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이 갑천을 비추던 지난 1일, 갑천습지보호지역에는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족대를 든 학생들이 하나둘 강으로 들어섰다. 무더위 속에서도 물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5기 습지학교의 마지막 강의가 갑천습지보호지역에서 열린 '물고기 탐사'로 진행된 것이다.
이번 탐사에는 약 3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족대를 사용하는 방법과 물고기를 채집하는 요령,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갑천으로 들어가 탐사를 시작했다. 물살을 따라 족대를 움직이고, 자갈과 모래가 어우러진 강바닥을 천천히 훑어가며 물속 생명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채집을 진행하는 아이들의 모습 ⓒ 이경호
갑천은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지만, 이날 탐사를 통해 다양한 담수어가 살아가는 건강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래가 쌓인 여울과 자갈이 깔린 하상, 수초가 자라는 물가마다 서로 다른 물고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탐사에서 채집된 물고기와 저서성 생물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했다.

▲무언가를 찾은 듯 한 참가자들 ⓒ 이경호
채집을 마친 뒤에는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물고기를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의를 맡은 유경숙 강사는 채집된 물고기의 이름과 특징, 살아가는 환경을 차례로 설명하며 물속 생명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물고기의 이름이 붙게 된 이유와 생태적 특징을 설명할 때마다 참가자들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

▲채집한 물고기를 설명하는 유경숙 강사 ⓒ 이경호
특히 돌마자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참가자들의 웃음이 이어졌다. 돌이 많은 여울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라는 설명과 함께 돌을 던지기만 하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많아서 '돌마자'라는 이름의 유래를 듣자 아이들은 금세 이름을 기억했고, 평범하게만 보였던 작은 물고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동자개를 설명하는 순간에도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흔히 '빠가사리'라고 부르는 물고기가 바로 눈동자개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학부모들은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 살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식탁이나 낚시를 통해 익숙했던 이름이 실제 자연 속 생명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설명을 진행하는 모습 ⓒ 이경호
참가자들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물고기들의 독특한 번식 방식이었다. 가돌고기가 자신의 알을 꺽지의 둥지에 맡기는 탁란을 한다는 이야기와, 납지리가 민물조개의 아가미 속에 산란해 새끼를 키운다는 설명은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의 신비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다양한 전략은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했다.
이날 확인된 어종은 모래무지, 꺽지, 납지리, 돌고기, 끄리, 줄몰개, 눈동자개, 참마자, 누치, 밀어, 쉬리, 동사리, 각시붕어, 돌마자, 얼록동사리 등 모두 15종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저서성 무척추동물도 함께 채집되면서 갑천습지보호지역이 여전히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고기는 하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물지표다. 어떤 물고기가 살아가는지는 수질뿐 아니라 여울과 소, 모래톱과 자갈밭 등 다양한 서식환경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생물을 만나면서 하천을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시를 흐르는 하천은 종종 치수와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며 서로 연결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이 만난 물고기들은 갑천이 여전히 살아 있는 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직접 관찰하는 경험은 하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5기 습지학교는 이번 물고기 탐사를 끝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습지학교는 시민들이 갑천습지보호지역의 생태를 직접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으로 운영됐으며, 강과 습지가 우리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험을 통해 전달해 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태탐사와 자연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습지학교를 준비해 더 많은 시민들이 대전의 자연을 직접 만나고 기록하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사람은 자연을 알아갈수록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이날 갑천에서 만난 작은 물고기들은 그 사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