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6 05:10최종 업데이트 23.06.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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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군무원도 직장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공무원직장협의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는 공무원의 근무 환경 개선, 고충 처리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군인과 군무원은 직장협의회 설립이 금지되어 있다. 가입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군무원에게 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무원은 특정직공무원으로 신분은 민간인이다. 군대에도 민간인들이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군인과 달리 별도로 군무원을 뽑는다. 그런데 최근 군무원 사회가 부글부글 끓는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민간인인 군무원들에게 군인의 업무를 나눠 시키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군인이 사령과 사관을 맡아야 할 당직 근무에 군무원을 대신 투입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군인처럼 전투장구류 착용을 요구하거나, 전투 훈련에 참여시키는 경우도 왕왕 포착된다. 국방부에서는 총기 지급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관련기사: 국방부의 취업 사기? 군무원 잔혹사 https://omn.kr/23imq).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건 국방부가 군인 간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인이나 군무원이나 국방부에 소속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엄연히 각기 다른 필요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로 다른 법령에 근거해 선발된 공무원들이다. 군인이 모자라면 군인을 더 충원할 계획을 세워야지, 처우도 다르고 일도 다른 군무원에게 군인 일을 맡기는 것은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 민간인 신분의 군무원에게 군인이 수행할 전투 임무를 나눠 맡기는 데는 국제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상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군무원들은 국방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만 2000여 명에 이르는 군무원들은 전국 각지에 산개해 있고, 개별 부대 지휘관들의 통제를 받는다. 군인이 절대다수인 군에서 군무원 몇몇이 고충을 호소해 봐야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게다가 1~5급의 상위 급수 군무원은 대부분 전역한 영관급 장교 출신들로 일반 군무원 채용시험을 보고 임용된 6~9급 군무원들과는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가 많다. 군무원도 다 같은 군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라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상한 일이 연달아 벌어져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군무원들이 택하는 길은 직을 버리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것뿐이다. 군무원의 퇴직으로 인한 면직률은 임용 후 3년 내에 무려 30%에 육박한다.
  

서울역에 서 있는 군인 ⓒ 연합뉴스

 
군대에도 고충 토로할 조직 필요

어느 직장에나 문제는 있다. 중요한 건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잘 갖추고 있느냐다. 그게 조직의 역량이다. 문제가 있어도 풀리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맡은 바 할 일을 잘하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2020년 경찰과 소방에 직장협의회가 생겼다.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 역시 군인·군무원과 마찬가지로 직장협의회 설립이 금지된 특정직 공무원 중 하나였는데 법률 개정을 통해 설립에 성공했다. 소방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무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2021년엔 소방 노조를 설립했다.

처음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하자는 말이 나오자 이들이 집단행동을 해서 치안, 방재에 공백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반발이 나왔다. 그러나 직장협의회와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그러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 일하기 위해서 자기 직업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것이지, 일을 망치려고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사람은 없다.

경찰은 직장협의회가 생긴 이후로 검찰, 철도경찰, 교정직 등 공안직 공무원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원래 공안직 공무원이었던 경찰은 1969년 경찰공무원법 제정으로 경찰직 공무원이 신설되어 공안직에서 제외되었는데, 이후 기본급 인상에서 차이가 발생해 비슷한 직렬의 다른 공안직 공무원과 달리 불이익을 보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불합리하지만 오래도록 바뀌지 않았던 일들이 처우 개선의 목소리를 모아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바뀌고 있다.

군무원도, 나아가 군인도 마찬가지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직장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불행하게 일하고 있는데 군대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 이제 군대에도 구성원들이 근무와 관련한 고충과 문제 상황을 토론하고, 협상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군무원 직장협의회가 그 첫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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