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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환자가 다수인 중소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하다 보면, 다친 노동자를 대하는 사업주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 노동자가 치료받는 환경은 사업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그중 절반은 이주노동자나 중국동포 노동자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전체 산재환자의 2~3%에 불과하다. 매일 운동치료를 하다 보니 환자와 치료사 사이에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인다. 환자들은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고, 그 과정에서 산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바라는 사업주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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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처리를 돕는 건 물론, 완전히 회복한 뒤 복귀하라는 사업주가 있다. 노동자가 제대로 나을 수 있다면 비급여 치료도 적극 지원한다.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이런 사업장에서 일하는 산재환자들의 표정은 한결 여유롭다. 대화의 내용도 환자의 건강 상태나 장해가 남을 가능성 등 치료와 회복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을 제외하면 1~2%에 불과하다.

사업주 대부분은 산재 처리 후 입원·수술 초기 과정의 비급여 비용은 어느 정도 부담하지만, 재활 치료의 비급여 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가 퇴원하면서 수백만 원의 비급여 비용을 대신 결제한 뒤, 그 비용을 노동자에게 청구하기도 한다.

수술과 입원이 불가피한 산재의 특성상 비급여 비용 발생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산재환자의 비급여 비용을 개인이 떠안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할 이유다.

 다치는 것은 순간이지만 회복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업주들이 산재 노동자의 회복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다치는 것은 순간이지만 회복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업주들이 산재 노동자의 회복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 희경

휴업 치료조차 어려운 노동자들

물리치료실 입사 초기 회사 작업복을 입고 병원에 오는 산재환자를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쉬는 데 왜 회사 옷을 입지? 알고 보니, 치료받고 출근하거나, 반대로 퇴근길에 병원에 들러 치료받는 것이다. 휴업하지 못하고 근무와 치료를 병행하는 산재환자가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실밥을 푼 뒤 환자들은 자주 묻는다.

"나으려면 얼마나 걸려요?"

"그렇게 오래 걸려요? 사장님이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고 계속 물어보시는데요."

상처가 생기는 것은 순간이지만 회복은 결코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처가 아물어도 수술로 인한 유착이 남고, 관절이 굳으며 근육은 약해진다. 이를 원래 기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반복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를 통해 손가락이 구부러져도 다시 뻣뻣해지기에 풀어주고, 또 굳고, 다시 풀어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기능을 회복한다. 이는 물리치료를 시작하는 모든 환자와 나누는 대화이긴 하지만, 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사업주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긴 재활 기간은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제가 빠지면 동료들이 힘들어하니까요. 사장님이 나오라고 하는데, 안 나가면 관계가 나빠져서 잘릴까 봐 걱정돼요. 손을 거의 안 쓰는 일만 시키겠다고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손을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있을까요? 통증이 생겨도 멈출 수 없다면 결국 무리가 갈 수밖에 없어요. 출근하면 주변 동료들은 다 나은 줄 알 텐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도 클 거고요. 근무와 치료를 병행하는 분들은 경험상 붓기가 오래갑니다. 운동치료 후 충분히 쉬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요."

이야기를 나누면 치료에 집중하기로 결심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휴업급여가 적어서 근무와 치료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다쳐서 힘든데 소득까지 30% 줄어드는 현실 역시 문제다. 중소 영세사업장 산재 노동자가 왜 치료와 근무를 병행하는지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근무 중 치료조차 어려운 환자들

근무 중 치료받는 환자 중 회사 눈치 때문에 병원에 오기 어렵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충분히 회복 못 하고 복귀한 것도 모자라 치료 기간마저 단축하라고 한다.

어느 날 필리핀 노동자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치료받으러 왔다. A씨는 엄지와 검지를 다쳤고, B는 절곡기에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어 접합수술을 받았다. A씨가 서툰 한국어로 물었다.

"선생님, 나 손가락 힘없어. 사장 일하라고 해. 나 일할 수 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A씨는 수술한 손가락의 관절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힘도 회복되지 못한 채, 실밥을 풀자마자 현장에 나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는 일하지 않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필요하면 지역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서 쉬면서 치료에 전념하라고 설득했지만, 다음 진료 때 A는 현장 작업 대신 청소만 하기로 했다며 출근 소식을 전했다.

손가락 네 개를 다친 B씨는 운동치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치료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회사에 이야기해 보라고 권했다. 잠시 후 B는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산재 처리해 줬는데 내가 왜 치료비까지 내야 하니? 운동은 네가 하는 거지. 병원이 이상하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라고 해?"

비슷한 부상을 입은 한국인 노동자가 6개월 넘게 치료받은 것과 달리, B는 결국 두 달만에 치료를 종결하고 장해 신청을 했다. A는 여전히 현장 복귀 압박과 싸우며 청소 업무만 맡은 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

한 사업주는 물리치료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꼭 치료가 필요한지 묻는다. 10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산재를 당한 한 노동자는 전화로 해고를 암시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생산을 위한 도구는 더더욱 아니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가 다시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기본 취지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주를 대상으로 산재보험의 목적과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이해시키는 교육 역시 절실하다.

재활치료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몸의 통증을 견디며 매일 반복되는 치료를 받아야 하고, 언제 다시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지 불안감도 감당해야 한다. 산재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복귀가 아니라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업주에게 부탁하고 싶다.

"일하다 다친 것도 서러운 산재 노동자입니다. 재활치료 과정도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치료받는 동안만큼은 마음 편히 회복할 수 있도록, 그냥 좀 놔두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희경 님은 물리치료사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주노동자#산업재해#재활치료#산재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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