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추천결과

논쟁2

소년범죄 종합대책이 포퓰리즘? 실상은 이렇습니다

[논쟁②]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이 본 '촉법소년 연령 하향'

22.12.26 21:57최종 업데이트 22.12.26 21:57
  • 본문듣기

지방의 한 소년원 ⓒ 최원훈


지난 13일, 야권 국회의원과 민변, 전교조, 인권연대, 학계, 시민단체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추진 중인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의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엄벌 여론에 편승해 소년에 대한 차별적 낙인을 강화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규정하고, 소년사법제도의 열악한 인프라부터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2022년 10월 26일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기초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촉법소년 연령 상한) 하향 및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소년법' '형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 ▲ 소년원·소년교도소 교육·교정 강화 ▲소년보호절차 인권보호 개선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 소년형사사법절차 전문성 제고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소년범죄 예방정책 추진 등이다.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에 맞는 국가의 제대로 된 의무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한 근거가 왜곡됐다. 

둘째, 소년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구축과 소년사법 제도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

셋째,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과 개정안은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며,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한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4세→13세로 하향하는 근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한 살 낮추면, 만 13세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만 13세는 중학교 1·2학년이다.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10세~13세)의 약 70%가 13세이다. 보호처분을 받은 전체 소년 중 12세와 13세의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13세와 14세가 차지하는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초범이고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소년사법체계가 선제적·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보호하지 않으면, 재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목적은 보호처분을 결정해야 할 촉법소년을 엄벌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행 초기 단계 촉법소년을 선도·교화해 가정과 학교로 복귀시키고, 촉법소년 범죄의 극히 일부인 흉포한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계획적 살인범이나 반복적 흉악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 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세 범죄의 사례를 들어보자.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A군(13세)은 아버지의 주취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해서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과 어울리며 거리를 배회했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쳤고, 아파트 주차장을 떠돌며 문이 잠기지 않은 차 안으로 들어가 현금을 절도했다.

A군은 소년부 법정에서 단기 보호관찰(1년) 처분과 수강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도, 대부분의 소년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법원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소년에 대해 보호처분을 결정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소년부로 송치할 수 있다. 검찰과 법원의 이중점검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므로 형사처벌 남발 우려도 크지 않다. 2022년 10월 기준, 소년교도소 수용자 중 14세 소년은 한 명도 없다.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지난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 ⓒ 최원훈

 
또한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요구했는데, 이 인프라 확충 부분은 이미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명시돼 있다. 소년원 생활실 소규모화 및 급식비 인상 등의 처우 개선, 소년분류심사원(아래 심사원) 확충,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 증원, 학과교육 중심 소년전담 교정시설 신설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소년원이 10개, 심사원이 1개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소년원이 52개, 심사원이 52개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개의 소년원과 6개의 심사원이 구조조정으로 폐지됐다. 이유는 직원 수 대비 소년의 수가 적어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경제논리였다.

이후 소년원과 심사원은 만성적인 과밀수용으로 교육과 수용질서 확립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년의 재사회화와 재범률 감소를 위해 과밀수용을 해소하고 개별처우를 해야 했지만, 소년원과 심사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님비 현상 때문에 소년보호기관 증설은 요원하기만 했다. 2년 전, 법무부 소유 부지에 심사원 건립을 추진했을 때, 주민들과 함께 반대해 철회시킨 지역구 국회의원은 당시 여당 소속이었다.

혹자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포퓰리즘적 대안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님비현상이라는 대중의 뜻에는 반대하며, 소년범 선도 및 교화의 핵심 인프라인 소년원과 심사원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과연 포퓰리즘일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의 공통된 공약이기도 했다.

'엄벌주의' 낙인 극복 위한 종합대책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2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이 처벌 강화라는 효과 없는 수단으로 소년범을 혐오하는 여론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악하고 부끄러운 문서이고,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소년원의 교과교육 강화와 소년범의 인권보호 개선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은 혐오에 기반한 엄벌주의라는 차별적 낙인을 극복하고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한 최초의 종합대책이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소년보호혁신위원회,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상당 부분을 반영했다.

권고안을 수용해 소년보호절차에서 우범소년에 대한 과도한 보호처분은 폐지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심리 기일·장소 등을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 신설, 피해자 참석권 보장 규정은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한 권고안을 반영한 대책들이다.

국회·시민단체·학계는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사법적 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우범규정은 시급히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범규정을 삭제할 수 없는 이유를 현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중학교 1학년인 B양(13세)은 3살 때 부모가 이혼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모가 재혼해서 계부친모 슬하에서 성장했고, 계부는 상습적으로 B양을 폭행했다. B양은 계부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다. 아니 탈출했다. 거리를 떠돌던 B양은 청소년 쉼터로 갔다. 한동안 쉼터 교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잘 생활했으나 쉼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교사·동료들과 갈등이 생겼다. B양은 계부의 학대로 어린 나이에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B양은 결국 쉼터를 뛰쳐나가고 말았다.

B양은 아직 죄를 범하지 않았으나, 성격과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우범소년이다. 쉼터의 장은 법원 통고제도를 활용해 사건을 가정법원에 직접 접수시켰다. 소년부 판사는 B양을 소년분류심사원에 4주 동안 위탁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교육과 상담, 신경정신과 진료 등을 통해 B양에 관한 분류심사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다. 판사는 B양에게 보호관찰 처분이나 7호 처분(병원이나 의료재활소년원 위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B양에게는 치료와 교육,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시민단체·학계는 우범소년 규정이 어른의 시각에 편승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낙인을 정당화하며,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회피한 채 손쉬운 대안만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범죄 종합대책은 우범소년에 대한 과도한 보호처분(장기 보호관찰, 장기 소년원 송치)은 폐지하고 최소한의 사법적 개입은 유지하기로 했다. 가정과 학교, 사회로부터 소외된 B양을 국가가 치료·교육·보호하는 정책은 손쉬운 대안인가? 아니면 유일한 대안인가?

7호 처분은 의료재활소년원 위탁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문 의료소년원이 없다. 대전소년원이 의료보호시설로서 일부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문 의료소년원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반대 이유는 소년원이 지역발전과 교육 및 주거환경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국회·시민단체·학계의 주장대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고,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하는 것은 소년원 설립을 반대하는 님비현상과 이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아닐까?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소년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20년 동안 소년보호 시설, 보호처분 집행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