: "그 화에서 여교사가 남학생들이 치고받고 싸우는데 (학생들에게) "왜 다들 보고만 있어"라고 하잖아요. 여경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오또케 오또케"(여성 경찰들이 범죄 현장에서 '어떡해'만 남발하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혐오 표현)가 있는 것처럼, 여기서도 여교사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폭력적인 상황 앞에서 "오또케"라고 하는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아쉬웠어요."

우리: "저는 고민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임한림(진기주 분) 감독관이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일부러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장면은 나화진(김무열 분)이 나와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소연여고를 다룬) 그 화에서만 거의 감독관에 의한 학생 폭행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만약 거기서 여학생들이 맞았으면 엄청나게 복잡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기 때문에, 얼차려를 주는 정도로 넘어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학생들을 어떻게 - 제 표현으로는 '교육'이고 드라마에서 말하는 '참교육' -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학생들만큼이나 여학생들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 엄청나게 많은데, 여기에 개입하는 것을 교육계에서도 많이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중기: "저는 남학생들을 폭력으로 다루는 모습이 가부장제가 지닌 폭력을 계속 재생산하는 역할을 할까 봐 걱정이 됐어요. '남학생이라면, 남자라면 당연히 폭력을 견뎌야지' 라는 느낌으로요."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대립하는 구도 되어선 안 돼

 초등교사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교원들이 모인 단체인 '전국교사일동'이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교원들이 모인 단체인 '전국교사일동'이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슬기: "<참교육>이 그리는 학교의 모습 중에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는 허구라고 보세요?'

우리: "유튜브 쇼츠에서 가장 많이 노출됐던 캐릭터가 아마 '우진 엄마'(박지연 분·5화에서 초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일삼으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학부모)일 것 같은데요. 그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걸로 보였어요. 그 회차에서는 다른 회차랑 다르게 지금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계속 얘기해주려고 하더라고요.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법이 그래요'라는 식의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그게 지금 선생님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지점이거든요.

근데 그거 말고 천상열(최덕문 분·축명외고 교무부장) 같은 캐릭터의 일화들은 각각은 있을 수 있는 내용이어도, 한 명한테 몰아넣다 보니까 현실이 아니게 돼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명의 교사가) 시험 문제 유출하고 학원이랑 결탁되어 있고 뒤에서 돈 받고 심지어 교육감까지 나가고 그러니까."

옌: "3화에 임한림 감독관이 (성형수술 여부를 묻는) 여고생들한테 "수술했습니다. 가슴 축소 수술"이라고 하잖아요. 저의 일반화된 생각일 수 있지만 여고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얘기를 하자면 그렇게 여교사와 여고생들이 기싸움을 하는 경우는 전혀 없어요. 실제로 저희 학교 애들하고도 그 장면에 대해서 '저건 너무 과장을 하지 않았나'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건희: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장면 있잖아요. 갑자기 학폭위가 열려서 다들 모르는 무방비 상태로 심사를 받거나, 교사가 '아무래도 학폭위로 가면 우진이한테 불리할 것 같아서요'라면서 우진 엄마를 말리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이런 식으로 학교를 그리면서 교육적인 제도에 대한 냉소와 함께 이게 다 엉터리고, 믿을 수 없는 제도처럼 보여지게끔 연출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장 해악적인 에피소드는 여고생이 선량한 남교사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가서 남교사가 자살을 하는 거였는데요.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정말 극소수의 사례이고, 반대 상황이 오히려 많을 거잖아요. 그 에피소드에서 여자 수학 선생님이 여고생한테 달려가면서 '그 선생님 그럴 분 아니야. 너 당장 (폭로 영상) 내려'라고 발언하잖아요. 그 에피소드 안에서야 맞는 말이지만, 사실 전형적인 2차 가해 멘트죠."

슬기: '<참교육>의 흥행을 계기로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들에서 교권 보호 전담 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옌: "'교권 보호'라는 말 자체가 별로인 거 같아요. 교사가 학교에서 일을 하고 학생들을 만나며 안전하게 교실에서 교육 활동을 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해요. 근데 그걸 '교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학생과 대립되는 권리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건 교사가 학생 위에 군림하면서 학생을 통제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수업하고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교육할 수 있는 조건이거든요. 교권 보호 조직을 만든다 하더라도, 보호해야 하는 게 교사의 권위가 아니라 모두의 교육 활동이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을 거 같아요."

중기: "저는 불평등하고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입시 경쟁 시스템과 교육과정 전반이 바뀌지 않으면 교사들의 소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절대로 안 바뀐다고 생각해요. 정책적 해법이 구조적인 문제는 가만히 둔 채 소진되는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식이 돼버리면, 정신과 의사나 변호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릴 뿐이고요. 선생님들이 힘든 현 상황이 달라지는 건 전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려스러워요."

건희: "언론에서 교권이라는 단어가 학생의 인권과 대립되는 구도로 계속 쓰이고 있는데요.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얘기는 어떤 증상을 치료하는 거지, 그것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그대로 두면서 사후 처리를 조금 더 강력히 하는 정도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학교를 만드는 데에 교육청이나 학교장의 무책임한 처사, 교사를 보호해 주지 못하고 최대한 갈등 없이 일이 흘러가도록 하는 태도, 가장 아래에 있는 교사에게 책임이 가중되는 구조도 같이 논의가 돼야 하지 않나…"

어른들이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해야 할 일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를 하고 있다.
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슬기: "최근에 배재고의 지역 혐오 응원으로 교실 내 학생들의 혐오 표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잖아요. 얼마 전에 전교조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실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고 응답했어요. 선생님들이 체감하는 학생들의 혐오 발화 실태는 어떤가요."

옌: "여고에서는 사실 혐오 표현을 들어본 적은 없어요. 남중에 있었을 때는 (혐오 표현이) 되게 일상처럼 사용이 됐고, 진짜 애들이 1초에 욕을 3개씩 해요. 당시에 제가 충격받았던 건 애들이 혐오 표현을 놀이처럼 소비한다는 거였어요. 일베 노래인 'MC 무현'이라든지 '응디 시티' 같은 것들을 따라 부르면서 같이 막 웃어요. 유튜버 가운데 투렛 증후군을 따라하는 유튜버가 있나 본데, 애들이 그걸 흉내내는 게 일종의 '놀이'에요. 근데 그걸 하는 학생들이 누군가를 차별한다든지 혐오한다는 자각이 전혀 없고요. 그냥 재밌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했던 배재고 학생들도 비슷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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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게 보통 남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혐오를 하는 데 주축이 되는 학생들이 있고 동참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요. 근데 동참하지 않는 학생들이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걸 제가 발견했단 말이에요. 처음엔 안 그러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혐오 표현을 따라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금지하고 마냥 '쓰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들을 쓰면 안 되는 이유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는데, 여기에 필요한 대책이 저는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이라고 생각해요. 혐오 표현이 성별뿐 아니라 장애, 지역, 이주민, 정치적 갈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런 걸 교육하려다 보면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민원이 들어올까 위축돼서 마땅히 가르쳐야 할 걸 못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중기: "저희는 학교 특성상 대안학교니까 그런 것들이 적긴 한데, 그것들이 10대들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외면하고 상종을 잘 안 해왔었어요.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저는 평소에 정치적인 발언들을 자주 했으니까 주요 타깃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제가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건 폭력에 약한 고리에 있었던 아이들이 폭력을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선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남학생들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여러 좌절감, 어른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이런 것들이 온라인에서는 자유롭게 표출되고 또래들 사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게 지금 하나의 문화라는 걸 우리가 인정한다면, 문화를 바꾸는 데는 굉장히 지난한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저희가 전제하고 아이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슬기: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발판 가운데 아까 옌님이 얘기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도 들어갈까요?"

우리: "그것도 그런데요. 사실 저는 정치적 기본권 논의보다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게 예를 들면 '나는 민주당 지지해'라는 얘기를 하라는 게 아니고, '민주당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것 조차 지금은 위험하다고 안 하는 게 현실인데요. 이건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보다도 더 선행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건희: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 앞서 정치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그런 권한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것 같아요. '파란색 옷 입으면 민주당 지지자' 같은 얘기를 하는 게 놀림거리가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에 경직돼 있고, 하면 안 되는 거라고 금기시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님이 말한 것처럼 교실에서부터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고 논쟁할 수 있으면 될 것 같거든요. 그와 동시에 드는 생각은 지금 교사들한테 그럴 역량이 있나... 학생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형태의 수업을 우리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교육과정도 없으니까요. 그런 걸 하려면 많은 준비와 예산과 교육이 투입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기: "배재고 사건과 관련해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요란은 떨었지만 가장 에너지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미운 놈 때려주기' 같은 방식으로 갔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이 지경이 된 것에 대해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 그 어른이 되어버린 게 너무 괴로운데, 저를 포함한 사회가 계속 놓치고 있는 것들이 '반성문을 쓰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의 대안학교에서 근무한 지 6년째인데 여기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게, 기댈 데 없는 아이들한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게 학교가 가장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게 일반 다른 학교에서도 다르지 않았어야 한다고 봐요."

중기가 대화 도중 채팅창에 공유한 글귀는 다음과 같다.

"시험이라는 기준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치만이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환경에서 이미 불평등은 기본값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시험이 아닌 어떤 다른 방식을 취하더라도 경제 수준에 따른 격차, 입시 경쟁, 불평등 구조가 재생산된다. 청소년들은 친구가 곧 경쟁자인 일상에서 비교와 좌절을 겪고 있다. 청소년들의 언어는 '개짜증나' '어쩔' '극혐' '관종' '존나' 등으로 뒤덮여 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떻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표현할 어휘를 잃은 학생이 정말 많다.

자신의 말을 갖지 못한 채, 자신과 서로를 돌볼 틈 없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시간표를 수행하고 난 뒤 이들은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간다. 두려움과 고립감, 무기력, 불안, 수치심, 분노, 슬픔과 죄책감 등을 온라인 필터로 쓴 자아로 표출한다. 자기다움을 잃은 채, 뒤섞인 불온한 감정들을 발산하는 것이다. 우울의 시대, 불평등을 느끼고 그 자신이 억압당하면서도 혐오 문화에 이끌리는 청소년들을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책 <국어, 수학, 페미니즘>, 88-89쪽)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친 제주 동백작은학교 이임주 교장이 쓴 책 중 일부다. 다들 거쳐 갔기에 누구나 쉽게 말을 얹지만, 가장 납작하게 다뤄진 공간이 학교이며 '혐오의 놀이화' 같은 진단이 난무하는 사이 이를 직시하고 사태를 풀어갈 용기는 모두에게 부재했다는 것을, 그리고 필연적으로 학교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학교만 때려잡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되새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교육#페미니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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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회사 밖 기자'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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